한국 기술에 세계가 놀랐다…"YOU WIN" 엄지척, MIT도 감탄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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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128회
명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인터뷰
로봇 대회서 KAIST 246점 vs MIT 60점 '압승'
승리 비결은 로봇 자율 보행 기술 '드림워크'
"'올해의 KAIST인'상 수상은 최고의 명예"
"성과 낸 과학자·연구팀엔 확실한 보상 해줘야"
명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인터뷰
로봇 대회서 KAIST 246점 vs MIT 60점 '압승'
승리 비결은 로봇 자율 보행 기술 '드림워크'
"'올해의 KAIST인'상 수상은 최고의 명예"
"성과 낸 과학자·연구팀엔 확실한 보상 해줘야"
지난해 6월1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사족로봇 자율보행 경진대회(Quadruped Robot Challenge·QRC) 현장. 대한민국 대표로 나선 KAIST 사족 보행 로봇이 비탈지고 울퉁불퉁한 널빤지, 다각형 박스 장애물과 계단을 휙휙 넘으며 전진하자 환호가 터져나왔다. KAIST 로봇은 물컹한 스펀지가 배치된 마의 구간마저 통과하며 10분 동안 점수를 착착 쌓았다.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홍콩 등 11개 팀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KAIST의 최종 점수는 246점. 압도적인 1위였다. 60점으로 2위에 그친 MIT 팀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홍콩에서 온 로봇 공학자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MIT 팀은 KAIST 로봇을 향해 "YOU WIN"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근 '올해의 KAIST인 상'을 수상한 명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얘기다.
개발 과정에선 참고할만한 선진 연구가 없어 애를 먹었다. 명 교수는 "자율 보행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로봇 기술이 없다보니, 8명의 연구실 학생들이 모든 알고리즘을 일일이 짤 수밖에 없어 밥먹듯 밤을 샜다"고 전했다.
QRC에서 KAIST가 거둔 성과는 '우승'이라는 타이틀보다 '자율 보행'을 증명했다는데 있다. 사람이 수동 조작으로 로봇을 조종할 수 있지만 로봇이 조종자의 시선을 벗어나면 와이파이 등 별도의 무선 통신을 통해 센서 정보를 수신해 조종하는 수밖에 없다. 통신 지연이나 두절로 센서 정보 취득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로봇의 기능을 잃게 된다. 드림워크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통신과 조종자 없이도 자율 보행이 가능하다. 명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처럼 완성도 높은 자율 보행 기술을 확보한 연구팀은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실제 QRC 결승전에서 원격 수동 조작을 한 대부분의 팀들이 평균 49분의 완주 시간을 기록한 반면 KAIST는 더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자율 보행 기술로 41분 52초의 완주 시간을 기록했다.
명 교수는 드림워크를 고도화해 돌발 상황이 많은 현장에 투입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재난 상황, 건설 현장, 원자력발전소, 산악 지형의 검문소 등 다양한 비정형 지역에 드림워크를 적용한 사족 보행 로봇을 투입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로봇의 공적 역할을 증대할 수 있다"며 "무인화가 필요한 다양한 상황에서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일상 생활에서도 활용 가치가 크다는 설명도 보탰다. 명 교수는 "노약자 산책, 간호 보조, 택배 운반, 간단한 심부름 정도는 머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가능하다"며 "넓게 보면 우주 무인 탐사에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QRC 우승 외에도 로봇 분야 최대 학술대회인 'IEEE ICRA'가 주최한 '힐티슬램챌린지(HILTI SLAM Challenge)'에서 각각 라이다 분야 전체 1위와 비전(vision) 분야 학계 1위의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IEEE 국제 로봇·자동화 저널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겹경사를 맞았다. KAIST가 '과학강국 한국'을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연구를 해왔다는 명 교수는 최근 과학계 현장에 사기가 많이 꺾였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KAIST를 비롯해 한국 과학계가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국가 지원이 늘기는 커녕 도리어 일괄 삭감돼 허탈하다"며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 뼈아프다"고 꼬집었다. 성과를 낸 과학자와 연구팀에는 확실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년 간 자율보행, 자율주행, 자율비행에 포커스를 맞춰 연구한 명 교수는 앞으로 누구나 쉽게 로봇을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로봇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로봇개 형태의 4족 보행을 넘어 휴머노이드 같은 2족 보행에도 적용 가능한 SW 개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는 "자율 보행 분야에서 최소 2~3년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도록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상업화해 한국의 과학 기술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며 "개인의 부귀 영화보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진로를 택하는 용감한 과학자들이 많이 생겨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대전=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자율 보행 기술의 핵심 '드림워크'
명 교수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압도적인 우승 비결은 자율 보행 로봇 제어기 '드림워크(DreamWaQ)'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드림워크는 로봇이 라이다(레이저로 주변을 측정하는 장치)나 비전(3차원 인식 장치) 등 시각·촉각 센서 도움 없이 블라인드로 보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SW) 기술이다. 명 교수팀이 독자 개발한 드림워크는 로봇 몸체 센서와 관절 센서 정보만으로 계단을 오르고 험지를 보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드림워크는 '심층 강화학습' 방법론으로 학습이 되는 두 개의 신경망으로 구성됐다. '상황 추정 네트워크'가 환경을 해석하면 '정책 네트워크'가 추정된 상황을 바탕으로 로봇을 제어한다. 모든 학습은 계단이나 움푹 파인 곳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수행한다. 잘 걸으면 드림워크는 로봇에 보상을 주고, 잘 걷지 못하면 페널티를 준다. 로봇이 스스로 보상을 받도록 알고리즘을 구성했다.개발 과정에선 참고할만한 선진 연구가 없어 애를 먹었다. 명 교수는 "자율 보행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로봇 기술이 없다보니, 8명의 연구실 학생들이 모든 알고리즘을 일일이 짤 수밖에 없어 밥먹듯 밤을 샜다"고 전했다.
QRC에서 KAIST가 거둔 성과는 '우승'이라는 타이틀보다 '자율 보행'을 증명했다는데 있다. 사람이 수동 조작으로 로봇을 조종할 수 있지만 로봇이 조종자의 시선을 벗어나면 와이파이 등 별도의 무선 통신을 통해 센서 정보를 수신해 조종하는 수밖에 없다. 통신 지연이나 두절로 센서 정보 취득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로봇의 기능을 잃게 된다. 드림워크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통신과 조종자 없이도 자율 보행이 가능하다. 명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이처럼 완성도 높은 자율 보행 기술을 확보한 연구팀은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실제 QRC 결승전에서 원격 수동 조작을 한 대부분의 팀들이 평균 49분의 완주 시간을 기록한 반면 KAIST는 더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자율 보행 기술로 41분 52초의 완주 시간을 기록했다.
명 교수는 드림워크를 고도화해 돌발 상황이 많은 현장에 투입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재난 상황, 건설 현장, 원자력발전소, 산악 지형의 검문소 등 다양한 비정형 지역에 드림워크를 적용한 사족 보행 로봇을 투입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로봇의 공적 역할을 증대할 수 있다"며 "무인화가 필요한 다양한 상황에서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일상 생활에서도 활용 가치가 크다는 설명도 보탰다. 명 교수는 "노약자 산책, 간호 보조, 택배 운반, 간단한 심부름 정도는 머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가능하다"며 "넓게 보면 우주 무인 탐사에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뼛속까지 'KAIST인'
명 교수는 학부,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KAIST에서 땄다. 뼛속까지 'KAIST인'인 그에게 '올해의 KAIST인' 수상 소감을 묻자 "학생들이 잘해준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하지만 학내에선 받을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명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QRC 우승 외에도 로봇 분야 최대 학술대회인 'IEEE ICRA'가 주최한 '힐티슬램챌린지(HILTI SLAM Challenge)'에서 각각 라이다 분야 전체 1위와 비전(vision) 분야 학계 1위의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IEEE 국제 로봇·자동화 저널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겹경사를 맞았다. KAIST가 '과학강국 한국'을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연구를 해왔다는 명 교수는 최근 과학계 현장에 사기가 많이 꺾였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KAIST를 비롯해 한국 과학계가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국가 지원이 늘기는 커녕 도리어 일괄 삭감돼 허탈하다"며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 뼈아프다"고 꼬집었다. 성과를 낸 과학자와 연구팀에는 확실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년 간 자율보행, 자율주행, 자율비행에 포커스를 맞춰 연구한 명 교수는 앞으로 누구나 쉽게 로봇을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로봇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로봇개 형태의 4족 보행을 넘어 휴머노이드 같은 2족 보행에도 적용 가능한 SW 개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그는 "자율 보행 분야에서 최소 2~3년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도록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상업화해 한국의 과학 기술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며 "개인의 부귀 영화보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진로를 택하는 용감한 과학자들이 많이 생겨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대전=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