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핵융합 에너지 발전 같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AI)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핵융합 에너지 발전 같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첨단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는 21세기에 세계 주요국과 글로벌 대기업들이 ‘전기 걱정’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센터 열풍이 전력 소비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못따라가는 공급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친환경 대체에너지 공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북미전력계통신뢰도협회(NERC)는 올해 초 “2020~2023년 미국의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올해는 전력 소매 판매량이 사상 최대인 40억킬로와트시(kWh)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전력 수요 증가세는 5년 전 증가율의 2배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그리드 스트래티지스는 ‘평탄한 전력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주요 발전사 및 유틸리티 기업들이 당국에 보고한 수요 전망치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며 “전기 수요는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들이 미래 전력난을 우려하는 이유는 수요 측면에서 △전기차, 전기히트펌프 등 ‘모든 것의 전기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칩스법 등으로 인한 미국 내 제조시설 증가 △암호화폐 채굴 열풍 등을 꼽는다. 공급 측면에서는 화석연료·원자력 발전소의 퇴출 속도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더디게 확충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이 가운데 주요 원인은 AI 열풍이다. 과거에도 데이터 센터는 대표적인 ‘전기 먹는 하마’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한 전력 소비량은 전체 전력 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테라와트시(TWh)다. 2026년에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1000TWh를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전 세계적인 AI 열풍 때문이다.
'모든 것의 전기화'에 AI 열풍까지…전력난에 속타는 글로벌 기업
AI 기반 데이터 센터가 기존 데이터 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작년 말 2028년까지 글로벌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 연평균 증가율은 11%이고, AI 서버가 구축된 데이터센터의 경우 연평균 26~36%까지 올라갈 것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27년에는 생성AI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 수요 증가세가 예상을 벗어나자 미국 일부 주와 아일랜드 등에서 데이터 센터 보조금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전기를 갖는 자가 승리”

충분한 전력이 만들어져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전력계통(그리드)에 연결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송전선 설치 위치와 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싼 님비(NIMBY) 갈등, 주변 환경 보호 문제는 발전사와 유틸리티 기업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은 2013년에 약 6400㎞의 송전선을 깔았지만, 지금은 1년에 4분의 1 길이의 송전선을 설치하는 것도 버거워한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규제위원회(Fer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력계통에 연결되어야 하는 발전·전력저장 및 송전 프로젝트가 2000건을 넘어섰고, 이들의 평균 대기 시간은 5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WP는 “과거엔 기업들이 사업 부지를 선정할 때 인터넷 인프라·풍부한 기술 인력·정부 보조금 유무를 우선 고려했지만, 이젠 원활한 전력 공급이 제1순위가 됐다”고 덧붙였다.

기업인들의 경고와 자구책 마련도 잇따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독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AI 분야의 급성장에 따라 1년 전에는 칩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변압기와 전기 공급난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내년에 인류는 AI를 위한 충분한 전기를 찾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AI의 샘 알트먼 CEO는 올초 세계경제포럼에서 “AI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핵융합 에너지 같은 큰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AI 열풍의 주역인 그는 핵융합 에너지 스타트업의 오랜 투자자자다.

일부 기업은 자체적으로 전력 생산에 나서거나 아예 원자력발전소를 품고 있는 데이터 센터를 인수하는 등 각종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원자력발전소에 인접한 부지를 개발한 미국 발전업체 탈렌 에너지로부터 데이터 센터를 6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데이터 센터와 공장 주변에 전력을 공급하는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MS는 무공해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회사와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소형 원자력 발전소, 핵융합 발전 모두 기술적으로 완전히 구현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등 화석연료 기업들이 원유·가스 시추 장비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소화하기 위해 자체 전력원을 구비하는 상황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