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선 현행 상대가치 수가제도를 개편해 신속하게 '상대가치 점수'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상대가치 점수란 행위별 수가의 기본이 되는 '의료 행위별 가격'을 뜻한다.
크게 수술·입원·처치·영상·검사 등 5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수술과 입원, 처치는 저평가된 반면 영상이나 검사 분야는 고평가돼 있다.
박 차관은 "치료에 필요한 자원의 소모량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의료인의 행위보다는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에 대한 보상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는 병원마다 경쟁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고가 장비를 이용한 검사 등으로 의료비용을 높여온 것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박 차관은 "상대가치 점수 결정의 핵심인 업무량 산정의 권한을 의사협회가 위임받았으나, 내부 조정에 실패하면서 진료 과목 간 불균형이 심화했다"며 "상대가치 개편 주기도 5∼7년으로 길어 그간 의료 환경의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상대가치 개편 주기를 2년으로 줄이고,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제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적용 중인 가운데, 향후 4차 상대가치 개편 시에는 필수의료 분야의 입원·수술·처치를 대폭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또 근거 중심으로 상대가치 점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표준 원가 산정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원가 산정 기준으로 삼을 패널 병원은 현행 100여개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상대가치 개편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에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했고, 하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수가 계획의 세부 항목은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가급적 올해에 모든 계획을 완료하려고 하는데, 현장 의료진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결정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작업에 시간이 상당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필수의료에 '핀셋 보상' 방식의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할 계획이다.
분야별로는 우선 난도가 높아 의료 공급이 부족한 화상·수지접합·소아외과·이식 외과 등 외과계 기피 분야와 심뇌혈관 질환 등 내과계 중증 질환 등 분야에 총 5조원 이상을 보상한다.
저출산 등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든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등 분야에는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또 심뇌 네트워크, 중증소아 네트워크 등 '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을 통해 치료 성과를 극대화하는 분야에 2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박 차관은 건강보험 재정 고갈 우려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28조원이고, 여기서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것"이라며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면 고령화로 늘어날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전날 방송에서 자신이 말한 '증원 없이 수가 인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강보험료가 3∼4배 이상 올라갈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는 "대학병원 의료진과 미용·성형 등 비(非)필수의료 시장의 보상 수준이 3∼4배 차이 나는데, 그 임금(차이)에 맞춰줄 수 있어야만 (비필수의료 분야로) 인력 유출이 멈추지 않겠나"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