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제도 초이셀섬에 '이건나비'가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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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산업 조림지에서 발견된 희귀나비
지역명 관례 깨고 기업명 딴 첫 사례
조림부터 제조-재활용-에너지 시스템 구축
지역명 관례 깨고 기업명 딴 첫 사례
조림부터 제조-재활용-에너지 시스템 구축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 국내 기업의 이름을 딴 나비가 서식하고 있다. 바로 '이건나비'다. 국내 건자재 업체인 이건산업의 이름을 딴 이 희귀나비는 1997년 영국 자연사박물관 소속 나비학자인 존 태넌이 발견해 학회에 보고한 새로운 종류의 나비였다. 3년 동안 전 세계 나비관련학회의 공시기간을 거쳐 공증을 받았고, 2000년 호주의 곤충학회지(Australian Entomologist)가 새로운 종임을 공표했다.
이건산업이 몇 십 년 동안 공들여 조성한 조림지에서 서식하는 이 나비에 감사의 의미를 담아 '이건나비'(학명 Deudorix Eagon)라는 이름이 붙었다. 듀도릭스는 나비 종류를 나타내는 학명으로, 부전나비과(Lycaenidae)에 속하는 듀도리지니(스페인어)종으로 분류된다. 보통 동물이나 식물에는 발견된 지역명을 붙이는 게 일반적인데 기업명을 딴 건 이건나비가 세계 최초였다.
1000여개의 섬들로 구성된 솔로몬제도의 서쪽 끝 초이셀섬. 이건산업은 1980년 해외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솔로몬제도에 방문한 뒤 1983년 이건자원개발법인을 현지에 세웠다. 7년여 동안 현지 조사와 정부와의 교섭을 마친 뒤 1987년 초이셀섬의 단독개발권을 획득, 1989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조림목을 유럽, 일본, 중국, 베트남 등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뉴조지아섬의 정부림 약 8000만평(약 2만6447㏊)도 매입해 조림사업을 확장했다. 이건산업이 솔로몬제도에 조성한 조림지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약 77만t에 달한다. 창호나 마루의 자재로 쓰일 나무를 심고, 기르고, 베고, 얇은 판(베니아)으로 가공해 배에 싣는 작업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지금까지 국내기업이 해외 조림사업을 통해 펄프용 목재칩을 국내로 반입한 경우는 있었지만 건축자재용 베니어를 대량 선적해 국내에 들여온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건산업 관계자는 "나무 식재부터 생산, 유통, 가공판매에 이르는 원스톱 생산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공을 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산업이 솔로몬제도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건 장기적 안목으로 친환경 조림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덕분이었다. '심지 않으면 베지도 않는다'는 게 50여년간 지켜온 경영원칙이었기 때문. 나무를 한 번 벤 자리에는 반드시 새 나무를 심었다. 성장이 끝나 탄소 흡수량이 한계에 다다른 나무만 벌목하고, 둘레 50㎝ 이하의 작은 나무는 베지 않았다. 이건산업은 매년 1000㏊ 면적에 새 나무를 심고 있다.
또 현지 주민과 상생하기 위해 현지인 1000여명을 채용했다. 1989년 이건재단을 현지에 설립해 무료 의료사업, 장학사업, 농업 및 임업기술 전수사업 등을 시작했다. 조림사업장 주변 마을에 수도, 전기 시설을 구축하고 학교와 병원, 미술관을 지었다. 매년 고등학생, 대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일부 학생은 한국의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공생'의 노력을 인정받아 1998년 솔로몬제도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솔로몬제도 현지에서 근무했던 이건산업 관계자는 "현지에서 이건은 '국민 기업'이라고 할 정도로 주민들의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일례로, 2002년 솔로몬제도에서 현지인을 착취하는 외국 기업들에 대한 반발 시위가 일어났을 때 이건산업의 조림지만은 무사했다. 2000년 솔로몬제도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는 반군이 이건산업 직원의 차량을 몰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건산업이 소유한 차량이라는 걸 알게 된 반군 대장은 박영주 회장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고 차량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솔로몬제도에 조림지를 구축한 것은 '순환경제'를 이루려는 큰 그림에서 시작된 일이다. 이건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2009년엔 이건에너지, 2011년엔 이건그린텍을 설립하고 폐목재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 조림지에서 벌목해 이건산업이 합판, 창호 등을 만들고, 이건그린텍이 목재 부산물이나 원자재를 잘게 부셔 조경용 우드칩과 목재 팔레트를 만든다. 이건 사업장뿐 아니라 다른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목재 폐자재도 받아서 재활용한다. 연간 7만에 달한다. 그러면 이건에너지에는 이건그린텍에서 생산한 목재 폐기물에서 나온 폐목재, 목재 부산물을 태워 열병합 발전을 통해 스팀에너지를 생산한다. 이 에너지는 인천지방산업단지에 있는 기업들에 제공된다. 재생에너지로 인증받은 일부 전력은 전력거래소에 판매한다. 조림부터 에너지 생산까지 그야말로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이건산업이 몇 십 년 동안 공들여 조성한 조림지에서 서식하는 이 나비에 감사의 의미를 담아 '이건나비'(학명 Deudorix Eagon)라는 이름이 붙었다. 듀도릭스는 나비 종류를 나타내는 학명으로, 부전나비과(Lycaenidae)에 속하는 듀도리지니(스페인어)종으로 분류된다. 보통 동물이나 식물에는 발견된 지역명을 붙이는 게 일반적인데 기업명을 딴 건 이건나비가 세계 최초였다.
1000여개의 섬들로 구성된 솔로몬제도의 서쪽 끝 초이셀섬. 이건산업은 1980년 해외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솔로몬제도에 방문한 뒤 1983년 이건자원개발법인을 현지에 세웠다. 7년여 동안 현지 조사와 정부와의 교섭을 마친 뒤 1987년 초이셀섬의 단독개발권을 획득, 1989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조림목을 유럽, 일본, 중국, 베트남 등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뉴조지아섬의 정부림 약 8000만평(약 2만6447㏊)도 매입해 조림사업을 확장했다. 이건산업이 솔로몬제도에 조성한 조림지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약 77만t에 달한다. 창호나 마루의 자재로 쓰일 나무를 심고, 기르고, 베고, 얇은 판(베니아)으로 가공해 배에 싣는 작업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지금까지 국내기업이 해외 조림사업을 통해 펄프용 목재칩을 국내로 반입한 경우는 있었지만 건축자재용 베니어를 대량 선적해 국내에 들여온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건산업 관계자는 "나무 식재부터 생산, 유통, 가공판매에 이르는 원스톱 생산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공을 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산업이 솔로몬제도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건 장기적 안목으로 친환경 조림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덕분이었다. '심지 않으면 베지도 않는다'는 게 50여년간 지켜온 경영원칙이었기 때문. 나무를 한 번 벤 자리에는 반드시 새 나무를 심었다. 성장이 끝나 탄소 흡수량이 한계에 다다른 나무만 벌목하고, 둘레 50㎝ 이하의 작은 나무는 베지 않았다. 이건산업은 매년 1000㏊ 면적에 새 나무를 심고 있다.
또 현지 주민과 상생하기 위해 현지인 1000여명을 채용했다. 1989년 이건재단을 현지에 설립해 무료 의료사업, 장학사업, 농업 및 임업기술 전수사업 등을 시작했다. 조림사업장 주변 마을에 수도, 전기 시설을 구축하고 학교와 병원, 미술관을 지었다. 매년 고등학생, 대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일부 학생은 한국의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공생'의 노력을 인정받아 1998년 솔로몬제도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솔로몬제도 현지에서 근무했던 이건산업 관계자는 "현지에서 이건은 '국민 기업'이라고 할 정도로 주민들의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일례로, 2002년 솔로몬제도에서 현지인을 착취하는 외국 기업들에 대한 반발 시위가 일어났을 때 이건산업의 조림지만은 무사했다. 2000년 솔로몬제도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는 반군이 이건산업 직원의 차량을 몰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건산업이 소유한 차량이라는 걸 알게 된 반군 대장은 박영주 회장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고 차량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솔로몬제도에 조림지를 구축한 것은 '순환경제'를 이루려는 큰 그림에서 시작된 일이다. 이건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2009년엔 이건에너지, 2011년엔 이건그린텍을 설립하고 폐목재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 조림지에서 벌목해 이건산업이 합판, 창호 등을 만들고, 이건그린텍이 목재 부산물이나 원자재를 잘게 부셔 조경용 우드칩과 목재 팔레트를 만든다. 이건 사업장뿐 아니라 다른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목재 폐자재도 받아서 재활용한다. 연간 7만에 달한다. 그러면 이건에너지에는 이건그린텍에서 생산한 목재 폐기물에서 나온 폐목재, 목재 부산물을 태워 열병합 발전을 통해 스팀에너지를 생산한다. 이 에너지는 인천지방산업단지에 있는 기업들에 제공된다. 재생에너지로 인증받은 일부 전력은 전력거래소에 판매한다. 조림부터 에너지 생산까지 그야말로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