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문콕’하고 도망간 뺑소니 차량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쉽게 판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GIST(광주과학기술원)는 AI 기술로 CCTV 영상에서 주차 뺑소니 발생 시점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용구 기계공학부 교수팀은 직접 수집한 물피도주 영상 800건을 분석한 뒤 AI 네트워크에 학습시켜 차량의 충돌 시점을 검출했다. 충돌 시점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연속된 프레임에서의 움직임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시간 정보와 객체(차량)의 구조 및 형태를 파악하기 위한 공간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야 한다. 연구팀은 동시 분석이 가능한 3D-CNN을 사용해 이를 해결했다. 3D CNN은 인간의 시신경을 모방해 만든 딥러닝 구조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사람이 타지 않은 차에 사고를 내고 아무런 조치 없이 떠나는 물피도주 사고가 의심되는 상황 전후로 차량의 움직임과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동안은 물피도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량 내 블랙박스에 저장된 영상이 없다면 주변 CCTV를 통해 가해자를 추적해야 했다. CCTV 특성상 방대한 분량의 영상 판독이 필요해 경찰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 일선 현장에서 사용하는 동영상 축약 프로그램은 라이선스 비용이 1500만원에 달하고 방범 목적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객체의 작은 흔들림을 감지하지 못하는 등 물피도주 수사에 활용이 어려웠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방대한 CCTV 영상 분석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며 “상용화를 통해 빠르게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처리함으로써 안전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