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나오는 비정기 세무조사,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고경영자(CEO)만 괴롭히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규제만 풀어도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한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아태 본부를 한국으로 유치하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기업의 요구사항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암참이 ‘기업 유치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 한국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18일 기자와 만나 “미·중 갈등 여파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과 홍콩을 떠나는 절호의 기회를 한국이 놓쳐서는 안 된다”며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막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주면, 암참이 나서 글로벌 기업들이 아태 본부를 한국에 설치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암참이 작성한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지역 거점 유치전략 보고서’는 외국 기업의 한국 입성을 막는 과도한 규제로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기 세무조사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들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는 정규 근로시간(주 44시간) 외에 한 달에 72시간까지 초과 근무를 허용하지만, 한국은 1주일 단위로 근무시간을 규제하는 탓에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암참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CEO들의 한국행(行)을 막는 대표적 규제”로 꼽았다. 김 회장은 “정작 괴롭힌 가해자는 내버려 두고 사용자(CEO)를 처벌하는 법에 많은 외국 CEO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만 정비해도 많은 글로벌 기업이 아태 본부를 한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최근 암참이 800여 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아태 본부를 두고 싶은 국가’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싱가포르 등에 비해 낮은 생활비, 정보기술(IT) 인프라와 한류 문화, 교육 여건 등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우섭/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