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강원도 춘천명동거리에서 강원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강원도 춘천명동거리에서 강원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4·10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에 대한 낯 뜨거운 찬양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차은우보다 이재명이 이상형이 가깝다'는 과거 발언이 정치권을 강타한 데 이어, 이 대표를 축구 선수 '손흥민'에 비유한 말, 이 대표를 '예수'에 비유하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과거 이 대표 앞에서 '마태복음 27장'을 읽은 것은 "검찰의 무도한 정치 탄압에 당당하게 맞서신다면 더 큰 정치지도자로서 예수님처럼 부활할 것임을 확신하며 드린 말씀이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앞서 이 대표 면전에서 마태복음 27장을 낭독했다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수박 7적'에 오른 바 있다. 이 대표에게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처럼 헌신하고 죽으라'라는 주문을 했다는 게 그 이유다. '수박'이란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의 의미로 야권 지지자들이 비명계 인사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낸 은어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해 "마태복음 발언은 23년 2월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께서 민주주의 4.0 이사진과의 오찬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조언을 요청해서 드렸던 말씀이었다"며 "그러나 저의 충언은 ‘당 대표를 죽이려는 발언’으로 곡해되어 저는 수박7적, 가롯유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결국 경선에서 처단의 대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친명계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였던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자객 출마'에 은평을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 대표 면전에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처럼 헌신하고 죽으라는 마태복음을 낭송한 (강 의원의) 그런 행태가 자객"이라며 강 의원을 비난해왔다.

강 의원은 "이 글을 통해서 마나 꼭 오해를 풀어주시길 바란다"며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말로 말을 맺었다. 자신이 마태복음을 낭독한 것은 '예수처럼 죽으라'는 것이 아니라 '예수처럼 부활한다'는 뜻이었음을 강조하며 이 대표를 찬양한 셈이다.

민주당 내의 이재명 대표를 향한 찬양의 목소리는 앞서 여러 차례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손흥민에게 빗댔다.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가 대표팀 내에서 갈등을 빚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민주당의 공천 갈등을 국가대표 선수단 내 분란에 비유하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그는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으로 깃발과 상징이 계승됐다. 축구로 치면 차범근 황선홍 박지성 손흥민으로 깃발이 계승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과거 했던 발언이 이번 총선 공천을 계기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비명계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를 꺾은 김준혁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이 2021년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라는 책을 통해 이 대표를 조선시대 정조에 비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조를 오랫동안 연구한 역사학자 출신인 김 부위원장은 2021년 12월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 대표의 경북 안동 생가를 방문해 "완전히 다 쓰러져가는 집이고, 검은색 비닐하우스가 있거든요. 그 비닐하우스 앞에 200년 넘은 큰 소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소나무의 기운이 이재명한테 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막 드는 거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이상형 월드컵'에서 연예인 차은우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중 민주당을 뽑았다. /출처=동아일보 유튜브 채널 '기웃기웃'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이상형 월드컵'에서 연예인 차은우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중 민주당을 뽑았다. /출처=동아일보 유튜브 채널 '기웃기웃'
서울 도봉갑에 전략 공천된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외모 이상형 월드컵'을 하던 중 이재명을 이상형으로 꼽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그는 '이재명 대 문재인', '이재명 대 조국'을 묻는 말에 모두 "이재명"을 고른 뒤, '이재명 대 차은우'라는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이재명"이라고 답했다. 이에 진행자 중 한명은 "이건 아니다. 차은우는 아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