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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순풍타고 부활한 델 테크놀로지, 서버 시장 선점하나 [글로벌 종목탐구]
1년새 주가 상승률 178% 기록
PC 매출 떨어져도 AI용 서버 매출 증가
엔비디아 손잡고 AI용 PC 개발 추진
사진=REUTERS
사진=REUTERS
PC 제조업체 델 테크놀로지가 오랜 기간 부진을 딛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소비 둔화로 인해 PC 시장이 침체하며 손실이 커졌지만,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및 서버 매출이 늘어나 이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AI 수요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델도 반사이익을 지속해서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수혜주 델, 올해 주가 40% 상승

올 들어 델 테크놀로지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 초부터 19일(현지시간)까지 주가는 42.57% 상승했다. 지난 12개월 간 주가 상승률은 178.91%를 기록했다. 1년 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3월 델의 주가는 30달러선에 머물렀다.소비둔화로 PC 수요가 감소한 결과였다.
AI 순풍타고 부활한 델 테크놀로지, 서버 시장 선점하나 [글로벌 종목탐구]
하지만 올 들어 수익이 개선되면서 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시가총액이 사상 최초로 2조 달러선을 넘기도 했다. 델의 주가가 활황인 배경엔 AI 용 서버 매출이 있다. 지난달 29일 델은 2023년 회계연도(2023년 2월 ~ 2024년 1월)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14% 감소한 884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76억 8000만달러였고, 순이익은 10% 감소한 52억달러에 그쳤다.

1년 단위 실적은 악화했지만 델은 작년 4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작년 4분기(2023년 11월~2024년 1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주당순이익(EPS)도 2.2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전망치(1.73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델이 깜짝 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AI 용 서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델은 엔비디아가 제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AI 용 데이터센터 및 서버를 구축한다. 엔비디아의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수록 델의 실적도 개선된다는 의미다. 델은 2025년 2월에 끝나는 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910~950억 달러로 예상했다. 전망의 중간 지점(930억 달러)이 평균 추정치인 921억 달러를 웃돌았다.

제프 클라크 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당시 컨퍼런스 콜에서 "AI에 최적화된 서버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다"며 "서버 인프라에 대한 주문 건수는 1년 전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AI 순풍타고 부활한 델 테크놀로지, 서버 시장 선점하나 [글로벌 종목탐구]

AI 순풍 타고 사업 확장

AI 열풍 덕에 델의 주력 사업 분야가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4년 설립된 델은 당초 PC 판매를 통해 성장한 정보기술(IT) 기업이다. PC를 비롯해 노트북, PC 주변 기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도 휼렛패커드(HP), 레노보 등과 함께 PC 시장 1위를 다투고 있다.

AI 용 서버가 델의 또 다른 무기로 부상했다. 지난 3년간 매출 비중이 달라졌다. 2020년 PC 사업부가 속한 클라이언트 솔루션 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6%였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PC 매출이 늘며 2022년 60%대까지 치솟은 뒤 지난해 55%대로 떨어졌다. 서버 및 인프라 부문의 비중은 2020년 36.7%에서 지난해 38.3%까지 늘어났다.

클라크 COO도 "PC 사업부의 성장세는 매년 2%씩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서버 및 인프라 부문은 매년 7%씩 성장할 전망이다"라고 강조했다.

델은 AI 용 서버에 그치지 않고 AI 컴퓨터 제조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AI 반도체를 탑재한 PC를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일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AI 전용 PC를 제조할 때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전속적으로 공급받을 예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판매한 PC가 노쇠화된 것도 기회로 꼽힌다.

경쟁사에 비해 델이 AI 용 서버 시장을 선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0.82%에 달한다. 레노보(5.63%), 아수스(2.89%), 에이서(2.48%), HP(9.46%) 등을 크게 앞선다. EBITDA는 기업이 판매 등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다. 서버 구축에 필요한 실탄을 다른 업체보다 많이 구비해놨다는 뜻이다.

월가에서도 델의 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애널리스트의 델 주식에 대한 매수 비율은 80%에 이른다. 월가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델을 '최고 추천주(top pick)'로 선정하고 목표주가를 100달러에서 128달러로 올렸다. 웰스파고도 델의 목표주가를 140달러로 올리고 ‘비중 확대’를 제시하기도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