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주식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띠자 향후 상장이 기대되는 종목을 먼저 매수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상장 전 가격까지 오르지 못하거나 중간에 IPO가 철회되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따블 종목 미리 사자"…비상장주 활기
19일 두나무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플러스 비상장 플랫폼을 통한 비상장 주식 거래 건수는 누적 47만8652건으로 전년(34만3704건) 대비 39.3% 증가했다. 지난해 비상장 주식 거래 금액은 누적 1조3052억원으로 직전 해(1조692억원)와 비교해 22.1% 늘었다.

거래가 활발해지며 장외 주식 가격도 오름세다.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비상장 종목의 주가를 수치화한 지표인 38지수는 19일 1778.21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8일(1487.89)부터 이날까지 19.51% 올랐다.

IPO 시장 열기가 비상장 주식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청약을 진행한 공모주 14개(스팩 제외)의 평균 경쟁률은 1746 대 1에 달했다. 청약을 통해 공모주를 1주도 받기 어려워지자 비상장 거래를 통해 상장 예상 종목을 미리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6월부터 상장 당일 주가 변동 폭이 공모가의 400%로 확대(기존 260%)된 것도 비상장 주식 거래 활성화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비상장 주식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상장 기대로 주가가 치솟았지만 정작 상장 이후 주가는 장외 가격을 밑도는 사례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이피알이 대표적이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25만원 수준에 거래됐다. 이후 본격적인 IPO 절차를 밟으며 상장 직전인 올해 2월 주가는 64만1000원까지 급등했다. 공모가는 이를 크게 밑도는 25만원으로 책정됐고, 상장 당일 상승률은 27%에 그쳤다.

지난해 바이오 업종 IPO 대어로 꼽힌 지아이이노베이션도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원을 웃돌았으나 부진한 수요예측 끝에 상장 당시 시총이 2800억원에 그쳤다. 현재 시총은 5566억원으로 과거 장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상장이 철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 투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e커머스 업체 컬리의 주가는 2022년 1월 11만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이후 IPO 연기 소식이 전해지며 현재 주가는 1만6350원까지 하락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2021년 말 상장을 준비하며 주가가 12만원까지 뛰었지만 결국 상장 철회가 결정되며 현재 주가는 4만2000원까지 하락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