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 과학자들은 장수가 우연의 산물일 것으로 생각했다. 과학자들의 인식을 바꾼 건 199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편의 논문이었다.

이 논문은 예쁜꼬마선충에 관한 연구였다. 유전자 하나에 돌연변이가 생기자 수명이 두 배 늘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수명이 20일에 불과한 예쁜꼬마선충은 40일 넘게 살았다. 성체가 된 뒤 노화해 쇠약해지기 전까지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인 ‘건강 수명’도 두 배 늘었다. 이 논문의 제1저자는 신시아 캐년이었다. 현재 역노화 기술 분야 석학이자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의 부사장이다.

동료 연구자인 조엘 로스먼 캘리포니아대 UC샌타바버라 노화연구소(CAL) 소장은 “캐년 부사장의 연구는 노화라는 과정이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여러 유전자가 서로 영향을 주며 맞물린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년의 연구 논문이 나온 뒤 과학자들은 장수 관련 유전자를 찾는 일에 열중했다. 지금도 이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이후 다른 과학자들이 ‘서투인(Sir2)’ ‘PTEN’ 등 다양한 장수 유전자를 발견했다.

최근에는 타고난 유전자뿐만 아니라 식습관과 생활 환경 등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는 이론이 정설이 됐다. 같은 유전자를 타고난 일란성 쌍둥이라도 심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주는 나쁜 식습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기대수명이 달라진다. 이를 후성유전학이라고 한다.

후성유전 연구는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기준점이기도 하다. 2013년 과학적 생체시계를 처음으로 발표한 노화 연구자 스티브 호바스 미국 UCLA 교수는 2000명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남은 수명을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 ‘그림에이지’를 개발했다. 호바스 교수는 “올해 56세인 내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생체 나이는 53세이며 내년에 사망할 확률은 2%라는 계산이 나왔다”며 “생체나이 분석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