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 배경에는 소유권에 대한 과도한 부담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이 깔려 있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공시가격을 무리하게 올리면 단순히 보유세 부담만 커지는 게 아니라 69개 조세 및 부담금과 연계돼 다양한 방식으로 민생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이라는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주재하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2035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90%로 끌어올리겠다고 2020년 발표했고, 2021년부터 이를 적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5년간 공시가격을 연평균 10%씩 총 63%까지 올렸다”며 “결과적으로 집 한 채 가진 보통 사람들의 거주비 부담이 급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유세가 두 배 오르면서 임대로 사는 사람은 임대인에게 월세를 내고,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월세에 해당하는 만큼 국가에 월세를 내는 형국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또 공시가격 인상으로 2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의 지역건강보험료가 3배까지 오른 사례 등을 언급했다.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는 “소유권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게 시장경제 원리”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단순히 보유 자산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차원의 소유권 보장이 아니라 소유권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도한 보유세 부담에 철저히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유권에 부담을 주면 주택 건축이 줄어들게 되고, 동시에 주택 소유자는 늘어난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해 결국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 출범 이후 종부세 부담도 많이 낮췄는데 왜 부자들에게 면세를 해주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이익은 어려운 사람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집 한 채를 마련한 분들도 종부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종부세 자체가 굉장한 악법이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빌라나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이들도 아파트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뉴빌리지 사업’(뉴:빌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노후주택 정비 자금을 저금리로 융자해주고, 주차장이나 운동시설 등 공동시설 설치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단독주택과 빌라촌 주민들도 높은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도시재생이라면서 해온 벽화 그리기, 화단 조성 같은 사업이 주민들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됐냐”며 “이런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민생에 실제 도움이 되고, 민생을 살리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완전히 재편하겠다”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심재생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는 평가다.

도병욱/양길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