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지고 끊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기억…포도뮤지엄 기획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展…치매 주제로 국내외 작가 10인 작품 전시
잔잔하게 흐르다가 점차 뚝뚝 끊어지는 음악, 조각낸 뒤 다시 이어 붙여 곳곳이 빈 풍경화, 산산이 흩어지는 알파벳….
치매로 인해 조금씩 흐려지고 부서지는 기억을 형상화한 전시가 20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포도뮤지엄에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이라는 이름 아래 열린다.
이 기획전은 알란 벨처, 루이스 부르주아, 셰릴 세인트 온지, 정연두, 민예은, 로버트 테리엔, 더 케어테이커·아이번 실, 데이비스 벅스, 시오타 지하루(塩田千春), 천경우 등 국내외 작가 10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작품들은 회화, 사진, 영상, 음악, 조각, 설치미술 등 제각기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기억과 치매라는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
무거운 주제를 택했지만, 마냥 어둡게만 풀어내지 않았다.
미국 사진작가 온지의 '새들을 집으로 부르며'에는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
작가는 2015년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의 천진난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이를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던 책과 옷, 조류학자로 일하면서 늘 관심을 갖던 자그마한 새 둥지 등과 함께 배치했다.
그는 18일 포도뮤지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병은 당연히 비극적인 상실이지만, 작품에는 슬픔이나 어두움이 없고 순수한 행복만 있다"며 "서서히 인지가 소실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엄마와 관계를 쌓고, 추억을 공유할지 고민한 결과가 바로 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을 엮는 작가'로 유명한 일본 설치미술가 시오타 지하루는 '끝없는 선'을 통해 책상 위에서 알파벳이 산산이 흩어지는 모습을 표현했다.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 데이비스 벅스는 폐합판 위에 푸른 초원 풍경을 그리고 조각낸 뒤 다시 합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두 작품 모두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거친 조각들 속에서 나름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영상과 음악을 활용한 작품도 눈에 띈다.
음악가 더 케어테이커(본명 제임스 레이랜드 커비)와 화가 아이번 실의 콜라보레이션(협업) 작품을 보면, 어두운 원형 공간 속에서 43분 길이의 음악이 처음에는 아름답게 연주되다가 점차 끊기고 노이즈가 끼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지난해 MMCA 현대차 시리즈 작가로 선정된 정연두는 노인들의 기억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연극무대에서 이들의 구술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영상물을 만들었다.
글렌스톤 뮤지엄이 소장 중인 프랑스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1991년 작 '밀실1'도 만나볼 수 있다.
낡은 문짝 사이로 엿보이는 허름한 철제 침대와 유리병, 반창고와 안대 등을 통해 병상에 누워있던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기억을 표현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가장 보편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이 노화나 치매, 죽음일 것"이라며 "양극화된 사회에서 공감을 쉽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거나 즐길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천경우 작가의 '가장 아름다운'은 관객들이 눈을 감고 그려낸 얼굴 그림들을 모아 완성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다.
전시는 내년 3월 19일까지. /연합뉴스
치매로 인해 조금씩 흐려지고 부서지는 기억을 형상화한 전시가 20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포도뮤지엄에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이라는 이름 아래 열린다.
이 기획전은 알란 벨처, 루이스 부르주아, 셰릴 세인트 온지, 정연두, 민예은, 로버트 테리엔, 더 케어테이커·아이번 실, 데이비스 벅스, 시오타 지하루(塩田千春), 천경우 등 국내외 작가 10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작품들은 회화, 사진, 영상, 음악, 조각, 설치미술 등 제각기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기억과 치매라는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
무거운 주제를 택했지만, 마냥 어둡게만 풀어내지 않았다.
미국 사진작가 온지의 '새들을 집으로 부르며'에는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
작가는 2015년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의 천진난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이를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던 책과 옷, 조류학자로 일하면서 늘 관심을 갖던 자그마한 새 둥지 등과 함께 배치했다.
그는 18일 포도뮤지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병은 당연히 비극적인 상실이지만, 작품에는 슬픔이나 어두움이 없고 순수한 행복만 있다"며 "서서히 인지가 소실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엄마와 관계를 쌓고, 추억을 공유할지 고민한 결과가 바로 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을 엮는 작가'로 유명한 일본 설치미술가 시오타 지하루는 '끝없는 선'을 통해 책상 위에서 알파벳이 산산이 흩어지는 모습을 표현했다.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 데이비스 벅스는 폐합판 위에 푸른 초원 풍경을 그리고 조각낸 뒤 다시 합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두 작품 모두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거친 조각들 속에서 나름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영상과 음악을 활용한 작품도 눈에 띈다.
음악가 더 케어테이커(본명 제임스 레이랜드 커비)와 화가 아이번 실의 콜라보레이션(협업) 작품을 보면, 어두운 원형 공간 속에서 43분 길이의 음악이 처음에는 아름답게 연주되다가 점차 끊기고 노이즈가 끼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지난해 MMCA 현대차 시리즈 작가로 선정된 정연두는 노인들의 기억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연극무대에서 이들의 구술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영상물을 만들었다.
글렌스톤 뮤지엄이 소장 중인 프랑스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1991년 작 '밀실1'도 만나볼 수 있다.
낡은 문짝 사이로 엿보이는 허름한 철제 침대와 유리병, 반창고와 안대 등을 통해 병상에 누워있던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기억을 표현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가장 보편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이 노화나 치매, 죽음일 것"이라며 "양극화된 사회에서 공감을 쉽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거나 즐길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천경우 작가의 '가장 아름다운'은 관객들이 눈을 감고 그려낸 얼굴 그림들을 모아 완성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다.
전시는 내년 3월 19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