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은 통과, '정관'은 부결…고려아연 주총, 승자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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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집안간 '경영권 갈등' 고려아연
고려아연 5000원 배당안 63% '통과'
신주발행 대상 확대안 53% 나왔지만 '부결'
두 집안 경영권 다툼 지속될 듯
고려아연 5000원 배당안 63% '통과'
신주발행 대상 확대안 53% 나왔지만 '부결'
두 집안 경영권 다툼 지속될 듯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영풍 측의 반대로 일부 안건이 부결되면서 창업주 집안 간 경영권 분쟁이 결국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배당안은 고려아연 측이 올린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신주발행 확대안을 담은 '정관변경'의 건은 통과가 무산됐다.
18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삼엄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총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러 명의 경비원이 건물 입구를 지켰다. 이날 주주 참석률은 90.31%로, 평소 85% 수준을 웃돌았다. 의장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맡았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영풍과 장 고문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1.02%로, 최 회장 일가 지분율(15.3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그동안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LG화학, 한국투자증권 등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우호 지분을 합칠 경우 최 회장 측 지분은 33%이다. 양측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이번 주총에서 쟁점 사안들을 두고 팽팽한 '표 대결'이 예상됐다.
고려아연 측이 상정한 1호 의안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은 투표 결과 참석 주주 62.74%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 의안은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 내용을 담고 있다. 배당금 총액은 1040억원이다. 영풍 측은 주당 1만원으로 배당 규모를 늘려야 한다며 이에 반대해왔다.
다만 2호 의안인 '정관 변경의 건'은 찬성 53.02%로 과반을 넘겼음에도 최종 부결됐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란 점이 적용됐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해당 안건은 유상증자(신주발행) 대상을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영풍은 기존 주주 지분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주주 참석률을 고려하면 장 고문 측 의결 권한 비율은 37~38%로 높아진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 관계자는 "상장사협의회가 정한 표준 문구를 그대로 가져왔고, 영풍도 똑같은 정관을 가지고 있다"며 "구조상 부결됐어도 주주들은 사실상 회사 측에 동의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은 두 쟁점 사안 모두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는 회사 경영진이 제시한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과 미래 신사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총장을 빠져나오던 한 주주는 "현장엔 150명에서 200명 정도의 주주들이 참석했다"며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의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계속 제시돼 총회가 길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주총에선 고려아연 경영진의 투자 손실을 비판하는 주주도 있었다. 회사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하바나 1호' 사모펀드(PEF)를 지난해 말 청산하면서 약 165억원의 손실을 본 상황이다.
이에 한 주주는 현장에서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한 곳에 SM엔터테인먼트가 포함돼있는데, 평소 사업 분야랑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아직 손실 확정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최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 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때문에 앞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집안싸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18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삼엄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총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러 명의 경비원이 건물 입구를 지켰다. 이날 주주 참석률은 90.31%로, 평소 85% 수준을 웃돌았다. 의장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맡았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영풍과 장 고문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1.02%로, 최 회장 일가 지분율(15.3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그동안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LG화학, 한국투자증권 등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우호 지분을 합칠 경우 최 회장 측 지분은 33%이다. 양측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이번 주총에서 쟁점 사안들을 두고 팽팽한 '표 대결'이 예상됐다.
고려아연 측이 상정한 1호 의안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은 투표 결과 참석 주주 62.74%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 의안은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 내용을 담고 있다. 배당금 총액은 1040억원이다. 영풍 측은 주당 1만원으로 배당 규모를 늘려야 한다며 이에 반대해왔다.
다만 2호 의안인 '정관 변경의 건'은 찬성 53.02%로 과반을 넘겼음에도 최종 부결됐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란 점이 적용됐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해당 안건은 유상증자(신주발행) 대상을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영풍은 기존 주주 지분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주주 참석률을 고려하면 장 고문 측 의결 권한 비율은 37~38%로 높아진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 관계자는 "상장사협의회가 정한 표준 문구를 그대로 가져왔고, 영풍도 똑같은 정관을 가지고 있다"며 "구조상 부결됐어도 주주들은 사실상 회사 측에 동의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은 두 쟁점 사안 모두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는 회사 경영진이 제시한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과 미래 신사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총장을 빠져나오던 한 주주는 "현장엔 150명에서 200명 정도의 주주들이 참석했다"며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의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계속 제시돼 총회가 길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주총에선 고려아연 경영진의 투자 손실을 비판하는 주주도 있었다. 회사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하바나 1호' 사모펀드(PEF)를 지난해 말 청산하면서 약 165억원의 손실을 본 상황이다.
이에 한 주주는 현장에서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한 곳에 SM엔터테인먼트가 포함돼있는데, 평소 사업 분야랑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아직 손실 확정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최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 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때문에 앞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집안싸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