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들라크루아의 ‘뤽상부르 정원의 오후’(2021).
미셸 들라크루아의 ‘뤽상부르 정원의 오후’(2021).
지난겨울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미술 전시는 단연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였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흘 뒤 막을 내리는 이 전시는 지난 석 달간 인터파크 전시 예매 순위 최상위를 꾸준히 지켰다. 21일까지 전시를 찾은 관객은 총 13만8000여명. 폐막일인 오는 31일까지 15만 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놀랍다”는 게 미술계와 전시업계의 반응이다. 외국인 생존 작가의 전시로는 이례적인 수준의 흥행이라서다. 들라크루아가 누구나 인정하는 거장이거나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거장들의 리그에 속하지 않는 평범한 화가일 뿐”이라고 소개하는 프랑스 노(老)화가가 어떻게 이런 기록을 세운 걸까.

흥행의 가장 큰 이유로는 ‘호불호가 없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화풍’이 꼽힌다. 이 덕분에 그림을 잘 모르고 미술에 깊은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게 관객들의 평가다. 한 관객(인터파크 아이디 khb***)은 “추상적이고 어려운 현대미술 작품을 싫어하는지라 이때까지 미술관을 잘 찾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는 관람하는 내내 행복했다”고 평가했다. 함께하는 삶, 연인 간의 사랑, 가족의 단란함 등 따뜻한 그림 주제도 인기에 한몫했다. 관객들이 들라크루아의 화풍을 좋아한다는 건 관람객 수보다 굿즈 판매 개수가 더 많다는 사실이 방증한다. 전시를 관람한 사람들이 평균 한 점 이상의 굿즈를 샀다는 얘기다.

프랑스 파리 특유의 낭만적인 감성을 그림에 담아내는 들라크루아의 탁월한 실력도 호평받았다.

한국에 있는 프랑스인들까지 “고향이 떠오른다”며 감탄할 정도다. 방송인 올리비아는 “한국에서 바쁘게 생활하느라 잠시 잊고 지낸 풍경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하게 관람했다”며 “한국인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파리의 모습이 그림에 그대로 담겨 있다”고 했다.

루도빅 기요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참사관은 “파리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작품들을 아름답게 엮어낸 전시”라며 “그림 속에 2019년 화재로 불탔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이 있는 걸 보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아흔 살도 넘은 화가가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활발히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도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시 평에는 “들라크루아가 그린 작품들을 보고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도 열심히 활동하는구나’ 싶어서 자극받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시를 찾은 10만 명의 한국 관람객과 많은 사람이 그를 할아버지처럼 느낀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들라크루아는 “나를 할아버지라고 여겨도 된다. 한국 관람객과 관계자 모두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전시는 31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