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부재로 국권 상실"…'일요일 역사가'의 '징비록'
“근대사에서 일본이 흥하고 조선이 쇠락한 이유를 제대로 알고 싶었습니다.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조상들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것이 역사 비전공자지만 책을 낸 이유입니다.”

박경민 모젤스컨설팅 대표(67·사진)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사업을 병행하면서 역사책을 쓴 계기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박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금융사 지점장과 사외이사, 중견기업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20년 전 컨설팅회사를 창업했다.

박 대표는 조선이 근대 들어 급속하게 쇠락한 진짜 원인이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문에서 한·일 근대사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초·중·고교 역사 시간에 앵무새처럼 외운 한·일 근대사를 떠올릴 때마다 ‘정말 그랬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그 시기 역사를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2018년 사업을 잠시 쉴 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각사등록> <주한일본공사관기록> <건건록> 등 한·일 양국이 남긴 당대 자료를 살피며 시대의 본모습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연구의 결실은 두 권의 책 출간으로 이어졌다.

2년 전 출간한 첫 책 <한일 근대인물 기행>에서는 요시다 쇼인, 사이고 다카모리, 이토 히로부미, 흥선대원군 이하응, 김옥균, 서재필, 이완용 등 19세기 중·후반 일본과 조선 지도자 39인의 삶을 분석했다. 단편적인 역사 서술에 그치지 않고 한·일 근대사의 핵심 인물들이 남긴 행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조망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19세기 말 조선에는 산업·근대화 흐름에 대응할 지도자를 포함해 정치·외교 인재가 없었다”며 “이 점이 당시 근대화를 적극 추진한 일본에 밀린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인재 부족은 일본의 역사 왜곡과 침략을 방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19세기 말 일본은 조선 조정을 장악하기 위해 청·일전쟁 이틀 전 경복궁을 무단 점령했다. 일본은 이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청·일전쟁의 구실을 찾고 조선 침략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의도한 사건이었다. 박 대표는 “동학농민운동과 갑오개혁 등으로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를 바로잡을 인재가 부족했다”며 “이 상황을 틈타 조선에 발을 들인 일본을 제지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그는 작년에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언제 시작되는가>를 출간했다.

박 대표는 나라의 흥망은 지도자 등 인재의 역량에 절대적으로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19세기 말 조선과 일본이 몰락과 부흥이라는 다른 길을 걸은 것은 양국 지도자의 판단과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고종은 정무 감각이 미흡하고 매관매직을 일삼아 필요한 곳에 인재를 등용하지 못했다”며 “서구를 배워야 한다고 각성한 일본 정부와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의 사례는 올바른 지도자가 없을 때 나라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글=이소현 기자/사진=최혁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