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풀린 포도는 '가격 폭등'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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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 공급조절 못해 급등
"경직된 농정에 소비자 피해"
"경직된 농정에 소비자 피해"
사과, 배 등 정부가 수입을 허용하지 않는 과일값이 폭등한 반면 대표적 수입 가능 과일인 포도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는 칠레 미국 페루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했지만, 사과와 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농가 보호를 이유로 검역을 통해 사실상 수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일 수입과 관련한 경직된 농정을 유연하게 바꿔 소비자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날 가락시장에서 사과(부사) 10㎏은 10만9500원에 도매 거래됐다. 1년 전보다 175.1% 뛴 가격이다. 배(신고) 15㎏은 11만8873원에 거래돼 작년 같은 날 4만5884원보다 159.1% 올랐다. 두 과일은 외국산 상품이 농식품부 검역 절차에 수십 년째 계류 중인 대표적 과종이다.
반면 수입 포도(8㎏)는 같은 기간 5만7780원에서 5만8000원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수입 포도는 국내 포도가 주로 출하되는 5~10월 최대 45% 관세가 적용돼 비싸지지만 그 외 기간에는 대부분 가격 안정세를 보인다. 한 유통업체 과일 구매담당은 “포도는 국내 작황이 좋지 않아도 수입으로 가격 상승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수입 꽉 막힌 4대 과일, 제철에도 가격 두 배 껑충
수입이 금지된 과일 중 가격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과와 배뿐만 아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여름 과일인 복숭아(백도 4㎏)는 지난해 9월 도매가격이 3만7487원으로 전년 동월(1만7685원) 대비 120% 뛰었다. 겨울 과일인 감귤(노지 5㎏)도 작년 2월 1만6289원에서 지난달 3만5945원으로 120.7% 폭등했다. 재배면적 기준으로 국내 5대 과일인 사과 감귤 복숭아 포도 배 중 수입이 가능한 포도를 제외하면 모두 불안정한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산 포도가 아무런 반대 없이 국내로 들어온 것은 아니다. 처음엔 농업계를 중심으로 “외국 포도가 들어오면 농가가 다 죽는다”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국내 포도 생산자들은 해외 시장 개척, 샤인머스캣 등 품종 다변화 등으로 살아남았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3년 170만달러에 불과하던 포도 수출액은 지난해 4468만달러를 기록해 10년 사이 26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시장 또한 14개국에서 25개국으로 넓어졌다. 2003년엔 9개국, 28만달러에 불과했다.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포도 농가소득도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2년 노지포도 1만㎡당 소득은 690만1607원으로 5년 전인 2018년(492만1201원)보다 40.2% 높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기후 변화가 계속되고 있어 과일 가격 변동성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국내 농가 보호도 중요하지만 수입에 대해 조금은 더 유연하게 정책을 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검역 장벽에 따른 통상 마찰 우려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1993년 수입 신청된 미국산 사과는 30년째 국내 검역 절차에 걸려 있다. 심지어 미국산 사과는 한·미 FTA를 통해 주요 민감 품종을 제외하고는 관세가 철폐된 상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작년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 과일 시장에 대한 미국의 요청은 여전히 검역 절차에 계류 중”이라며 “한국에 압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직 통상관료는 “통상 협정 현장에 가 보면 국내 농산물 검역 장벽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게 큰 게 사실”이라며 “특히 주요 농업국과의 협정에서 우리의 신뢰성과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박상용 기자 phs@hankyung.com
20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날 가락시장에서 사과(부사) 10㎏은 10만9500원에 도매 거래됐다. 1년 전보다 175.1% 뛴 가격이다. 배(신고) 15㎏은 11만8873원에 거래돼 작년 같은 날 4만5884원보다 159.1% 올랐다. 두 과일은 외국산 상품이 농식품부 검역 절차에 수십 년째 계류 중인 대표적 과종이다.
반면 수입 포도(8㎏)는 같은 기간 5만7780원에서 5만8000원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수입 포도는 국내 포도가 주로 출하되는 5~10월 최대 45% 관세가 적용돼 비싸지지만 그 외 기간에는 대부분 가격 안정세를 보인다. 한 유통업체 과일 구매담당은 “포도는 국내 작황이 좋지 않아도 수입으로 가격 상승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 꽉 막힌 4대 과일, 제철에도 가격 두 배 껑충
수입 허용한 포도는 가격 안정적…품종 다변화로 10년새 수출 26배↑
수입이 금지된 과일 중 가격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과와 배뿐만 아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여름 과일인 복숭아(백도 4㎏)는 지난해 9월 도매가격이 3만7487원으로 전년 동월(1만7685원) 대비 120% 뛰었다. 겨울 과일인 감귤(노지 5㎏)도 작년 2월 1만6289원에서 지난달 3만5945원으로 120.7% 폭등했다. 재배면적 기준으로 국내 5대 과일인 사과 감귤 복숭아 포도 배 중 수입이 가능한 포도를 제외하면 모두 불안정한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포도 수출 10년 새 26배 증가
포도 수입은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활짝 열렸다. 이후 페루 미국 호주와 FTA가 이어지면서 수입국과 시기가 다양화됐다. 현재 국내에선 12월부터 3월까지는 페루산, 4~6월에는 칠레·호주산, 7~11월에는 국내산과 미국산이 주로 유통된다. 국내 소비자들로선 1년 내내 안정적인 가격으로 포도를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포도는 국내 포도 출하기인 여름철에 함께 유통돼 매출이 적은 편”이라면서도 “국산 포도 가격이 뛰면 미국산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외국산 포도가 아무런 반대 없이 국내로 들어온 것은 아니다. 처음엔 농업계를 중심으로 “외국 포도가 들어오면 농가가 다 죽는다”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국내 포도 생산자들은 해외 시장 개척, 샤인머스캣 등 품종 다변화 등으로 살아남았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3년 170만달러에 불과하던 포도 수출액은 지난해 4468만달러를 기록해 10년 사이 26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시장 또한 14개국에서 25개국으로 넓어졌다. 2003년엔 9개국, 28만달러에 불과했다.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포도 농가소득도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2년 노지포도 1만㎡당 소득은 690만1607원으로 5년 전인 2018년(492만1201원)보다 40.2% 높아졌다.
○“과한 검역에 통상 협상력 저하”
우리나라 과일 수입 정책이 너무 경직된 탓에 농가 과보호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엔 제한적으로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수입이 가능하게 해놓으면 최근처럼 수급이 어려울 때 ‘스폿 거래’를 할 수 있어 가격 안정에 큰 힘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기후 변화가 계속되고 있어 과일 가격 변동성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국내 농가 보호도 중요하지만 수입에 대해 조금은 더 유연하게 정책을 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검역 장벽에 따른 통상 마찰 우려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1993년 수입 신청된 미국산 사과는 30년째 국내 검역 절차에 걸려 있다. 심지어 미국산 사과는 한·미 FTA를 통해 주요 민감 품종을 제외하고는 관세가 철폐된 상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작년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 과일 시장에 대한 미국의 요청은 여전히 검역 절차에 계류 중”이라며 “한국에 압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직 통상관료는 “통상 협정 현장에 가 보면 국내 농산물 검역 장벽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게 큰 게 사실”이라며 “특히 주요 농업국과의 협정에서 우리의 신뢰성과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박상용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