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슬랩소송 지침 제정…피고 '신속 기각' 청구권, 비용도 원고 부담
EU, 언론인·인권운동가 겨냥 '입막음 소송 남발' 막는다
유럽연합(EU)이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를 압박하려고 제기하는 이른바 '입막음 소송'의 남발을 막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0일(현지시간) EU에 따르면 '반(反) 슬랩 소송 지침'(Anti-SLAPP Directive)이 전날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에서 공식 승인을 받아 모든 입법 절차가 완료됐다.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고도 불리는 슬랩 소송은 언론인, 인권·시민운동가의 공익적 문제 제기를 위축할 목적으로 제기하는 법적 대응을 뜻한다.

새 지침에 따르면 피고는 '명백히 근거 없는 소송'일 경우 법원에 기각을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은 조기 기각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특히 공익적 문제 제기를 방해할 목적으로 소송 절차를 오용한 것으로 판단되면 법원은 원고 측에 피고 측의 소송 비용은 물론, 소송으로 피고가 입은 손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또 EU 회원국에 거주하는 개인이 제3국에서 피소를 당한 경우, 그 내용이 명백히 근거가 없거나 오용한 것으로 간주되면 제3국 사법당국 판결 집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각 회원국에는 슬랩 소송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보호 장치와 구제책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번 지침이 조만간 관보에 게재되면 게재 기준 20일 이후 공식 발효된다.

지침(Directive)은 EU의 입법 종류의 한 형태로, 27개국은 지침이 발효되면 법적 가이드라인 삼아 2년 이내에 국내법을 제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르면 늦어도 2026년 상반기부터 EU 전역에서 시행될 전망이다.

유럽 내 대표적 슬랩 소송 피해자 중 한 명은 2017년 피살된 몰타 국적의 탐사 전문 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당시 53세)라고 dpa 통신은 보도했다.

생전 정치권이 연루된 각종 부정부패를 폭로했던 그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만 47건에 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