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투자 트렌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월 1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방문해 자동차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라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3월 1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방문해 자동차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라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바닥을 다지는 단기 반등인가, 오랜 하락을 마치고 기지개를 켜는 것인가’. 2차전지 테마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내리막길을 걷던 2차전지 관련주들이 올 들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2차전지 테마에 뭉칫돈을 밀어 넣었다. 반면 주저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한동안 달콤한 수익을 안겨주던 핵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테마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2차전지 투자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올 들어 4000억 자금 순유입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외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에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자금이 빠져나가던 작년과는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가장 순유입 규모가 컸던 ETF는 ‘삼성KODEX 2차전지산업’으로 1260억원이 몰렸다. 2차전지의 밸류체인인 원재료, 장비, 부품, 제조 등과 관련한 국내 상장기업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뒤를 이은 것은 ‘삼성KODEX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1064억원)다. 삼성KODEX 2차전지산업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해당 ETF가 상승할 것으로 굳게 믿는 투자자들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뭉칫돈 몰리는 2차전지…바닥 다지고 반등할까


이 밖에도 미래에셋TIGER2차전지테마(726억원), 미래에셋TIGER2차전지TOP10(516억원), KBSTAR2차전지액티브(36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 유형 테마 중에서는 2차전지 관련 ETF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작년 8월 이후 2차전지 관련 ETF로는 월간 1000억~3000억원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로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 리튬 가격 반등 등이 꼽힌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하지만 인터배터리 행사, 민관 협동 배터리 얼라이언스 회의 등으로 정책 기대감이 생겼다”며 “최근 리튬 가격 반등세도 2차전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 낙폭 과대 인식과 독일 생산 공장 가동 재개로 반등했다”며 “모건스탠리의 배터리 수요 호조 전망과 CATL 목표 주가 상향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2차전지에 악재?

다만 상승 랠리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수요 둔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기차 주요 지역인 중국과 유럽의 전기차 침투율이 30% 가까이 도달하며 전기차 수요 둔화가 포착되고 있다”고 내다보았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임러·포드·폭스바겐·BMW 등 글로벌 주요 업체는 전동화 속도 조절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전기차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미의 경우 전기차 침투율이 7% 수준으로, 중국과 유럽 대비 높은 전기차 시장 성장이 전망되지만 미국 대선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업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관련 예산을 일자리 확대 등 다른 곳에 사용하겠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IRA가 전면 폐지되지 않더라도 관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 이유다. 산업 전체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지난해 IRA 보조금 혜택이 상당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6770억원, SK온이 6170억원 규모로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힘입어 작년 영업이익 2조17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SK온은 지난해 580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보조금 혜택을 제외한 적자 규모는 1조1900억원으로 지난해 적자 1조700억원보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IRA를 전면 부정하기는 어렵기에 한동안 보조금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뭉칫돈 몰리는 2차전지…바닥 다지고 반등할까


전문가들 호재보다는 악재에 무게

이처럼 장기적으로는 2차전지 투자에 긍정적 요소보다 부정적 요인이 많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내 2차전지 기업의 경우 구조적으로 중국 기업 대비 원가 경쟁력에서 열위에 놓여 있기에 보조금이 사라지면 사업 불확실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등한 리튬 가격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 대비 비교하면 약 9.2%가 상승한 셈이지만, 이는 전방 수요가 올라와서라기보다 호주 광산업체의 감산 움직임과 중국 리튬 산지에 대한 환경 검사 방침 등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산화리튬 가격은 2월 8% 하락 이후 한 달 넘게 횡보세를 유지하고 있고, 관련 선물 가격도 미결제 약정이 확대되고 있어 단기 가격 반등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업체의 가격 인하 움직임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독일에서 모델Y의 판가를 내린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지난 2월 미국 내 가격을 한시적으로 낮췄다. 인하폭은 2%대 수준이다. 3월 들어서는 판매량이 부진한 중국 시장에서 모델3와 Y에 대해 3월 말까지 최고 3만 4600위안(약 4807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 전기차업체 BYD의 경우는 이에 앞서 한(Han)과 탕(Tang) 모델에 대해 약 10~15% 규모의 큰 폭 가격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장정훈 연구원은 “앞으로 종목별로 상이한 주가 흐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고, 이슈가 바뀔 때마다 주가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리스크와 리턴을 동시에 고민하는 투자자에게는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는 수요 변화보다 새로운 소재 개발이나 적용 이벤트를 활용한 적극적인 트레이딩도 가능한 바벨형 투자전략(양 극단에 투자하는 자산배분 전략) 모색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