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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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또 다시 갈등을 빚었다. 블랙록을 주 교육기금 위탁운용사에서 해고한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날리면서다. 원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주력 산업으로 하고 있는 텍사스는 "워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를 그만두라"며 블랙록과 반목을 거듭해오고 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친환경 투자 방침을 밝힌 이후부터다.

텍사스주 교육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2021년 도입된 텍사스주 법에 따라 블랙록을 교육기금 위탁운용사에서 해임한다"고 밝혔다. 텍사스 주 교육기금의 운용자산은 총 530억달러 가량이다. 블랙록은 이가운데 약 85억달러를 대신 운용하고 있다. 주 교육위가 언급한 2021년 법률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방침 등을 통해 화석연료 산업 보이콧에 관여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애런 킨지 교육위원장은 "텍사스주 법상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내걸어 에너지 관련 기업 투자를 거부하는 운용사에는 일을 맡길 수 없게 돼 있다"며 "블랙록과의 자금 위탁운용 계약은 이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교육기금은 5만2000㎢에 달하는 토지의 에너지·광물자원 운영권을 보유한 텍사스 제너럴 랜드 오피스(GLO)로부터 연간 10억달러의 기금을 받아 조성된다. 킨지 위원장은 "우리의 기금 자산은 주로 석유와 가스 산업에서 나온다"며 이에 반하는 투자 철학을 가진 블랙록에 자산 운용을 맡길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블랙록은 즉각 반발했다. 블랙록은 "주 교육위의 일방적 결정은 텍사스 학교의 미래에 해를 끼칠 결정"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화석연료 업계와 공화당의 잇단 반(反)ESG 비판에 직면한 뒤 블랙록은 "자사는 텍사스를 포함한 미국 전역의 에너지 기업에 대한 최대 투자자 중 하나"라며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전환기 투자를 이끌겠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해 실제로 텍사스에 본사를 둔 옥시덴탈페트롤리엄과의 프로젝트에 5억5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블랙록의 임원 출신인 테렌스 킬리 ESG 전략 평론가는 "정치와 금융은 교회와 국가만큼이나 분리되어야 한다"며 "오늘 텍사스의 결정은 큰 후퇴"라고 비판했다. 핑크 CEO는 "지난해 반(反)ESG 역풍으로 인한 자금 운용 손실 규모가 40억달러에 이른다"며 "정치화된 ESG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