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세븐틴, 가수 임영웅, 아이유 /사진=각 소속사 제공
그룹 세븐틴, 가수 임영웅, 아이유 /사진=각 소속사 제공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축구 경기와 함께 K팝 공연 개최로 바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내달 세븐틴을 시작으로 5월 임영웅, 9월 아이유 콘서트까지 예정됐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021년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천연 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새롭게 깔았다. 투입된 예산은 10억원. 이후 잔디 관리에 공을 들이면서 대중가수 공연 허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바다.

그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공연은 드림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서태지, 싸이, 빅뱅, 지드래곤 콘서트까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마저도 하이브리드 잔디를 깔고 1년 간은 전무했고, 지난해 8월 정부 행사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와 같은 해 9월 MBC 주최의 '아이돌라디오 라이브 인 서울' 단 2건이 진행됐다.

하지만 서울 시내 대형 공연장의 부재로 가요계의 대관난이 극심해지면서 결국 서울월드컵경기장도 문을 열게 됐다. 최대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올림픽주경기장은 현재 리모델링으로 사용할 수 없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전 준비로 내내 쓰지 못했던 고척스카이돔은 오는 23일부터 곧바로 국내 프로야구가 개막해 이 역시 선택지가 확 줄어들게 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6000석 규모를 자랑한다. 콘서트형 무대를 설치하면 약 4~5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간이 넓고,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만큼 무대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그라운드 활용을 얼마나 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잔디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K리그 시즌 중임을 언급하며 '잔디 보호해야 하는 곳에서 콘서트를 한다니', '콘서트는 공연장 가서 해라'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앞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때도 같은 지적이 일었던 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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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 측은 문화행사 대관 심사 시 잔디 보호, 안전 대책, 행사 규모 등을 다각도로 검토·심사하고 있다. 대관 공고 시에 잔디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도 사전 안내 및 공지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대관 담당자는 한경닷컴에 "문화행사의 경우 대관 공고 시에 잔디 훼손 관련 유의 사항을 담고 있는 잔디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사전 안내 및 공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잔디 훼손에 따른 원상 복구 사전 동의 제도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연 무대 설치 및 공연 진행 시에는 불필요한 잔디그라운드 출입을 제한하는 등 행사 전 과정에 걸쳐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한 철저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잔디의 회복 기간과 관련한 질의에는 "잔디의 손상 정도와 계절적 기후에 따라 다르며, 생육이 왕성한 봄·가을 시기를 기준으로 경미한 손상은 대략 3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고 심각한 손상의 경우 회복이 불가해 교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아티스트 측도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추후 공연 관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데, 그라운드 훼손을 줄이기 위한 방안 등도 포함될 거다. 이전 사례들을 검토하며 대안을 추가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장 건립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당장은 스포츠계와 문화계의 '상생'이 강조되기도 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잔디구장의 우선순위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공연할 때마다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 적지 않은 잔디 복구 예산을 편성하고, 무대를 설치하거나 철거할 때도 경기장 측의 촘촘한 관리를 받게 된다"면서 "그런데도 매번 주최 측이 죄인이 되는 분위기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K팝 공연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느는데, 서울 내에서 대형 공연을 개최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보니 최근에는 인천·경기 등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 새로운 장소도 물색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 경우 스태프·관객 모두에게 친숙한 곳이 아니라 운영 측면에서도 체크할 것들이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측 관계자는 "향후 공연과 체육 등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어야 한다면, 설계 단계부터 해외 우수사례 등이 충분히 검토·반영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