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독일보다 유럽 경제가 더 걱정"
ECB 총재, 6월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그 이후는 미확정"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오는 6월 첫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으나 이후 추가 인하는 약속할 수 없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열린 ECB 콘퍼런스에서 "우리의 정책 결정과 관련된 경제지표들에 대해 4월에는 조금 더, 6월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결정은 지표에 의존하고 회의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이는 첫 금리인하 이후에도 금리와 관련된 특정 경로를 미리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첫 금리인하 시기가 갈수록 명확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통화 완화 정책의 속도와 최종 금리 수준 등으로 모아지고 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ECB가 7월까지 2차례 금리를 내리고 이후 연말까지 2차례 더 인하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등 일부 ECB 인사들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들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비해 루이스 데긴도스 ECB 부총재 등은 지난 19일 "우리가 보는 지표에 따라 정책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필립 레인 ECB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필요한 긴축의 수준과 근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임금의 진전 상황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랜 시장 조율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ECB 인사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 1년 넘게 경기침체 직전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제한적인 정책 기조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드 코스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예상보다 강한 통화정책의 영향이 유로 지역 성장 전망의 하방 리스크(위험)로 남아 있다"면서 "그러한 리스크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라 긴축 정도를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이날 자르브뤼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독일을 '유럽의 병자'라고 부르고 있지만 과도한 관료주의와 높은 세금 등 숙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유럽이 병에 걸리는 것에 대해 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차단과 아시아 수요 약화, 친환경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제조업 등으로 경기침체에 빠져 있으나 올해 말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비해 유로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와 관련해 "이들 지표가 근원 인플레이션의 경로와 그에 대한 우리의 전망 사이에 충분한 일치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정책 효과가 지속된다면 제한적인 정책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