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의무 게을리해 의료사고"…의사 면허는 유지
간호조무사 실수로 수술 중 화상…의사 금고형 집행유예 확정
수술 중 간호조무사의 행위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환자에게 화상을 입혔다는 이유로 기소된 의사에게 금고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9일 확정했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A씨는 2018년 4월 수술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환자에게 전치 8주의 화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전기수술기의 패치를 부착했는데, 사용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잘못된 부위에 붙이는 바람에 패치가 수술 도중 떨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이밖에 진료기록부를 부실하게 작성한 혐의(의료법 위반)도 추가했다.

A씨는 법정에서 전기 수술기의 오작동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고, 패치 부착은 간호조무사의 업무이므로 자신에게 형사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반면 간호조무사는 "피고인으로부터 패치를 붙이는 부위에 대해 특별히 교육받은 적이 없다.

피부가 닿으면 된다고 배웠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1심 법원은 "의사로서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며 A씨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간호조무사에게 패치를 부착할 부위와 방법을 충분히 교육하지 않았으며 수술 중에도 패치가 제대로 붙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A씨가 불복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업무상과실치상죄의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금고형이 확정됐지만 A씨가 의사직을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A씨에게 적용된 개정 전 의료법은 의료 관련 법을 어겨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의사 면허를 취소한다.

작년 11월 시행된 개정 의료법은 모든 범죄로 범위를 넓혔으나 업무상과실치상죄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