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써야 내어준다는 버킨백…'에르메스' 성장 비결이었다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36회
"다른 품목 함께 사야 구입 자격 부여"
실제로 에르메스 버킨백 하나 사려면
구매실적 5000만~1억원 쌓아야 가능
"다른 품목 함께 사야 구입 자격 부여"
실제로 에르메스 버킨백 하나 사려면
구매실적 5000만~1억원 쌓아야 가능

에르메스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얼어붙은 명품 시장에서도 2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세계 최고 명품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도 연간 매출이 134억 유로(약19조2000억원)에 달했다. 한국 시장에서만도 연간 6000억원 이상씩(매출 기준) 벌어들인다.
미국서 소송 당한 에르메스
해외에서도 에르메스 매장은 원하는 물건을 사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한테나 물건을 팔지 않는다”는 에르메스 특유의 콧대 높은 판매 전략이다.이 때문에 에르메스는 미국에서 소송전에 휘말렸다.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소비자 2명은 "에르메스가 버킨백 판매시 해당 소비자가 충분히 ‘가치 있는’ 고객인지 선별하는 게 부당하다"며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에르메스 측은 소송과 관련한 입장 요청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가 없다고? 당신에겐 안판 것!"
버킨백은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한 영국 여성’이자 ‘패션 아이콘’으로 불린 영국 출신 가수 겸 배우인 고(故) 제인 버킨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이다. 국내 매장에선 약 1500만~2억6000만원의 가격대에 판매된다.
한정된 수량의 백을 본사가 조절하며 판매하기에 신제품을 받으려면 웨이팅 리스트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고 몇 년씩 기다리기도 한다. 구매력이 있고 곧바로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은 비싼 웃돈을 주고 중고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사는 이유다.
명품업계에서는 통상 버킨백이나 켈리백을 손에 넣기 위해 소비자가 에르메스 국내 매장에서 써야 하는 돈을 5000만~1억원가량으로 본다. 에르메스의 각종 액세서리와 스카프, 그릇 등을 꾸준히 구매하며 에르메스의 충성고객이 돼야 점장이 한정 수량의 버킨백이나 켈리백을 내어주는 구조다.
한 명품 매장 점장은 “인기 모델은 한 해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고객만 수백명”이라며 “인기 모델이 리셀시장에서 프리미엄이 크게 붙을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나에게 가방을 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매 이력이 쌓이고 단골이 돼 매장에 많은 수익을 남기는 고객에게 상품을 먼저 팔 수 밖에 없다”면서 “초고가 인기 명품매장에선 큰 손 고객을 위해 점장이 직접 현지에 방문해 원하는 물건을 구해올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