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션: 도쿄역 유동인구를 쇼핑몰로 보내라'
롯폰기 마루노우치 시부야 하라주쿠 등 ‘도쿄의 얼굴’로 꼽히는 곳들은 부동산 디벨로퍼를 통해 저마다의 특색을 찾고 현대적인 모습을 뽐낼 수 있게 됐다. <도쿄를 바꾼 빌딩들>은 디벨로퍼들의 활약을 담은 이야기다. 저자 박희윤은 롯폰기 힐스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부동산개발업체 모리빌딩에 최초로 입사한 한국인이다. 그는 모리빌딩의 컨설팅회사 모리빌딩도시기획의 수석컨설턴트 및 한국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HDC현대산업개발 본부장을 맡고 있다.

마루노우치는 한국으로 치면 광화문과 여의도, 서울역 앞을 합쳐놓은 곳이다. 금융회사와 언론사, 대기업 등 4100여 개 회사와 25만 명의 회사원이 밀집한 일본 최대 오피스 거리다. 일본 경제가 초호황을 누린 1980년대에는 기업들이 이곳에 입성하고자 줄을 섰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관심이 시들었다.

마루노우치 땅의 70%를 갖고 있는 미쓰비시그룹의 부동산개발회사 미쓰비시지쇼는 차근차근 재개발을 시작했다. 그들은 하루 200만 명이 이용하는 도쿄역에 주목했다. 도쿄역 유동인구를 공략하기 위해 2002년 마루노우치 마루빌딩을 지었다. 그리고 31m 떨어진 곳에 마이플라자 빌딩을 세웠다. 두 빌딩은 쇼핑몰과 식당 등으로 채워졌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벤트도 자주 열었다. 어느 건물에 주차하든 같은 쇼핑몰에 주차한 것처럼 할인받을 수 있게 했다. 저자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집객장치를 자석으로 비유하는데 자석이 하나만 있으면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며 “일정 거리를 둔 2개의 집객 거점을 만들고 그 거점 간의 거리를 매력적으로 가꾸는 전략을 쓸 만하다”고 말했다.

21세기 일본 도시개발의 상징으로 꼽히는 롯폰기 힐스는 삶과 일, 문화, 쇼핑을 한곳에 모은다는 콘셉트가 먹혔다. 이곳 오피스 임차인으로 골드만삭스, 맥킨지, 구글 재팬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이 많다. 54층짜리 오피스 건물이 뚱뚱한 게 도움이 됐다. 롯폰기 힐스는 사무실 한 개 층이 약 5400㎡(1630평)에 이른다. 꼭대기 층까지 다 같다. 이게 기업들에 호평받았다. 어지간히 큰 기업도 한 층에 모든 기능을 집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궁금증이 생긴다. 한국은 왜 이런 개발이 잘 이뤄지지 못할까.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무엇일까.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