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이 된 딸을 구하라’ 이병헌표 코미디는 한계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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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무해한 무리수’
류승룡 안재홍 연기 빛나지만... 설득력이 문제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무해한 무리수’
류승룡 안재홍 연기 빛나지만... 설득력이 문제
수상한 택배는 함부로 만지지 말 것. 아빠 회사에 닭강정을 사서 놀러온 최민아(김유정)가 어떻게 됐나 보라. 출처 불명의 보라색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이 돼버렸다. 아버지인 최선만(류승룡), 민아를 짝사랑한 직원 고백중(안재홍)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부작 '닭강정'의 로그라인은 당황스럽다. 2019년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관객 감독이 된 이병헌 감독은 이번에도 빵빵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까. 지난 15일 공개된 '닭강정'은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올랐지만 반응은 크게 갈린다.
원작인 웹툰 ‘닭강정(박지독 작가)’의 세계관이 드라마에서도 먹히느냐가 관건이다. 초반 웃음은 기세 좋게 터진다. 먹음직스러운 닭강정을 보며 애절하게 딸 이름을 부르고, 튀김옷이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노심초사하는 아빠의 모습은 웃프다. 민아, 아니 닭강정이 다른 닭강정들과 섞여 길바닥을 구르거나, 누군가의 위장으로 사라지기 직전일 때 스릴은 만만치않다. 의인화하지 않은 순수 닭강정이란 점도 중요하다. 주변이 아무리 소란해도 침묵을 지키는, 닭강정의 그 ‘태연함’이 미묘한 웃음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설정을 납득할 수 없는 시청자에겐 이 모든 것이 그저 헛소동이다. 인간이 닭강정으로 변한다니.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 수사하러 치킨집을 차렸다가 뜻밖에 히트를 친다는 '극한직업'의 로그라인은 이에 비해 현실적이었다.
2년여 전, '닭강정' 제작 소식이 관련 업계에서 화제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인간이 스마트폰에 갇히는 이야기인 '사장님을 잠금해제'(2022)의 제작 소식과 함께, 드라마 스토리텔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계 또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
현실성과 개연성 없어도,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걸까. 뇌를 빼고 봐도 되는 드라마, ‘뇌빼드’란 단어가 유행을 탔다. TV 앞을 성실히 지키는 중년 시청자들과 달리, OTT라는 선택적 매체를 즐기는 젊은 시청자들은 웹툰의 끝모를 상상력을 즐길 줄 안다. '닭강정'의 시공간 또한 우주와 조선시대를 넘나든다. 외계인과 로봇, 애벌레를 아우르는 캐릭터들이 이를 채운다. 아무리 기발한 걸 좋아하는 시청자라고 해도, 그 설정이 남발되면 지루할 수 밖에 없다. '닭강정'의 중후반은 그런 면에서 아슬아슬하다.
성긴 틈을 채우는 것은 캐릭터다. 류승룡이 연기한 선만은 온갖 좌절과 굴욕을 담당하지만, 딸을 구하겠다는 꿋꿋한 의지가 있기에 연민을 자아낸다. '극한직업'의 형사들이 아무리 망가져도 마약범 잡겠다는 일념이 있기에 응원 받았듯이.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감독과 함께 한 안재홍은 샛노란 바지를 극중 내내 입고 다닌다. 그가 연기한 백중은 처음에 바보로 오해받았을 정도로 순수한 캐릭터다. ‘옐로 팬츠’에 얽힌 눈물겨운 사연(“예쁜데?”)은 나중에 드러나고, 그의 마지막 결단 또한 나름의 뜻을 보여준다. 괴짜 박사를 연기한 유승목 외에도 정승길, 황미영 등의 코믹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이들과 로봇, 벌레까지 총집합 한 후반 액션 시퀀스는 '극한직업'의 마지막 액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스물'(2015), '바람 바람 바람'(2018) 등 이병헌 코미디의 인물들은 우스꽝스러울지언정 비호감은 아니다.
코미디로서 '닭강정'은 성공했는가. 부조리한 내용을 뻔뻔하게 전달하는 대사들, 엇박자 리액션이 자아내는 미묘한 긴장감, 그 예측불가의 흐름을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웃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한입거리 닭강정이 대견하고 뭉클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짧게 스쳐가긴 하지만, 인류를 위한 마지막 메시지 또한 감동 요소다. 물론 이는 취향맞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납득도 공감도 어려운 시청자들에겐 그저 10부작짜리 농담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무해하지만, 무의미한 농담. /김유미 객원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부작 '닭강정'의 로그라인은 당황스럽다. 2019년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관객 감독이 된 이병헌 감독은 이번에도 빵빵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까. 지난 15일 공개된 '닭강정'은 단숨에 화제작으로 떠올랐지만 반응은 크게 갈린다.
원작인 웹툰 ‘닭강정(박지독 작가)’의 세계관이 드라마에서도 먹히느냐가 관건이다. 초반 웃음은 기세 좋게 터진다. 먹음직스러운 닭강정을 보며 애절하게 딸 이름을 부르고, 튀김옷이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노심초사하는 아빠의 모습은 웃프다. 민아, 아니 닭강정이 다른 닭강정들과 섞여 길바닥을 구르거나, 누군가의 위장으로 사라지기 직전일 때 스릴은 만만치않다. 의인화하지 않은 순수 닭강정이란 점도 중요하다. 주변이 아무리 소란해도 침묵을 지키는, 닭강정의 그 ‘태연함’이 미묘한 웃음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설정을 납득할 수 없는 시청자에겐 이 모든 것이 그저 헛소동이다. 인간이 닭강정으로 변한다니.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 수사하러 치킨집을 차렸다가 뜻밖에 히트를 친다는 '극한직업'의 로그라인은 이에 비해 현실적이었다.
2년여 전, '닭강정' 제작 소식이 관련 업계에서 화제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인간이 스마트폰에 갇히는 이야기인 '사장님을 잠금해제'(2022)의 제작 소식과 함께, 드라마 스토리텔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계 또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
현실성과 개연성 없어도,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걸까. 뇌를 빼고 봐도 되는 드라마, ‘뇌빼드’란 단어가 유행을 탔다. TV 앞을 성실히 지키는 중년 시청자들과 달리, OTT라는 선택적 매체를 즐기는 젊은 시청자들은 웹툰의 끝모를 상상력을 즐길 줄 안다. '닭강정'의 시공간 또한 우주와 조선시대를 넘나든다. 외계인과 로봇, 애벌레를 아우르는 캐릭터들이 이를 채운다. 아무리 기발한 걸 좋아하는 시청자라고 해도, 그 설정이 남발되면 지루할 수 밖에 없다. '닭강정'의 중후반은 그런 면에서 아슬아슬하다.
성긴 틈을 채우는 것은 캐릭터다. 류승룡이 연기한 선만은 온갖 좌절과 굴욕을 담당하지만, 딸을 구하겠다는 꿋꿋한 의지가 있기에 연민을 자아낸다. '극한직업'의 형사들이 아무리 망가져도 마약범 잡겠다는 일념이 있기에 응원 받았듯이.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감독과 함께 한 안재홍은 샛노란 바지를 극중 내내 입고 다닌다. 그가 연기한 백중은 처음에 바보로 오해받았을 정도로 순수한 캐릭터다. ‘옐로 팬츠’에 얽힌 눈물겨운 사연(“예쁜데?”)은 나중에 드러나고, 그의 마지막 결단 또한 나름의 뜻을 보여준다. 괴짜 박사를 연기한 유승목 외에도 정승길, 황미영 등의 코믹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이들과 로봇, 벌레까지 총집합 한 후반 액션 시퀀스는 '극한직업'의 마지막 액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스물'(2015), '바람 바람 바람'(2018) 등 이병헌 코미디의 인물들은 우스꽝스러울지언정 비호감은 아니다.
코미디로서 '닭강정'은 성공했는가. 부조리한 내용을 뻔뻔하게 전달하는 대사들, 엇박자 리액션이 자아내는 미묘한 긴장감, 그 예측불가의 흐름을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웃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한입거리 닭강정이 대견하고 뭉클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짧게 스쳐가긴 하지만, 인류를 위한 마지막 메시지 또한 감동 요소다. 물론 이는 취향맞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납득도 공감도 어려운 시청자들에겐 그저 10부작짜리 농담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무해하지만, 무의미한 농담. /김유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