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서부터 포르노소설까지…책 파라다이스 '진보초'를 아시나요

신간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1877년 도쿄대가 세워지면서 그 인근에 메이지대, 주오대, 호세이대, 니혼대 등이 잇따라 설립됐다.

대학이 들어서니 자연스럽게 서점이 하나둘 생기면서 서점 거리가 형성됐다.

일본 도쿄의 명물 진보초 고서점 거리(간다진보초·神田神保町)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진보초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거대한 책거리다.

130여개 고서점이 줄지어 늘어선 데다 저마다 다른 전문서를 취급한다.

서점 하나하나가 마치 책장 같은 역할을 해서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도서관을 이룬다.

진보초 고서점에 들어가면 옛 시절로 회귀한 듯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가게마다 낡은 간판, 손때 묻은 책 수레, 손으로 쓴 안내문….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지배하는 작금의 세태와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

그런 고서점도 최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레트로 유행에 따라 젊은 층이 자주 찾으면서다.

진보초에서 책을 펼쳤다 닫았다 하며 사진만 찍고 나가는 사람들이 상당하다고 서점주들은 귀띔한다.

진보초에는 유서 깊은 서점이 수두룩하다.

산세이도 본점(1881년), 도쿄도서점(1890년) 같은 신간을 취급하는 대형 서점도 유명하지만, 유럽과 미국 고서 전문 기타자와서점(1902년), 아시아 서적 전문 우치야마서점(1917년), 영화와 연극을 다루는 야구치서점(1918년), 고지도 전문 신센도서점(1907년)과 같은 전문점도 각각 명성을 얻고 있다.

책 종류도 다양하다.

철학, 문학, 자연과학, 예술 등의 학술서·전문서뿐 아니라 연예인이나 아이돌 화보집, 포르노 소설, 미스터리, 바둑, 오컬트, 고양이 책 등 갖가지 기이한 책들을 취급하는 서점이 즐비하다.

170여 개의 서점, 240여 개 출판사, 잡지사, 인쇄소 등 제작에서 유통까지 출판 주체들이 죄다 모인 진보초 고서점 거리는 서점인과 출판인 그리고 독서인이 협력해 지켜온 지식 유통의 거점이라 할 수 있다.

연극 제작자이자 번역가인 박순주 씨는 4~5대로 이어진 유서 깊은 서점과 최근에 생긴 서점 등 18곳을 찾아가 진보초의 감춰진 이야기를 들춰낸다.

신간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를 통해서다.

저자는 일본이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마루노우치가 정치경제 중심지로, 긴자가 소비문화 중심지로 활약했다면 진보초는 지식 유통의 중심지로서 주목받았다고 말한다.

정은문고. 37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