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 '피벗' 도미노…2년간 인플레와의 전쟁 끝나나 [글로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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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예고하면서 올해 안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종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1~2월 물가상승률이 단기간 상승했지만, 중앙은행은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치른 중앙은행들이 줄이어 긴축을 해제하면서 글로벌 자본 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선진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종식을 선언하기에 앞서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줄줄이 단행할 예정이다.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주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스위스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도 처음 금리 인하를 시행했다.
토마스 조던 SNB 총재는 "지난 2년 반 동안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며 "최근 수 개월 동안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대로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영국도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BOE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근 몇 주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를 발견했다"며 "아직 금리를 인하할 시점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하를 확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인터뷰를 통해 6월 인하 계획을 재공표했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경향이 짙은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긴축 사이클이 종식될 것을 시사했다.
남미에서도 금리 인하 신호탄이 울렸다. 중남미 지역 2위 경제 대국인 멕시코도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중남미에서 가장 매파적인 멕시코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 연 11.25%에서 11%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멕시코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파라과이 중앙은행도 8회 연속 금리를 낮추기로 결정했다. 전날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필립 힐데브랜드 SNB의 전 회장은 블룸버그TV에서 “(스위스의 결정은) 우리가 전환점을 돌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려준다”며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완화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장기적으로 어디에 정착하느냐 하는 점이다”고 평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연달아 통화정책 전환을 추진한 배경엔 미국 중앙은행(Fed)이 있다. Fed는 지난 20일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동일하게 연내 금리 전망을 4.6%로 제시했다. 한 번에 25bp(1bp=0.01%P)씩 내릴 경우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영국 등 다른 국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사한 뒤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며 줄줄이 피벗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톰 오클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처럼 초대형 선박은 방향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이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통화 역류가 나타날까 염려한 중앙은행은 한발 앞서서 통화정책을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의 인플레이션도 점차 둔화하는 모양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지난 1월 인플레이션율은 연 2.9%를 기록했다.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치(2%)에도 근접하고 있다. 시장은 글로벌 피벗 행렬을 반기는 모양새다. 통화 긴축이 해제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했다. 미국 3대 지수가 21일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모두 갈아치웠다. 다우지수는 장중 4만달러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금 가격도 연일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인 트로이온스(약 31g)당 2222.39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과매수 우려로 인해 소폭 하락하며 218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주식 시장과 금 가격 모두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만물 랠리설'까지 확산하는 형국이다.
일반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기 위해 투자하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기준 금리와는 역관계를 보인다.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금 투자 수요가 줄어들어서다. 금리인하로 인한 달러 약세를 금 투자로 헷지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에서 과잉 매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ed가 공표한 것과 달리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주식 시장이 삽시간에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샤안 라이타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1일 CNBC에 출연해 "기본적인 전망은 올해 Fed의 금리인하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전 세계 중앙은행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금리 인하 예상 횟수는 이미 연초 7번에서 3번으로 내려갔다"면서 "그것은 그 이유에 달려 있다. 만약 그것이 강한 경제, 특히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되는 공급자 측 주도의 성장 때문이라면 주식시장은 랠리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미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는 것도 믿는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선진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종식을 선언하기에 앞서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줄줄이 단행할 예정이다.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주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스위스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도 처음 금리 인하를 시행했다.
토마스 조던 SNB 총재는 "지난 2년 반 동안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며 "최근 수 개월 동안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대로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영국도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BOE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근 몇 주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를 발견했다"며 "아직 금리를 인하할 시점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하를 확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인터뷰를 통해 6월 인하 계획을 재공표했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경향이 짙은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긴축 사이클이 종식될 것을 시사했다.
남미에서도 금리 인하 신호탄이 울렸다. 중남미 지역 2위 경제 대국인 멕시코도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중남미에서 가장 매파적인 멕시코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 연 11.25%에서 11%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멕시코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파라과이 중앙은행도 8회 연속 금리를 낮추기로 결정했다. 전날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필립 힐데브랜드 SNB의 전 회장은 블룸버그TV에서 “(스위스의 결정은) 우리가 전환점을 돌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려준다”며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완화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장기적으로 어디에 정착하느냐 하는 점이다”고 평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연달아 통화정책 전환을 추진한 배경엔 미국 중앙은행(Fed)이 있다. Fed는 지난 20일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동일하게 연내 금리 전망을 4.6%로 제시했다. 한 번에 25bp(1bp=0.01%P)씩 내릴 경우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영국 등 다른 국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사한 뒤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며 줄줄이 피벗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톰 오클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처럼 초대형 선박은 방향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이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통화 역류가 나타날까 염려한 중앙은행은 한발 앞서서 통화정책을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의 인플레이션도 점차 둔화하는 모양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지난 1월 인플레이션율은 연 2.9%를 기록했다.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치(2%)에도 근접하고 있다. 시장은 글로벌 피벗 행렬을 반기는 모양새다. 통화 긴축이 해제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했다. 미국 3대 지수가 21일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모두 갈아치웠다. 다우지수는 장중 4만달러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금 가격도 연일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인 트로이온스(약 31g)당 2222.39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과매수 우려로 인해 소폭 하락하며 218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주식 시장과 금 가격 모두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만물 랠리설'까지 확산하는 형국이다.
일반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기 위해 투자하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기준 금리와는 역관계를 보인다.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이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금 투자 수요가 줄어들어서다. 금리인하로 인한 달러 약세를 금 투자로 헷지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에서 과잉 매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ed가 공표한 것과 달리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주식 시장이 삽시간에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샤안 라이타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1일 CNBC에 출연해 "기본적인 전망은 올해 Fed의 금리인하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전 세계 중앙은행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금리 인하 예상 횟수는 이미 연초 7번에서 3번으로 내려갔다"면서 "그것은 그 이유에 달려 있다. 만약 그것이 강한 경제, 특히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되는 공급자 측 주도의 성장 때문이라면 주식시장은 랠리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미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는 것도 믿는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