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전환지원금의 액수를 늘리라는 게 골자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 3사 및 단말기 제조사 대표사들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가졌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과 김영섭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가 매우 크며 물가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민생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최근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및 경쟁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전환지원금 정책과 관련해 사업자들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10여년 동안 유지해온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말기 유통법) 폐지 방침을 정했다. 국회에서 법안 폐지가 결정되기 전까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업체 간 경쟁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14일부터 통신사를 옮기는 이용자에 한해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 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전환지원금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1일 기준 최대 13만원의 전환지원금이 나오는데 대상 스마트폰이 한정됐다. 고가 요금제 사용도 필수다. 방통위는 지난 18일에 통신사·제조사 임원을 불러 지원금 상향을 촉구했다. 이어 위원장이 직접 CEO들을 만나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업계에선 “당장 다음 달 총선을 앞둔 만큼 정부의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며 “전환지원금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전환지원금 외에도 공시지원금 확대, 중저가 요금제 도입,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불법 스팸을 줄이기 위해 통신사들이 상반기 중 시행 예정인 '전송자격인증제'와 삼성전자 및 통신 3사가 공동 개발한 스팸 필터링 서비스 등 이용자 편익 증진을 위한 조치들도 대화 주제에 올랐다.

통신사와 제조사 대표들은 "통신 서비스가 국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만큼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및 이용자 보호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서비스 혁신과 성장 못지 않게 오늘 논의된 이용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이 안전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취약계층 지원과 본인확인 업무, 위치정보 보호 등에 있어서도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해달라"며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향후 정책 수립 시 반영해 한국 통신 사업이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