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표심…"동네 잘 알고 일 해본 나경원" "때 안묻고 신선한 류삼영"
6번 총선서 여야 3승 3패 '한강벨트 격전지'…중도·부동층 변수

"일할 사람 뽑아야죠." "공약부터 볼게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는 초·중학교 학부모총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30·40대 학부모들이 들려준 민심은 한결같았다.

4·10 총선을 앞두고 '한강벨트 승부처' '전략적 요충지' 등 온갖 수식어가 따라붙는 동작을이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지역 발전과 민생 이슈를 해결해줄 "우리 동네 국회의원"을 찾고 있었다.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흑석동 은로초 학부모 조인경(36) 씨는 "아이들 문제가 우선이다.

다른 건 와닿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동작구에서 7년째 살아온 조 씨는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에 교차해 투표한 전형적 '스윙보터'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교육·안전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당 1동에서 십수년째 세탁소를 운영했다는 60대 이재중 씨도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찍어봤는데 정당이 중요하지는 않더라"면서 "매년 반복되는 골목길 침수 문제부터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10 격전지 르포] '스윙보터' 동작을…전국구 4선 vs 정치 신인
'한강벨트' 한복판에 자리한 동작을은 거대 양당의 관심이 집중된 '핫한' 선거구다.

동쪽으로 보수진영이 우세한 '강남 3구', 서남쪽은 야권 지지세가 두터운 관악·금천·구로구가 이어지는 이곳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서울 전체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막판까지 표심을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대표적 '스윙보터' 선거구이기도 하다.

최근 6번의 총선에서 여야가 세 번씩 승패를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은 4선 경력의 '전국구 정치인' 나경원 전 의원을 통해 탈환을 노리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신인' 류삼영 전 총경에게 수성을 맡겼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정치는 관심 없다"고 입을 모았고, 종일 시장으로 학교 앞으로 바닥을 누빈 후보들도 일절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4년 만에 권토중래에 나선 나 후보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동작 사람'이다.

지역 현안과 교육·교통에 집중하며 '지역일꾼론' 전략을 펴고 있다.

이날도 지하철 역사, 학교 앞 등 현장 유권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 이슈는 언급하지 않았다.

명함 뒷면은 15개 공약으로 빼곡하게 채웠다.

나 후보 측은 "후보자 경력·이력을 나열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정책으로만 승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2014년 보궐선거를 통해 동작을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 10년간 지역 기반을 다졌다.

이 때문인지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연령대와 지지 정당을 떠나 나 후보가 여러 지역 현안을 해결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듯했다.

사당동 소재 구립어린이집 앞에서 만난 30대 학부모 송모 씨는 "이번에는 아무래도 동네를 잘 알고 일도 해본 나 후보를 뽑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민주당은 사람을 자꾸 바꿔서"라고 말했다.
[4·10 격전지 르포] '스윙보터' 동작을…전국구 4선 vs 정치 신인
지난 2일 전략공천을 받은 류 후보는 연고가 없지만, 매일 같이 아파트 단지, 재래시장 등을 오가며 주민들에게 얼굴도장을 찍고 있다.

그간 지역 텃밭을 다져온 나 후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일단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모습이다.

이날도 얼굴 사진과 이름이 큼지막한 글자로 박힌 대형 패널을 상반신에 걸치고 사무실을 나섰다.

류 후보는 재작년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다가 정직 징계를 받고 경찰 조직을 떠났다.

류 후보는 이런 자기 경력을 들어 불의를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과 참신함을 강점으로 어필하고 있다.

류 후보의 슬로건은 '기대되는 사람, 기대되는 동작'이다.

사당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공천을 늦게 받아서 처음에는 불리해 보였는데 류 후보를 직접 만나보니 '정치적 때'가 안 묻어서 신선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4·10 격전지 르포] '스윙보터' 동작을…전국구 4선 vs 정치 신인
양당 공천이 확정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반 지지율은 나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지만, 최근 들어 두 후보 간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등 류 후보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어느 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아닌 만큼 중도층이나 '스윙보터' 표심에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동작을의 승패는 흑석동에 달렸다는 게 양 캠프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앙대학교를 품고 있는 흑석동은 민주당이 휩쓴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당시 나 후보에게 7.3%포인트(p)를 더 몰아준 곳이다.

'흑석 뉴타운' 개발로 한강변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유권자 특성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최모 씨는 "최근 4년간 상당수 원주민이 분양권을 받고 떠났고, 10대 자녀들을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부쩍 늘어서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고 말했다.

후보들도 '흑석동 엄마·아빠 표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 후보는 과학 중점 자율학교 도입, 학군 조정 등을 비롯한 '교육특구 동작'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류 후보는 경찰 재직 경험을 살려 '안전한 동작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4·10 격전지 르포] '스윙보터' 동작을…전국구 4선 vs 정치 신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