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가 ‘3월 23일’을 기억하는 이유 [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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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는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등 주변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역 경제와 산업 동향,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 등 현지에서 주목하는 이슈들을 깊이 있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헤이즈밸리에 있는 샌프란시스코·베이지역 한인회관. 23일(현지시간) 이곳에 수백명의 한인들이 모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의 의거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시간은 1908년 3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16년 전 이날 장인환・전명운 의사가 일제의 한국 침략을 옹호한 대한제국의 친일외교관인 더럼 스티븐스를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 앞에서 저격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일제의 지배를 한국인들이 환영한다는 스티븐스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첫 번째 의열투쟁으로 이후 한국 및 만주에 있는 독립운동가들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운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북가주 한인들이 장인환・전명운 의사 의거일에 모인 이유입니다.
이와 함께 이민 초기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많은 활동을 한 이대위 목사의 주미 대한민국 명예 대사 위촉 추천 캠페인 선포식도 함께 개최됐습니다. 이대위 목사는 한국인의 미국 이민사를 설명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함께 한인들을 하나로 화합하기 위해 상항한국인연합감리교회를 설립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인 동포들을 대변하는 주미 한국 대사 임무도 수행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이민국의 한국 통역관을 맡았으며, 여권이 없어 미국 입국이 거부된 한인들의 신원 보증인이자 이민 수속 대변인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김한일 샌프란시스코·베이지역 한인회장은 “1912년부터 1920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 입국한 애국지사 200여명을 비롯해 유학생 등 800여명이 이대위 목사님의 도움을 받았다”며 “미국에 입국하는 한인 대부분의 이민국 서류 도착지가 이대위 목사의 주소일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이대위 목사의 주미 대한민국 명예 대사 위촉 캠페인은 한국의 사이버외교사절단인 반크와 함께 진행됩니다. 한인회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 동상을 한인회관에 건립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반크 박기태 단장의 한인회관을 방문을 계기로 이번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김한일 회장은 “장인환・전명운 의사 의거를 되새기며 이민선조들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이민 초기 한인 동포들에게 헌신한 이대위 목사의 주미 대한민국 명예 대사 위촉 캠페인에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중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입니다. 17만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차이나타운의 위세는 대단합니다. 또한 미국에서 인도와 이스라엘 이민자들의 결속력도 단단합니다. 이 지역의 한인사회도 역사와 미래를 공유하며 결속력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캠페인과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북가주의 한인사회가 더욱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커뮤니티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