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vs 트럼프…월가의 '문어 자금'은 어디에 베팅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이달 초 슈퍼 화요일을 기해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이 11월 5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후보가 다소 앞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보다 예측력이 높은 월가의 문어 자금(문어로 월드컵 축구 경기 결과를 예측한 데서 유래한 정치 테마 자금)은 어느 후보에게 베팅하는 걸까.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전형적인 ‘금권주의’ 이벤트다. 4년마다 대선을 치를 때 집권당의 성과를 경제고통지수(MI=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로 평가하는 것도 돈의 흐름을 결정할 때 경제 변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경제고통지수(NMI=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경제성장률)가 더 많이 활용된다.

경제고통지수로 평가하면 월가의 문어 자금은 바이든 후보에게 판돈을 걸 확률이 높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이뤄놓은 경제 성과를 바이든 후보가 훼손했다고 평가절하한다. 대선이 치러질 올해는 대공황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다른 입장이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골디락스’ 국면이라고 평가한다. 경기는 고성장과 고물가가 함께 가는 ‘고원 경제(boom flation)’,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이 이어지는 ‘불꽃 장세(fire market)’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지 않으냐고 반박한다.
바이든 vs 트럼프…월가의 '문어 자금'은 어디에 베팅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예측기관도 바이든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가장 보수적으로 예측해 온 미국 중앙은행(Fed)도 3월 수정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4%(작년 12월 전망)에서 2.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4.1%에서 4.0%로 낮췄고,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2.4%를 유지해 물가 목표치(2%)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후보에게 베팅해 얼마나 돈을 벌 것인가는 지금보다 당선 이후 차기 정부의 경제 성과가 더 중요하다. 반복되는 재대결의 특성상 단순히 경제 공약보다 그것을 실행에 옮길 사람, 즉 경제팀이 어떻게 꾸려지느냐가 좌우할 확률이 높다. 미국 경제 여건이 크게 바뀐 금융위기 이후 초불확실성 시대에서는 특히 그렇다.

경제팀은 크게 두 가지로 조합된다. 하나는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대통령과 부통령, 다른 하나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수장이다. 트럼프 후보는 집권 1기 때 마이클 펜스의 반란을 교훈 삼아 러닝메이트의 제일 덕목으로 ‘충성심(loyalty)’을 꼽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독주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수장으로는 헤지펀드 거물로 꼽히는 존 폴슨과 래퍼 곡선으로 잘 알려진 아서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가 팀을 이루고, 트럼프 2기 대선 공약집인 ‘프로젝트 2025’를 총괄한 스티븐 무어 프리덤웍스 선임경제 기고가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트럼프 후보의 곁에서 보조하는 카드가 가장 유력하다.

바이든 후보는 집권 1기 때 존재감이 없던 카멀라 해리스의 교체가 확실하다. 주목되는 것은 작년 10월 올먼 젱킨스가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바이든의 유일한 살길은 버락 오바마(Biden’s only salvation: Barack Obama)’에서 제안한 식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영입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정된 연방헌법 2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어떤 형태든 세 번 이상 할 수 없지만 부통령은 가능하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수장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대신해 레이얼 브레이너드 NEC 위원장이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주축이 되면서,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을 NEC 위원장으로 영입하는 카드가 거론된다. 고령으로 바이든 후보가 당선 이후 집권 2기에 국정 전반을 부통령에게 맡기면 미국 역사상 가장 좋은 경제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는 오바마, 버냉키, 그리고 옐런 등 금융위기 당시 환상적인 팀이 재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월가의 문어 자금도 바이든 후보 쪽에 베팅하는 흐름이 더 빨라지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보면 정치 성향을 추종하는 언유즈얼 웨일스의 민주당 ETF(티커명은 낸시 펠로시 전 민주당 하원의장을 딴 NANC)의 수익률은 출시 이후 36.5%로, 공화당 ETF(공화당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를 딴 KRUZ)의 17.7%보다 2배 이상 높다. 운용자산 규모는 NANC가 5173만달러로 KRUZ의 1243만달러보다 무려 4배 이상 많다.

여론조사와 달리 월가의 문어 자금은 바이든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11월 5일 대선 결과를 보면 문어의 예측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