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노화 후보 약물만 40가지…값싼 약으로 '장수 빈부격차' 줄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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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세 시대가 온다
브라이언 케네디 싱가포르국립대 석좌교수 인터뷰
40여개 후보물질 대부분 비임상
유력 물질인 라파마이신 곧 도전
줄기세포 치료·젊은 피 수혈처럼
소수의 부자가 누리는 기술 아닌
인류 전체 수명을 늘리는 데 초점
'출산 최적기' 10년가량 늦추면
일·아이 중 선택하는 상황 없을 것
브라이언 케네디 싱가포르국립대 석좌교수 인터뷰
40여개 후보물질 대부분 비임상
유력 물질인 라파마이신 곧 도전
줄기세포 치료·젊은 피 수혈처럼
소수의 부자가 누리는 기술 아닌
인류 전체 수명을 늘리는 데 초점
'출산 최적기' 10년가량 늦추면
일·아이 중 선택하는 상황 없을 것
“제가 몇 살로 보입니까.”
중국 출장에서 막 돌아왔다는 브라이언 케네디 싱가포르국립대(NUS) 석좌교수(사진)는 지난달 연구실을 찾은 기자에게 불쑥 질문을 던졌다. “저는 57세입니다. 생체시계로 측정한 생물학적 나이는 52세로 나와요. 그런데 제가 개발 중인 약이 완성되면 생물학적 나이는 42세로 더 젊어질 겁니다.”
세계 최대 민간 노화연구소인 미국 벅연구소를 이끌었던 케네디 교수는 항노화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세계를 다니며 노화 치료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60세 이상 고령자는 20억 명까지 늘어난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심각한 나라다. 2050년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4 대 3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노화 연구자들의 관심은 노화 지연 약물에 쏠려 있다.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게 고령화의 재앙을 막는 최선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노화를 늦춘다고 알려진 40여 개의 약물 대부분은 아직 동물실험 단계다. 최근 들어 임상 단계에서 약물 효능을 검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케네디 교수가 싱가포르로 일터를 옮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싱가포르는 연구소와 병원이 긴밀히 연결돼 임상이 수월하고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도 한다. 그는 “원래 근육 보충제로 잘 알려진 알파케토글루타레이드(AKG)가 항노화에 효능이 있는지 검증하는 임상을 올해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네디 교수는 항노화 약물이 노화 지연을 넘어 노화 역행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했다. 노화 지연 약물이 인간의 수명을 무한정 늘려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 과도한 기술 발전 등 인류의 기대수명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열린 한 인공지능(AI)학회에서 저명 학자들이 토론했는데 AI가 인류를 죽일 확률이 20%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케네디 교수는 항노화 약물이 인류의 ‘장수 보편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줄기세포 시술 등 값비싼 치료가 아니라 저렴한 항노화 약물이 노화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노화 치료는 억만장자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해마다 200만달러를 들여 아들의 피를 수혈받는 가수 브라이언 존슨 등의 사례 때문이다. 케네디 교수는 “부자 10명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보다 인류 전체 수명을 10년 늘릴 수 있는 약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대수명만큼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도록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케네디 교수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 등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수면 시간은 적다”며 “학교에서부터 건강한 생활방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화 치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건강한 장수 생활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부모가 가르치는 생활방식이 평생의 노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하다. 케네디 교수는 “사람들은 건강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아프면 치료에 큰돈을 쓴다”며 “질병 치료비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건강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케네디 교수는 “콜레스테롤이나 스테로이드처럼 노화가 질병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하기 위해 노화 지연 약물 개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중국 출장에서 막 돌아왔다는 브라이언 케네디 싱가포르국립대(NUS) 석좌교수(사진)는 지난달 연구실을 찾은 기자에게 불쑥 질문을 던졌다. “저는 57세입니다. 생체시계로 측정한 생물학적 나이는 52세로 나와요. 그런데 제가 개발 중인 약이 완성되면 생물학적 나이는 42세로 더 젊어질 겁니다.”
세계 최대 민간 노화연구소인 미국 벅연구소를 이끌었던 케네디 교수는 항노화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세계를 다니며 노화 치료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인류는 늙고 있다…노화 방지 약물 시급
케네디 교수는 “노화 연구를 하지 않으면 인류에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젊은이는 줄어들고 노인은 늘어나고 있어서라고 했다.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60세 이상 고령자는 20억 명까지 늘어난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심각한 나라다. 2050년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4 대 3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노화 연구자들의 관심은 노화 지연 약물에 쏠려 있다.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게 고령화의 재앙을 막는 최선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노화를 늦춘다고 알려진 40여 개의 약물 대부분은 아직 동물실험 단계다. 최근 들어 임상 단계에서 약물 효능을 검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케네디 교수가 싱가포르로 일터를 옮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싱가포르는 연구소와 병원이 긴밀히 연결돼 임상이 수월하고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도 한다. 그는 “원래 근육 보충제로 잘 알려진 알파케토글루타레이드(AKG)가 항노화에 효능이 있는지 검증하는 임상을 올해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화 치료제 대중화 여부가 최대 관건
케네디 교수는 면역억제제인 라파마이신을 노화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라파마이신은 현재 가장 유망한 항노화 약물”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여러 노화 지연 약물을 개발해 연령과 성별, 인종에 따라 치료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케네디 교수는 항노화 약물이 노화 지연을 넘어 노화 역행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했다. 노화 지연 약물이 인간의 수명을 무한정 늘려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 과도한 기술 발전 등 인류의 기대수명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열린 한 인공지능(AI)학회에서 저명 학자들이 토론했는데 AI가 인류를 죽일 확률이 20%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케네디 교수는 항노화 약물이 인류의 ‘장수 보편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줄기세포 시술 등 값비싼 치료가 아니라 저렴한 항노화 약물이 노화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노화 치료는 억만장자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해마다 200만달러를 들여 아들의 피를 수혈받는 가수 브라이언 존슨 등의 사례 때문이다. 케네디 교수는 “부자 10명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보다 인류 전체 수명을 10년 늘릴 수 있는 약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선택권에도 노화 연구가 중요
장수 임신센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화를 늦추는 약물이 가임기를 늘려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케네디 교수는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직장 경력을 쌓는 시기인 20·30대가 출산 최적기이기 때문”이라며 “출산 최적기를 30대 후반 또는 40대로 늘리면 여성이 직장과 아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모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기대수명만큼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도록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케네디 교수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 등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수면 시간은 적다”며 “학교에서부터 건강한 생활방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화 치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건강한 장수 생활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부모가 가르치는 생활방식이 평생의 노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하다. 케네디 교수는 “사람들은 건강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아프면 치료에 큰돈을 쓴다”며 “질병 치료비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건강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케네디 교수는 “콜레스테롤이나 스테로이드처럼 노화가 질병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하기 위해 노화 지연 약물 개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