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오바마 대통령 만든 바이든의 이너서클 5인방
변호사와 사업가, 7선 상원 의원과 TV 스타, 워싱턴 주류와 이단아….

‘고령의 대선 후보’라는 한 카테고리로 묶기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은 너무나 다른 인물이다. 2020년 대선 전후 미국의 경제·외교 전략은 완전히 바뀌었다. 또 한 번의 충격에 대비해 세계는 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후보만큼이나 뚜렷하게 대조를 이루는 이들이 있다. 캠프 측근들이다. 바이든 캠프의 주역은 선거판에서 활동해온 민주당 전략가들이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승리도 이들 없이 불가능했다고 할 정도다. 트럼프는 주위를 ‘워싱턴 비주류’로 채웠다. 골프 캐디, 군인 등 기성 정치와 거리가 먼 이들이다. 재임 당시 본인의 뜻에 따르지 않는 보좌관들에게 실망해 충성심을 첫 번째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는 후문이다.

미국 정가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만큼이나 치열한 측근들의 수 싸움에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과 행정부를 움직일 차세대 주역도 이들 중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10개월 앞둔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측근 두 명을 백악관에서 선거캠프로 파견했다. 43년간 바이든을 보좌해 “바이든의 뇌”(워싱턴포스트)로 불리는 선거 전략가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선임고문, 앨 고어 캠프(2000년 대선)부터 정치 경력을 쌓은 제니퍼 오말리 딜런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이었다. 외신들은 이들의 파견이 바이든 대통령이 본격 재선 모드에 접어든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클린턴·오바마 대통령 만든 바이든의 이너서클 5인방

다시 모인 2020 승리 주역들

클린턴·오바마 대통령 만든 바이든의 이너서클 5인방
2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도닐런과 스티브 리체티, 아니타 던 선임고문, 딜런 부실장,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다섯 명은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하는 ‘바이든의 이너서클’로 불린다. 모두 2020년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백악관으로 직행했다.

던 선임고문은 대통령 메시지를 담당한다. 1976년 지미 카터 행정부 백악관 커뮤니케이션팀 인턴으로 경력을 시작해 홍보·메시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그는 40년간 여섯 번의 대선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눈에서 붉은 레이저를 쏘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자 이를 캠페인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유약하고 늙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중산층과 노인, 미국 제조업에 해를 끼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노믹스’로 비꼬며 바이드노믹스와 대조시킨 것도 던 선임고문의 아이디어다.

리체티 선임고문은 백악관과 의회, 고액 기부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비스트 출신인 그는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 보좌관으로 처음 합류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추진 법안이 의회에서 가로막힐 때마다 꼬인 매듭을 푼 해결사다.

클레인 전 비서실장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 바이든을,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앨 고어를 보좌하며 두 번의 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2020년 대선 승리의 성과를 인정받아 바이든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고 취임 2년 만인 지난해 1월 물러났다.

지난해 4월 미리 캠프를 구성해 활동하던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와 3개월 뒤 합류한 세드릭 리치먼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각각 노동계, 흑인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카드로 꼽힌다. 로드리게스 위원장은 미국의 전설적인 노동 운동가 세자르 차베스의 손녀다. 연방 하원의원(루이지애나) 출신인 리치먼드 위원장은 흑인 의원 모임인 ‘블랙 코커스’ 의장을 지냈다.

의회 우군은 척 슈머·크리스 쿤스

백악관도 재선 캠페인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그 중심에 있다. 그는 바이든의 ‘고령’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바이든 대신)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결의를 드러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조정자를 자처하며 ‘존재감 없는 2인자’로 평가받던 정권 초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 체제로 재편된 백악관을 이끄는 인물은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이다. 정권 출범 후 2년간 팬데믹 극복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8년 오바마 정부 출범 전까지 베인앤드컴퍼니, 애틀랜틱미디어컴퍼니 등 민간에서 활동했다. 의회에서는 2017년부터 상원 원내대표로 민주당을 이끄는 척 슈머가 바이든의 든든한 우군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바이드노믹스의 핵심 법안을 처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이든 지역구인 델라웨어주를 이어받은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바이든의 눈과 귀”(뉴욕타임스)로 불린다. 1989년 상원의원이던 바이든의 인턴으로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델라웨어주 뉴캐슬카운티의회 의장 등을 거쳐 중량감을 키웠고 정부 출범 초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하원에서는 원로 흑인 정치인인 짐 클라이번(사우스캐롤라이나)이 오랜 세월 바이든을 지지해왔다.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지지 선언을 통해 흑인 표를 끌어와 승리에 일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