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통역사 잇페이/사진=연합뉴스
오타니 통역사 잇페이/사진=연합뉴스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자신의 통역과 매니지먼트를 담당해왔던 미즈하라 잇페이와 관련된 논란에 입장을 밝힌다.

LA타임스 등 미국 현지 언론은 24일(현지시간) "오타니가 오는 26일 미즈하라의 도박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매체 주니치스포츠 등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클럽하우스에서 질문을 받던 중 오타니의 26일 기자회견 소식을 밝혔다"고 전했다.

미즈하라는 수백만달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불법 스포츠 베팅 브로커 매튜 보이어와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검찰은 매튜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불법 스포츠 도박판을 벌였고, 수사를 통해 전 마이너 리그 야구 선수 웨인 닉, 다저스 출신 야시엘 푸이그 등을 포함해 12명을 최근 기소했다.

LA 소재 미국 검찰청은 오타니와 관련한 공식적인 논평에 답하지 않지만, MLB 도박 정책상 모든 선수, 심판, 클럽이나 리그 임원 또는 직원이 야구를 포함해 모든 스포츠에 베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불법 도박 행위에 대한 처벌은 MLB 규칙으로 명시돼 있지 않지만 "행위의 사실 여부와 상황에 비추어 적절하게 판단해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미즈하라의 혐의에 관련된 여부와 상관없이, 오타니가 그의 불법 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1년간 자격 정지에 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오타니 쇼헤이와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와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그의 계좌에서 돈을 빼돌렸다는 입장이며, 오타니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몇몇 매체들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 채권자인 불법 도박 업자에게 돈을 보낸 정황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의혹이 커졌다.

미 연방 수사 당국은 지난 1월 불법 도박 업자 매튜를 수사하던 중 오타니가 매튜 측에 두 차례에 걸쳐 50만달러(약 6억7000만원)씩 이체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정보를 입수한 ESPN이 지난 19일 오타니 홍보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 최대 송금 한도액인 50만달러를 수차례에 걸쳐 (보여 측에) 보냈다"는 답을 받았다. 같은 날 미즈하라도 ESPN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오타니에게 (도박 관련) 사정을 얘기해 빚을 갚았다"고 했다. 미즈하라의 빚은 총 450만달러(약 61억원)였고 이를 8~9회에 걸쳐 나눠 보냈다는 것.

하지만 하루 만에 미즈하라의 말이 바뀌었다. 오타니 측은 ESPN에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했다"며 "오타니는 (그의 도박 빚 문제를) 몰랐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오타니의 증언이라고 언론에 전해진 말은 모두 미즈하라를 통해 나온 것인데, 통역사이자 매니저인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답을 전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면서 '가짜뉴스'가 나왔다는 설명이었다. 오타니 측 법률대리인도 "오타니가 대규모 절도 피해자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정정하는가 하면, 미즈하라도 ESPN에 "오타니는 내 도박 빚 문제를 전혀 몰랐다"고 전날의 증언을 철회했다.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고, 고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한 이력이 있다. 오타니와는 그의 일본 팀인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미국 선수들의 영어 통역사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가 2017년 말 다저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그의 개인 통역사가 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피닉스 스프링 캠프에서 일본인 통역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통역사는 최근 불법 도박과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구단 측으로부터 해고됐다. (피닉스 AP=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지난 2월 12일(현지시간) 피닉스 스프링 캠프에서 일본인 통역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통역사는 최근 불법 도박과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구단 측으로부터 해고됐다. (피닉스 AP=연합뉴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MLB 경기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까지 함께하며 가족과 같은 동반자로 꼽혔다. 지인들도 "두 사람이 서로 떨어져 있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증언할 정도다. 오타니가 미국 프로야구(MLB) 서울 시리즈를 위해 한국에 방문할 때도 미즈하라 부부와 함께 전세기에 탑승했다.

미즈하라는 개인 통역사일 뿐 아니라 비자, 운전면허, 핸드폰 개통, 렌트 계약, 운전사, 캐치볼 상대 등 생활 전반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관리 등 오타니와 관련된 모든 일은 미즈하라를 통해 이뤄졌다. 그뿐만 아니라 미즈하라의 아버지가 일식집을 운영하면서 오타니의 식단을 직접 챙기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에게 최소 30만 달러(약 4억원)에서 50만 달러(약 6억 6000만 원) 사이로 추정되는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프로 스포츠 구단에서 일하는 통역사 중 최고 대우다.

하지만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위법 행위가 알려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계정 언팔로우를 하는 것은 물론 함께 찍은 사진들도 삭제했다. 미즈하라와 거리 두기에 나선 오타니가 기자회견에서는 어떤 말을 할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