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독립' 선언한 美·유럽…"러시아산 제재는 상승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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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원전 르네상스, 러 전쟁자금 되지 말아야"
AI·탄소중립에 우라늄 수요 늘지만 '러 의존' 문제
美도 러시아산 수입 금지법 추진, 광산도 운영 재개
우라늄 17년만 최고가 후 하락세 "장기 공급 부족"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러시아에 대한 우라늄 의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알렉산더 드 크루 벨기에 총리는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저탄소 에너지(원전) 부활에 대한 관심이 모스크바의 전쟁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 핵연료에 대한 의존을 가능한 빨리 끊어야한다"고 밝혔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脫) 원전에 나섰던 유럽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량 급증 등을 이유로 원전을 재가동하거나 신규 건설하는 추세다. 지난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원자력 정상회의'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우르졸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며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0)를 향한 가성비 좋은 경로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원전 르네상스의 가장 큰 걸림돌은 '러시아에 대한 우라늄 의존'이다. EU는 2022년 기준 핵연료로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의 약 30%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궜듯 우라늄 수출을 통제할 경우 원전 르네상스가 오히려 에너지 안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도 우라늄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0일 "의회가 러시아산 우라늄 공급을 금지하면 차세대 원자로용 연료의 국내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미 하원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산 저농축 우라늄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법'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 계류돼있다. 미국은 저농축 우라늄 공급량의 약 2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0여년 간 폐광됐던 우라늄 광산들이 재가동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와이오밍·애리조나·유타주에서 5개 우라늄 채굴업체가 광산을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 최대 우라늄 채굴업체인 에너지퓨엘리소스코퍼레이션의 마크 찰머스 최고경영자(CEO)는 "그들(러시아)는 우라늄을 미국에 대한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는 더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우라늄 정광 선물 가격은 지난달 17년만에 최고가인 파운드당 106달러(뉴욕상업거래소 기준)까지 오른 뒤 6주 연속 하락했다. 가장 최근 거래가격은 지난 18일 85달러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우라늄 공급 부족과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제재가 다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 우라늄 공급업체인 카자흐스탄 카자톰프롬은 지난 15일 실적발표를 통해 2030년 2100만파운드의 우라늄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2040년에는 1억4700만파운드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AI·탄소중립에 우라늄 수요 늘지만 '러 의존' 문제
美도 러시아산 수입 금지법 추진, 광산도 운영 재개
우라늄 17년만 최고가 후 하락세 "장기 공급 부족"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러시아에 대한 우라늄 의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알렉산더 드 크루 벨기에 총리는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저탄소 에너지(원전) 부활에 대한 관심이 모스크바의 전쟁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 핵연료에 대한 의존을 가능한 빨리 끊어야한다"고 밝혔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脫) 원전에 나섰던 유럽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량 급증 등을 이유로 원전을 재가동하거나 신규 건설하는 추세다. 지난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원자력 정상회의'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우르졸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며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0)를 향한 가성비 좋은 경로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원전 르네상스의 가장 큰 걸림돌은 '러시아에 대한 우라늄 의존'이다. EU는 2022년 기준 핵연료로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의 약 30%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궜듯 우라늄 수출을 통제할 경우 원전 르네상스가 오히려 에너지 안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도 우라늄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0일 "의회가 러시아산 우라늄 공급을 금지하면 차세대 원자로용 연료의 국내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미 하원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산 저농축 우라늄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법'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 계류돼있다. 미국은 저농축 우라늄 공급량의 약 2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0여년 간 폐광됐던 우라늄 광산들이 재가동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와이오밍·애리조나·유타주에서 5개 우라늄 채굴업체가 광산을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 최대 우라늄 채굴업체인 에너지퓨엘리소스코퍼레이션의 마크 찰머스 최고경영자(CEO)는 "그들(러시아)는 우라늄을 미국에 대한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는 더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우라늄 정광 선물 가격은 지난달 17년만에 최고가인 파운드당 106달러(뉴욕상업거래소 기준)까지 오른 뒤 6주 연속 하락했다. 가장 최근 거래가격은 지난 18일 85달러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우라늄 공급 부족과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제재가 다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 우라늄 공급업체인 카자흐스탄 카자톰프롬은 지난 15일 실적발표를 통해 2030년 2100만파운드의 우라늄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2040년에는 1억4700만파운드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