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보다 롱데이터! HR 애널리틱스에 대한 세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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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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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인공지능 새 소식이 들린다. HR 분야 역시 인공지능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즉 HR 애널리틱스에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공 사례는 흔치 않다. 널리 알려진 HR 애널리틱스 사례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 현황 분석이나 지표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실에 일부 전문가들은 애널리틱스와 관련해 나타나는 현상이 실제보다는 허상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HR 애널리틱스에 대한 오해는 이런 허상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오해 1. ‘데이터 수집’이 먼저다
HR 애널리틱스 환경을 구축한다며 데이터 수집에 온 힘을 쏟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를 모아 놓으면 통찰은 저절로 생길 거라 믿는 것이다. 물론 데이터가 많을수록 애널리틱스에 힘이 실린다. 분석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적은 양의 데이터에서 찾기 어려운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데이터 수집 자체가 애널리틱스가 될 수는 없다.
데이터 확보 측면만 보자면 HR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HR 활동 대부분은 조직 안에서 이루어진다. 외부 접촉이 많은 영업, 마케팅, 구매 등에 비해 데이터 확보가 수월하다. 직원의 성별, 나이, 학력, 전공, 경력 등 기본 인적 정보는 어느 회사나 가지고 있는 데이터다. 구성원이 회사에 근무하며 자연스레 쌓이는 데이터도 상당하다. 직무와 교육 이력, 급여 수준, 출퇴근 시간, 휴가 패턴 등은 활용하기에 따라 좋은 분석 재료가 된다. 성과평가 결과는 점수와 등급, 피드백 형태의 데이터로 남는다. 조직 건강도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는 조사 결과 역시 구성원의 인식과 심리상태을 대변하는 훌륭한 데이터다.
이 정도 데이터만으로도 기초 수준의 애널리틱스는 충분히 가능하다.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진짜 걸림돌은 데이터를 통해 무엇에 답해야 할지 모르는 데 있다. 직면한 문제를 확보 가능한 데이터로 분석해 합리적 답을 찾는 활동이 애널리틱스의 본질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게 먼저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만 집중하는 활동은 과녁이 어디인지 모르고 마구 날리는 활쏘기와 다름없다. 무턱대고 모은 데이터로 많은 분석을 할 순 있다. 그러나 진짜 답을 찾는 분석인지는 운에 맡겨야 한다.
데이터 수집에 들이는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을 정의할 때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문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빠른 성공 경험을 통해 HR 애널리틱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쉽게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부터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질문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바람직한 리더의 특징은 무엇인가’보다는 ‘고성과 영업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어떤 직무 경험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가’란 질문을 만드는 식이다. 문제의 본질에 맞는 질문을 정의하는 걸 HR 애널리틱스의 첫 단추로 삼아 보자.
#오해 2.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애널리틱스를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짝 용어가 있다. 바로 빅데이터다. HR 데이터도 ‘빅’을 향해 가고 있다. 과거 HR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한정적이었다. 담당자가 보관하는 정보와 인사정보 시스템 상의 데이터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일 년 주기의 전통적 프로세스에서 벗어난 기민한 HR이 강조되면서 데이터 축적 속도가 확연히 빨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성과평가의 경우, 년 단위 평가에서 상시 동료 리뷰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업은 기존 대비 수많은 평가 피드백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 내 다른 영역과 결합된 HR 데이터도 늘고 있다. 영업 직원의 제품별 매출액, 콜센터 직원의 고객 만족도 점수 등은 전통적 인사정보 시스템에서는 확보할 수 없는 데이터였다. 외부 채널을 통한 데이터도 놓칠 수 없다. 링크드인, 블라인드 등 직원들이 활동하는 외부 구직 및 기업 정보 사이트의 데이터는 내부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런데 과연 HR에서 ‘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엄청난 양의 인적자원 데이터를 보기 좋게 집계해 놓고 빅데이터 분석이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석 결과는 ‘현 상황을 잘 파악했네’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한다. 빅데이터를 두고도 제대로 된 통찰을 발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HR의 부족한 분석 역량을 탓하게 된다.
네트워크 과학자 사무엘 앨버즈먼은 빅데이터에 대한 맹신을 우려하며, ‘롱데이터(Long Data)’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시한다. 롱데이터는 시계열 흐름과 반복적 주기를 가진 데이터 집합을 말한다. HR 활동은 특정 시점의 스톡(Stock)이 아닌 흐름을 갖는 플로우(Flow)에 가깝다. 주기적 시간 흐름을 가진다. 인력계획, 채용, 이동 배치, 성과평가, 승진, 보상, 인재 육성, 조직몰입 조사 등 대부분의 HR 활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월, 분기, 년 단위로 반복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현상과 원인, 그 속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HR 활동이 플로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롱데이터 분석은 더욱 의미를 가진다. 롱데이터 분석은 여러 기간에 걸친 데이터에서 시간 흐름에 초점을 두고 의미를 찾는 활동이다. 물론 특정 시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현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렌즈가 된다. 한 해 동안의 성과평가 결과를 분석하면 어떤 직원이 우수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지 살펴볼 수 있다. 직원만족도 조사는 당해 연도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가려내는데 유용하다. 다만 이런 분석은 한 시점을 찍어낸 스냅샷에 가깝다. 순간의 짤막한 묘사인 셈이다. 롱데이터 분석은 특정 시점의 스냅샷에만 의지해 HR 의사결정을 하는 위험을 줄여준다. 시간 흐름 속에 숨은 큰 그림을 보여주고 단선적 분석에서 얻을 수 없는 통찰의 기회를 준다. HR 애널리틱스에 필요한 데이터는 꼭 ‘빅’이 아니어도 된다. 딱 필요한 만큼의 양과 길이면 족하다.
#오해 3. ‘분석만이 진실’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적 HR 의사결정이 중시되고 있다. 한 다국적 기업은 인공지능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AI는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해서 직무에 알맞은 후보자를 추려낸다.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는 AI가 제시한 질문에 화상으로 답하는 전형을 거친다. AI는 질문에 응답하는 속도, 사용하는 단어, 얼굴 표정 등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걸러낸다. AI가 통과시킨 지원자만이 매니저와 인사 임원의 최종 면접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사람의 직관은 데이터에 점차 밀려나는 인상이다. 데이터 분석에 비해 사람의 판단은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비친다. 감정에 휘둘리고, 흑백의 구분이 흐릿하며, 정확하거나 일관되지 않다고 여겨진다.
직관을 타고난 특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의도되지 않고 우연하게 떠오르는 비과학적 ‘감’ 정도로 취급한다. 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직관이 형성되는지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다. 직관은 근거없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감이 아니다. 많은 경험과 훈련 그리고 종합적 사고를 반복하며 체계화된 일종의 문제 해결 능력이다.
인간의 뇌는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의 이중체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분석적 사고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의식적 단계를 거친다. 직관적 사고는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사고하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전체 패턴을 인식하는 식이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패턴을 통해 상황에 적합한 해결책을 신속하게 찾아낸다.
두 사고체계 중 어느 하나의 사고가 다른 하나보다 우월하다 말하긴 어렵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분석에 매몰되어 의사결정이 지연될 경우 최적의 시점을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시간이 충분치 않고 선택 가능한 대안들이 엇비슷해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직관은 빛을 발한다. 수많은 데이터와 분석을 조망하며 필요한 부분을 추려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럼에도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위험성을 내포한다. 직관으로 한 번 마음을 굳힌 경우, 자신의 결정을 고수하려는 심리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직관에 부합하는 데이터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특정 경험에 매몰되어 그 상황에서 중요했던 단서에만 치중할 경우 의사결정에 중요한 새로운 정보를 놓치기 쉽다. 자신의 직관만이 옳다는 믿음을 경계하고 직관이 어떠한 근거에서 왔는지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는 다시 데이터로 돌아오자. 직관에만 의존해서도, 데이터만 신봉해서도 HR의 합리성을 높일 수 없다. 분석과 직관을 적절히 오가는 양손잡이 HR이 되어야 한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오해 1. ‘데이터 수집’이 먼저다
HR 애널리틱스 환경을 구축한다며 데이터 수집에 온 힘을 쏟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를 모아 놓으면 통찰은 저절로 생길 거라 믿는 것이다. 물론 데이터가 많을수록 애널리틱스에 힘이 실린다. 분석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적은 양의 데이터에서 찾기 어려운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데이터 수집 자체가 애널리틱스가 될 수는 없다.
데이터 확보 측면만 보자면 HR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HR 활동 대부분은 조직 안에서 이루어진다. 외부 접촉이 많은 영업, 마케팅, 구매 등에 비해 데이터 확보가 수월하다. 직원의 성별, 나이, 학력, 전공, 경력 등 기본 인적 정보는 어느 회사나 가지고 있는 데이터다. 구성원이 회사에 근무하며 자연스레 쌓이는 데이터도 상당하다. 직무와 교육 이력, 급여 수준, 출퇴근 시간, 휴가 패턴 등은 활용하기에 따라 좋은 분석 재료가 된다. 성과평가 결과는 점수와 등급, 피드백 형태의 데이터로 남는다. 조직 건강도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는 조사 결과 역시 구성원의 인식과 심리상태을 대변하는 훌륭한 데이터다.
이 정도 데이터만으로도 기초 수준의 애널리틱스는 충분히 가능하다.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진짜 걸림돌은 데이터를 통해 무엇에 답해야 할지 모르는 데 있다. 직면한 문제를 확보 가능한 데이터로 분석해 합리적 답을 찾는 활동이 애널리틱스의 본질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게 먼저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만 집중하는 활동은 과녁이 어디인지 모르고 마구 날리는 활쏘기와 다름없다. 무턱대고 모은 데이터로 많은 분석을 할 순 있다. 그러나 진짜 답을 찾는 분석인지는 운에 맡겨야 한다.
데이터 수집에 들이는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을 정의할 때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문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빠른 성공 경험을 통해 HR 애널리틱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쉽게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부터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질문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바람직한 리더의 특징은 무엇인가’보다는 ‘고성과 영업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어떤 직무 경험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가’란 질문을 만드는 식이다. 문제의 본질에 맞는 질문을 정의하는 걸 HR 애널리틱스의 첫 단추로 삼아 보자.
#오해 2.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애널리틱스를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짝 용어가 있다. 바로 빅데이터다. HR 데이터도 ‘빅’을 향해 가고 있다. 과거 HR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한정적이었다. 담당자가 보관하는 정보와 인사정보 시스템 상의 데이터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일 년 주기의 전통적 프로세스에서 벗어난 기민한 HR이 강조되면서 데이터 축적 속도가 확연히 빨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성과평가의 경우, 년 단위 평가에서 상시 동료 리뷰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업은 기존 대비 수많은 평가 피드백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 내 다른 영역과 결합된 HR 데이터도 늘고 있다. 영업 직원의 제품별 매출액, 콜센터 직원의 고객 만족도 점수 등은 전통적 인사정보 시스템에서는 확보할 수 없는 데이터였다. 외부 채널을 통한 데이터도 놓칠 수 없다. 링크드인, 블라인드 등 직원들이 활동하는 외부 구직 및 기업 정보 사이트의 데이터는 내부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런데 과연 HR에서 ‘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엄청난 양의 인적자원 데이터를 보기 좋게 집계해 놓고 빅데이터 분석이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석 결과는 ‘현 상황을 잘 파악했네’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한다. 빅데이터를 두고도 제대로 된 통찰을 발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HR의 부족한 분석 역량을 탓하게 된다.
네트워크 과학자 사무엘 앨버즈먼은 빅데이터에 대한 맹신을 우려하며, ‘롱데이터(Long Data)’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시한다. 롱데이터는 시계열 흐름과 반복적 주기를 가진 데이터 집합을 말한다. HR 활동은 특정 시점의 스톡(Stock)이 아닌 흐름을 갖는 플로우(Flow)에 가깝다. 주기적 시간 흐름을 가진다. 인력계획, 채용, 이동 배치, 성과평가, 승진, 보상, 인재 육성, 조직몰입 조사 등 대부분의 HR 활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월, 분기, 년 단위로 반복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현상과 원인, 그 속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HR 활동이 플로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롱데이터 분석은 더욱 의미를 가진다. 롱데이터 분석은 여러 기간에 걸친 데이터에서 시간 흐름에 초점을 두고 의미를 찾는 활동이다. 물론 특정 시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현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렌즈가 된다. 한 해 동안의 성과평가 결과를 분석하면 어떤 직원이 우수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지 살펴볼 수 있다. 직원만족도 조사는 당해 연도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가려내는데 유용하다. 다만 이런 분석은 한 시점을 찍어낸 스냅샷에 가깝다. 순간의 짤막한 묘사인 셈이다. 롱데이터 분석은 특정 시점의 스냅샷에만 의지해 HR 의사결정을 하는 위험을 줄여준다. 시간 흐름 속에 숨은 큰 그림을 보여주고 단선적 분석에서 얻을 수 없는 통찰의 기회를 준다. HR 애널리틱스에 필요한 데이터는 꼭 ‘빅’이 아니어도 된다. 딱 필요한 만큼의 양과 길이면 족하다.
#오해 3. ‘분석만이 진실’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적 HR 의사결정이 중시되고 있다. 한 다국적 기업은 인공지능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AI는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해서 직무에 알맞은 후보자를 추려낸다.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는 AI가 제시한 질문에 화상으로 답하는 전형을 거친다. AI는 질문에 응답하는 속도, 사용하는 단어, 얼굴 표정 등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걸러낸다. AI가 통과시킨 지원자만이 매니저와 인사 임원의 최종 면접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사람의 직관은 데이터에 점차 밀려나는 인상이다. 데이터 분석에 비해 사람의 판단은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비친다. 감정에 휘둘리고, 흑백의 구분이 흐릿하며, 정확하거나 일관되지 않다고 여겨진다.
직관을 타고난 특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의도되지 않고 우연하게 떠오르는 비과학적 ‘감’ 정도로 취급한다. 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직관이 형성되는지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다. 직관은 근거없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감이 아니다. 많은 경험과 훈련 그리고 종합적 사고를 반복하며 체계화된 일종의 문제 해결 능력이다.
인간의 뇌는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의 이중체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분석적 사고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의식적 단계를 거친다. 직관적 사고는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사고하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전체 패턴을 인식하는 식이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패턴을 통해 상황에 적합한 해결책을 신속하게 찾아낸다.
두 사고체계 중 어느 하나의 사고가 다른 하나보다 우월하다 말하긴 어렵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분석에 매몰되어 의사결정이 지연될 경우 최적의 시점을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시간이 충분치 않고 선택 가능한 대안들이 엇비슷해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직관은 빛을 발한다. 수많은 데이터와 분석을 조망하며 필요한 부분을 추려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럼에도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위험성을 내포한다. 직관으로 한 번 마음을 굳힌 경우, 자신의 결정을 고수하려는 심리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직관에 부합하는 데이터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특정 경험에 매몰되어 그 상황에서 중요했던 단서에만 치중할 경우 의사결정에 중요한 새로운 정보를 놓치기 쉽다. 자신의 직관만이 옳다는 믿음을 경계하고 직관이 어떠한 근거에서 왔는지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는 다시 데이터로 돌아오자. 직관에만 의존해서도, 데이터만 신봉해서도 HR의 합리성을 높일 수 없다. 분석과 직관을 적절히 오가는 양손잡이 HR이 되어야 한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