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투자금 18조 회수됐다…"우리 돈 굴릴 자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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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테이트서 십자포화 맞는 블랙록
텍사스주 등…블랙록 AUM 1% 회수
텍사스주 등…블랙록 AUM 1% 회수
![블랙록 투자금 18조 회수됐다…"우리 돈 굴릴 자격 없어"](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225234.1.jpg)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 교육기금은 내달 말 블랙록에서 85억달러(약 11조4000억원)의 투자금을 거둬들일 계획이라고 지난주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주 연기금이 블랙록으로부터 회수했거나 하겠다고 밝힌 자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텍사스주는 지난달 블랙록과 자금 위탁 운용 계약도 해지했다. 블랙록은 텍사스주 교육기금 운용자산(AUM) 약 530억달러 중 85억달러를 대신 운용해 왔다. ESG 투자를 지향하는 블랙록이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텍사스주의 교육기금을 운용할 자격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블랙록 투자금 18조 회수됐다…"우리 돈 굴릴 자격 없어"](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225259.1.jpg)
블랙록에 대한 십자포화는 텍사스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2년 새 텍사스주 교육기금을 포함한 공화당 지지 주 연기금들이 블랙록에서 빼냈거나 빼낼 예정이라고 발표한 자금은 133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블랙록 전체 운용자산(약 1조달러)의 1%가량이다.
이런 흐름은 2022년 7월 당시 웨스트버지니아주 재무장관이었던 라일리 무어가 블랙록을 석탄 산업에 적대적인 투자사 중 한 곳으로 지정, 주요 사업에서 배제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주 당국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보이콧에 나선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미주리주 등 여러 레드 스테이트들이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선례를 따랐다.
![블랙록 투자금 18조 회수됐다…"우리 돈 굴릴 자격 없어"](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225265.1.jpg)
레드 스테이트들의 ‘안티 블랙록’ 캠페인이 거세지자 블랙록도 대응에 나섰다. 공화당과 연줄이 있는 고위 로비스트를 영입했고, 지난달에는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지사와 함께 전력망 투자 관련 회담을 공동 개최하기도 했다. 패트릭 부지사는 블랙록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던 인물이다. 또 블랙록은 월가의 대표 ESG 이니셔티브인 ‘기후행동100+’에 대한 관여도를 낮추며 ESG와 한층 거리를 뒀다.
다만 레드 스테이트들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예치한 투자금은 여전히 200억달러(약 27조8000억원)를 훨씬 웃돌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미주 지역에서 블랙록으로 흘러 들어간 투자금 순유입액은 1380억달러(약 185조원)에 달했다.
반ESG 캠페인을 벌이는 주 내부에서의 분열도 감지되고 있다. 텍사스주 상공회의소와 연계된 한 비영리단체는 지난달 화석연료나 총기에 적대적인 금융사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는 텍사스주의 ‘공정한 접근’(fair access) 법이 주에 3710만달러(약 497억원)의 세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어떤 종류의 가치를 기업에 강제하려 하면 시장에 미치는 손해는 납세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친(親)기업적 정서를 조성하려는 주 정부의 노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