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리어' 주연 김준수 "2년전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연기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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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무대 오른 국립창극단 '리어'
정영두 연출가·리어 역 김준수 인터뷰
정영두 연출가·리어 역 김준수 인터뷰
미치광이로 전락한 고대 영국 왕이 남산 한가운데서 판소리로 노래한다. 국립창극단이 선보이는 ‘리어’가 오는 29일 무대에 오른다. 2022년 초연 당시에도 30살의 젊은 배우가 늙은 왕 ‘리어’를 연기하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 2년 만에 돌아온 공연도 9회차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꼽히는 ‘리어왕’은 자기에게 아부하는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 모든 권력을 넘기지만 두 딸에게 배신당해 결국 미쳐버리는 내용이다.
29일 개막을 앞두고 ‘리어’의 정영두 연출과 리어 역을 맡은 김준수 배우를 만났다. 2년 전 초연 공연 때에도 함께 작품을 만들었던 두 사람은 마치 함께 대화를 나누듯 인터뷰에 임했다. 김준수는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만큼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리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2년 전 초연 무대 때보다 많은 것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대된다고. 그는 “처음 이 작품을 준비할 때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데에 급급해 작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이번에 준비하면서 지난 공연 때 하지 못했던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영두 연출은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초연 당시에는 아직 펜데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준비 과정부터 조심스러웠고,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조차도 확실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쌓아온 경험으로 이번에는 더욱 깊어진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에게 작품이 ‘깊어졌다’는 게 무슨 뜻인지 물었다. 정 연출은 “2년 동안 쌓아온 새로운 정서와 감정”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사와 음악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배우들의 감정과 경험이 무대를 채워야 더 풍성한 작품으로 성장한다는 게 정 연출의 지론이다. 김준수 배우는 지난 공연보다 어떻게 깊어졌을까. 그는 ‘아버지’라고 대답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버지가 변하는 모습이 낯설어졌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에는 정말 리어왕처럼 엄하고 고집이 세셨던 아버지가 어느샌가 사소한 걸로 서운해하시고 외롭다는 말씀을 하시기 시작하셨다”며 “불과 2년 사이에 많이 약해지신 모습을 보고 적응하기 어렵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 아버지의 변화는 그가 ‘리어’를 또 다른 방법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리어왕의 행동을 아버지의 마음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리어왕이 딸들에게 내뱉었던 모진 말들이 자기를 한 번 더 알아달라는 마음이 뒤틀린 방식으로 표현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건 김준수 배우뿐이 아니었다. 자신의 딸과 재회하며 지난날의 후회를 노래하는 리어왕을 보며 정 연출 역시 그의 가족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곱씹는 시간을 가졌다고. “400년 전 영국에서 쓰인 작품이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관객들에게도 가족과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정 연출은 배우들이 이런 경험과 감정에 몰입해 작품에 생명력과 불어넣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을 배우들이 일깨워 줄 때가 많다”며 “내가 생각한 그림을 배우들이 깨부수면서 더 깊고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주문에 응답하듯 김준수는 오기를 품고 ‘리어’를 준비해왔다. 새로운 감정을 담아 이전까지 시도해본 적 없는 연기에도 끊임없이 도전한다고. “계산되지 않고 순간순간 나오는 즉흥적인 연기가 리어를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은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진짜 김준수로서 이성의 끈을 놓고 무대에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하죠.” 정영두 연출은 이 작품을 보는 관객이 작품을 ‘나만의 느낌’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공연 예술은 가사와 음악만이 메시지가 아니다”라며 “의상, 조명이 물에 반사되는 모습, 음악이 끝나고 난 후 호흡 등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무궁무진한 텍스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감각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리어’를 즐겨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한 두 개의 해석과 정답으로 ‘리어’를 단편적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을 보고 느낀 기분을 긴 시간 고민하면서 내 안에서 숙성시킨다면 공연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창극단의 ‘리어’는 오는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 프리뷰) 판소리 셰익스피어·전도연판 체호프…고전 희곡 '한국판' 쏟아진다
구교범 기자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꼽히는 ‘리어왕’은 자기에게 아부하는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 모든 권력을 넘기지만 두 딸에게 배신당해 결국 미쳐버리는 내용이다.
29일 개막을 앞두고 ‘리어’의 정영두 연출과 리어 역을 맡은 김준수 배우를 만났다. 2년 전 초연 공연 때에도 함께 작품을 만들었던 두 사람은 마치 함께 대화를 나누듯 인터뷰에 임했다. 김준수는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만큼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리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2년 전 초연 무대 때보다 많은 것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대된다고. 그는 “처음 이 작품을 준비할 때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데에 급급해 작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이번에 준비하면서 지난 공연 때 하지 못했던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영두 연출은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초연 당시에는 아직 펜데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준비 과정부터 조심스러웠고, 공연을 할 수 있을지 조차도 확실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쌓아온 경험으로 이번에는 더욱 깊어진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에게 작품이 ‘깊어졌다’는 게 무슨 뜻인지 물었다. 정 연출은 “2년 동안 쌓아온 새로운 정서와 감정”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사와 음악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배우들의 감정과 경험이 무대를 채워야 더 풍성한 작품으로 성장한다는 게 정 연출의 지론이다. 김준수 배우는 지난 공연보다 어떻게 깊어졌을까. 그는 ‘아버지’라고 대답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버지가 변하는 모습이 낯설어졌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에는 정말 리어왕처럼 엄하고 고집이 세셨던 아버지가 어느샌가 사소한 걸로 서운해하시고 외롭다는 말씀을 하시기 시작하셨다”며 “불과 2년 사이에 많이 약해지신 모습을 보고 적응하기 어렵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 아버지의 변화는 그가 ‘리어’를 또 다른 방법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리어왕의 행동을 아버지의 마음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리어왕이 딸들에게 내뱉었던 모진 말들이 자기를 한 번 더 알아달라는 마음이 뒤틀린 방식으로 표현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건 김준수 배우뿐이 아니었다. 자신의 딸과 재회하며 지난날의 후회를 노래하는 리어왕을 보며 정 연출 역시 그의 가족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곱씹는 시간을 가졌다고. “400년 전 영국에서 쓰인 작품이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관객들에게도 가족과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정 연출은 배우들이 이런 경험과 감정에 몰입해 작품에 생명력과 불어넣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을 배우들이 일깨워 줄 때가 많다”며 “내가 생각한 그림을 배우들이 깨부수면서 더 깊고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주문에 응답하듯 김준수는 오기를 품고 ‘리어’를 준비해왔다. 새로운 감정을 담아 이전까지 시도해본 적 없는 연기에도 끊임없이 도전한다고. “계산되지 않고 순간순간 나오는 즉흥적인 연기가 리어를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은 리어를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진짜 김준수로서 이성의 끈을 놓고 무대에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하죠.” 정영두 연출은 이 작품을 보는 관객이 작품을 ‘나만의 느낌’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공연 예술은 가사와 음악만이 메시지가 아니다”라며 “의상, 조명이 물에 반사되는 모습, 음악이 끝나고 난 후 호흡 등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무궁무진한 텍스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감각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리어’를 즐겨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한 두 개의 해석과 정답으로 ‘리어’를 단편적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을 보고 느낀 기분을 긴 시간 고민하면서 내 안에서 숙성시킨다면 공연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창극단의 ‘리어’는 오는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 프리뷰) 판소리 셰익스피어·전도연판 체호프…고전 희곡 '한국판' 쏟아진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