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서 고금리·물가 상황이 지속될 땐 성장주보다 가치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재조정할 것을 권합니다. 성장은 더디지만, 현재 수익과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가치주를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주택)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의 새해 정책은 재정비 사업이나 1기 신도시 등 노후화된 도심 주택을 정비해 공급을 늘리는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공사비와 이자 등의 부담으로 생각만큼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성장주 성격의 재정비 단지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주택의 컨디션에 비해 확실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이 가능한 가치주 성격의 급매들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도곡카운티' 전용 71㎡가 23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최고가였던 2021년 11월 28억원과 비교하면 5억원 하락한 가격입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동아아파트' 전용 84㎡도 이달 5억5000만원에 거래되었는데, 최고가인 2021년 8월 9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42%나 하락했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장기화하면서 수요자들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가격이 아니면 기다리겠다는 심리가 강해졌습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에도 적게는 10%, 많게는 40% 이상 하락한 매물 위주로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전국 매매가격 및 분양가격 추이. 사진=NH ALL100자문센터
전국 매매가격 및 분양가격 추이. 사진=NH ALL100자문센터
이런 시황에서도 청약 시장의 분양가는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시장의 매입 수요는 감소했는데 공교롭게도 분양가를 결정하는 공사비, 인건비, 금융비 등이 동반 상승하면서 공급 비용은 커졌고, 이에 따라 청약 시장도 입지가 우수하면서 시세차익이 확실한 몇몇 지역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 내에서도 여전히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남아있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2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고, 그 외 지역은 주변 시세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서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분양가가 유사해지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강남권 분양 계획이 많은데 2월까지 진행된 단지들의 평균 분양가를 분석해보면 3.3㎡당 7245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아져 분양가 상승의 속도도 빠른 상황입니다.

연간 매매가격과 분양가격의 추이를 분석해 보면 2022년을 기점으로 매매가격은 하락하고 분양가격은 상승하면서 그 차이를 좁히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2년 3.3㎡당 2160만원에서 2023년 3.3㎡당 2078만원으로 매매가는 약 4%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분양가는 무려 16% 상승했습니다.

서울 아파트만 분석하면 그 격차는 더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3㎡당 4265만원에서 4115만원, 4004만원으로 두 해에 걸쳐 약 6.2%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분양가격은 3.3㎡당 2799만원에서 3476만원, 3508만원으로 두 해 동안 25% 넘게 상승했습니다.
서울 매매가격 및 분양가격 추이. 사진=NH ALL100자문센터
서울 매매가격 및 분양가격 추이. 사진=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은 실물 자산으로 유동성과 변동성이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 몇 년간 유례없는 급등과 급락기를 거치면서 매매 가격과 분양 가격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시황에 대한 판단과 대응 전략은 고스란히 시장 참여자들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총선 이후의 정책적 변화와 금리 인하 기대감, 정책 완화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등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혼재됐습니다. 일부 단지의 거래량 증가나 주간 단위의 변동률만으로 급하게 매입 결정을 하기보다는 추세의 흐름을 보면서 본인의 상황에 맞는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