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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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복지포인트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간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복리후생적 급여)으로 간주해 세금을 뗐지만 기업이 직원들에게 '근로복지의 일환'으로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다.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공무원 복지점수'와 유사한 민간기업 복지포인트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바스프는 여수세무서를 상대로 낸 근로소득세 경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복지포인트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한 세무서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법원이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판결에 이어 두 번째로, 민간기업 중에선 바스프 사례가 최초다.

기업들은 복지포인트 과세 여부를 놓고 세무당국과 소송전을 벌여왔다. 대법원이 2019년 8월 "복지포인트를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과세 대상인 줄 알고 원천징수한 다음 세금을 납부해온 기업들은 대법 판단대로라면 기존에 냈던 근로소득세를 돌려줘야 한다면서 소송을 냈다.

바스프도 대법 판결이 나오자 2022년 세무당국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기업들은 재판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소득세법상 근로소득과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같은 개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대법이 복지포인트를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상 소득세법에 따른 근로소득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법원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근로기준법상 임금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설명해왔다.

기업들은 공무원과의 조세형평 문제를 앞세우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소득세법이 급여에 해당하는 것 모두를 근로소득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근로제공으로 인해 받는 대가'로 범위를 한정했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줄패소했으나 지난해 2월 코레일이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내면서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전고법은 당시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른 근로복지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근로조건으로 볼 수 있는 복리후생적 급여와 근로복지는 '구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뒤이어 나온 승소 사례가 이번 바스프 2심 판결이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성주)는 지난 1월 "복지포인트 배정 행위를 금품 지급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직 주지도 않은 금품을 지급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현금과 달리 사용 용도와 방법이 제한되는 점 또한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공무원 복지점수와 기업 복지포인트가 사실상 동일한데도 과세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어 사내복지기금으로 복지포인트를 운영하는 기업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다고 부연했다.

세무당국은 바스프 사건 2심 판결에 대해 지난 11일 대법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대법에는 현재 유사한 쟁점의 사건이 다수 계류돼 있다. 코레일 사건의 경우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난 만큼 대법이 구체적 판단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새로운 유형의 분쟁임을 감안해 대법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판단기준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하급심을 기준으로 보면 패소 판결이 더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승소, 패소 모두 올라간 사안이기 때문에 대법이 전체적으로 종합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