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심야식당·밤샘회식…잠들지 않던 '서울의 밤'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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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은 옛날얘기…불 꺼지는 새벽상권
신림순대타운·성내주꾸미골목
유동인구 3년새 20% 이상 줄어
팬데믹 겪으며 회식문화 바뀌어
식재료비·인건비 상승도 영향
신림순대타운·성내주꾸미골목
유동인구 3년새 20% 이상 줄어
팬데믹 겪으며 회식문화 바뀌어
식재료비·인건비 상승도 영향
오랜 기간 ‘서울의 밤’을 밝혀온 유명 상권에서 새벽 영업 네온사인이 꺼지고 있다. 유명 먹자골목, 대학가 상권, 24시간 편의점은 물론 홍대 앞 클럽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직장 내 회식 문화, 급등한 인건비와 원재료 값이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의 밤 문화를 일거에 바꿔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내 8대 먹자골목의 새벽 시간(오전 0~6시) 결제 건수가 2020년 대비 최소 11%, 최대 4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방역으로 외부 모임을 제한한 코로나19 발생 첫해보다 새벽 손님이 줄었다.
은평구 응암3동 ‘감자국 거리’(대림골목시장)의 2020년 새벽 시간 월평균 결제 건수는 1만7316건에서 지난해 9375건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신림순대타운이 있는 관악구 서원동의 새벽 시간 결제는 같은 기간 6만392건에서 4만4557건으로 26.2% 감소했다. 지난 23일 서울 응암동 대림골목시장 앞 감자국거리. 오후 11시가 되자 붐비던 골목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가게들이 연이어 간판 불을 끄자 금세 골목이 어두워졌다. ‘원조이화감자국’ 임주빈 사장(75)도 문 닫을 채비를 서둘렀다. 40년간 24시간 영업 원칙을 지켜온 이곳은 2년 전 ‘밤샘 영업’을 중단했다. 임 사장은 “오후 10시만 넘어도 일대에 손님이 쫙 빠진다”며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적자를 낼 바엔 문을 닫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집합금지명령·영업시간 규제 영향으로 손님과 업주 모두 조기 귀가하는 문화가 생긴 데다 급등한 인건비, 원재료비 부담에 새벽영업 식당들이 서울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시내 유명 식당 대부분이 오후 8시30분이면 ‘주방 마감’을 하고, 9시면 손님의 귀가를 종용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직장 내 회식문화도 자영업 트렌드가 바뀐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까지 새벽 1시에 문 닫았던 서울 중구의 B돼지식당이 현재 오후 11시면 영업을 마치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지만, 굳이 영업시간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식당 관계자는 “회식 트렌드가 바뀌었고, 손님이 오지 않는데 가게 문을 계속 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특유의 1~3차까지 가는 직장 내 문화가 코로나19를 통해 사라진 게 자영업 상권 변화에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은 코로나19 이후 밤새워 술을 마시는 문화는 더 이상 대학가에서 볼 수 없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대학에 입학한 박모씨(23)는 “코로나 학번(2020학년도 입학생)부터는 술을 마신 뒤 2차를 가자고 하면 다들 어색하게 여긴다”며 “차라리 함께 자취방에 모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영화를 보거나 삼삼오오 술을 마시는 게 요즘 문화”라고 했다.
홍대거리 클럽 C도 1주일에 금·토요일 등 딱 이틀만 운영하고, 주중 5일은 문을 닫는다. 사장 이모씨는 “물가와 인건비가 크게 올라 평일에 운영하면 하루 수백만원씩 적자를 본다”며 “술 마시는 대학생이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일대를 찾는 외지인을 상대로 주말 영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서찬석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급속한 경제 발전 시기에는 단체 행사에 빠지기 어려웠지만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세대의 등장과 함께 심야 상권도 대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정훈/조철오 기자 ajh6321@hankyung.com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내 8대 먹자골목의 새벽 시간(오전 0~6시) 결제 건수가 2020년 대비 최소 11%, 최대 4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방역으로 외부 모임을 제한한 코로나19 발생 첫해보다 새벽 손님이 줄었다.
은평구 응암3동 ‘감자국 거리’(대림골목시장)의 2020년 새벽 시간 월평균 결제 건수는 1만7316건에서 지난해 9375건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신림순대타운이 있는 관악구 서원동의 새벽 시간 결제는 같은 기간 6만392건에서 4만4557건으로 26.2% 감소했다. 지난 23일 서울 응암동 대림골목시장 앞 감자국거리. 오후 11시가 되자 붐비던 골목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가게들이 연이어 간판 불을 끄자 금세 골목이 어두워졌다. ‘원조이화감자국’ 임주빈 사장(75)도 문 닫을 채비를 서둘렀다. 40년간 24시간 영업 원칙을 지켜온 이곳은 2년 전 ‘밤샘 영업’을 중단했다. 임 사장은 “오후 10시만 넘어도 일대에 손님이 쫙 빠진다”며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적자를 낼 바엔 문을 닫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새벽장사 해봐야 인건비만 나간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대림시장의 지난해 새벽영업(0시~오전 6시) 카드 결제 건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상당수 가게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새벽영업을 접었다. 임 사장도 직원 2명을 해고하고 지금은 가족 3명과 직원 1명만으로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관악구민과 서울대 졸업생의 ‘소울푸드’인 순대볶음으로 유명한 서울 신림순대타운에서 현재 밤 12시 넘어 영업하는 곳은 원조 맛집으로 꼽히는 A순대 한 곳뿐이다. 식당 관계자는 “새벽 매출이 10만원도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24시간 영업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새벽 5시까지 하고 있지만 힘겹다”고 털어놨다.코로나 팬데믹 당시 집합금지명령·영업시간 규제 영향으로 손님과 업주 모두 조기 귀가하는 문화가 생긴 데다 급등한 인건비, 원재료비 부담에 새벽영업 식당들이 서울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시내 유명 식당 대부분이 오후 8시30분이면 ‘주방 마감’을 하고, 9시면 손님의 귀가를 종용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직장 내 회식문화도 자영업 트렌드가 바뀐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까지 새벽 1시에 문 닫았던 서울 중구의 B돼지식당이 현재 오후 11시면 영업을 마치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지만, 굳이 영업시간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식당 관계자는 “회식 트렌드가 바뀌었고, 손님이 오지 않는데 가게 문을 계속 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특유의 1~3차까지 가는 직장 내 문화가 코로나19를 통해 사라진 게 자영업 상권 변화에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 ‘밤새워 노는 문화’ 사라졌다
‘밤샘 문화’가 사라진 것은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이 있는 서울 신촌에선 이제 24시간 식당을 찾아보기 어렵다. 창천동의 신계치 라면집은 2년 전부터 오후 10시면 영업을 중단한다. ‘1차 호프→2차 소줏집→3차 노래방’에서 밤을 보낸 학생들이 기숙사 문이 열리거나, 새벽 첫차가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던 곳이다. 서강대생들이 해장을 위해 들르거나, 밤샘 공부하다 찾던 24시 청석골 뼈해장국집도 오후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앞당겼다. 한양대 앞 춘양미엔, 경희대 앞 고황24시뼈다귀해장국감자탕 등의 ‘밤 스폿’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대학생들은 코로나19 이후 밤새워 술을 마시는 문화는 더 이상 대학가에서 볼 수 없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대학에 입학한 박모씨(23)는 “코로나 학번(2020학년도 입학생)부터는 술을 마신 뒤 2차를 가자고 하면 다들 어색하게 여긴다”며 “차라리 함께 자취방에 모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영화를 보거나 삼삼오오 술을 마시는 게 요즘 문화”라고 했다.
홍대거리 클럽 C도 1주일에 금·토요일 등 딱 이틀만 운영하고, 주중 5일은 문을 닫는다. 사장 이모씨는 “물가와 인건비가 크게 올라 평일에 운영하면 하루 수백만원씩 적자를 본다”며 “술 마시는 대학생이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일대를 찾는 외지인을 상대로 주말 영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서찬석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급속한 경제 발전 시기에는 단체 행사에 빠지기 어려웠지만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세대의 등장과 함께 심야 상권도 대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정훈/조철오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