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
하늘에서 떨어진 괴생물체가 인간의 코와 귀로 들어간 후 뇌를 삼켜버린다. 그리고 인간을 숙주로 삼아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다. 인간들은 괴생물체를 '기생수'라 칭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기생수')의 이야기다.

'기생수'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 생물 기생수와 이들을 저지하려는 인간들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이 등장하면서 기생수와 인간, 서로의 이해를 돕는다. 이미 일본에서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로 제작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던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다.

연출은 '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맡았다. 2016년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에 좀비가 나타났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는 기생수라는 괴물을 내세우며 혼란에 빠진 세상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

여기에 기생수와 기묘한 공생을 하게 되는 수인 역에는 전소니, 사라진 여동생과 낯선 누나의 행적을 좇으며 기생수의 존재를 알게 된 강우 역엔 구교환, 기생수에게 남편을 잃은 더 그레이 팀장 준경 역의 이정현 등이 출연해 이전과는 다른 캐릭터와 연기를 펼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
이미 일본에서 만든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판 '기생수'는 주인공을 '소년'에서 '소녀'로 바꿨다. 원작에서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고등학생인 신이치가 기생수에게 오른팔만 점령당한 설정이라면, 수인의 몸에 기생하는 기생수는 심하게 부상당했던 그를 살리기 위해 모든 기력을 쏟다가 정작 뇌를 점령하지 못해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됐다는 설정이다.

이 외에도 캐릭터들의 설정에 있어서 기생수로 인해 변화를 겪은 가족들의 사연, 가족보다 더 돈독한 관계를 강조하며 변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미 괴물, 기생물체 등의 설정이 기시감을 줄만큼 신선하지 않다는 것, 작품 속에서 구현되는 괴물들 역시 더 이상 놀랍지 않다는 점이 '기생수'의 가장 큰 난관이 될 듯 하다. 기생수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며 인간에 대항한다는 설정 정도가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원작이 완결된 1995년까지만해도 '기생수'의 파격적인 설정과 메시지 모두 충격을 안겼다. 30개국 이상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500만부를 기록한 이유다. "학생 때부터 원작의 팬이었다"는 연상호 감독은 "원작을 보던 어린 학생이었던 연상호가 '이 일이 일본에서 일어났다면 한국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궁금해 했던 게 이 작품의 시작"이라며 "시간이 흐른 후 원작 작가님께 '이런 아이디어로 만들고 싶다'고 편지를 보냈고, '마음대로 해보라'는 답신을 받고 기획 및 개발을 하게 됐다"고 제작 후일담을 제작발표회에서 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장면은 '기생수' 팬들이 환호할 만한 장면으로 끝난다. 마지막 장면까지 꼭 봐주셨으면 좋겠고, 원작을 먼저 보시고 저희 작품을 끝까지 보시면 훨씬 더 큰 충격이 있으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이 쏟아져나왔고, 괴물이 등장하는 크리처 장르 역시 더 이상 신선함을 주지 못하게 됐다. 이 상황에서 '기생수'만의 특별함을 단박에 파악하긴 어려움이 있다.

초반부 설정과 관계를 탄탄히 쌓아가지만, 그런데도 "예측대로 흘러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몇몇 인물들의 경우 지나치게 극화된 연기로 거부감을 자아낸다. 비현실적인 설정 속에 캐릭터마저 비현실적으로 그려지면서 더욱 겉돌 수 밖에 없는 것. 후반부에서 이들이 어떤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
여기에 VFX로 구현된 기생수들 역시 만화보다는 생생하지만 국내에서도 '스위트홈' 시리즈, '경성크리처' 등을 통해 이미 여러 괴수들을 접한 시청자들이 놀라움을 느끼기엔 차별화된 부분을 엿보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원작을 관통하는 주제인 인간의 오만함을 '회색존'이라는 지점을 통해 선보이겠다는 '기생수'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할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일이다.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
공개일 2024년 4월 5일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