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를 최초 개발한 ‘보그 앤 벡’의 1908년 신문 광고. /권용주 교수 제공
클러치를 최초 개발한 ‘보그 앤 벡’의 1908년 신문 광고. /권용주 교수 제공
자동차 부품 역사엔 큰 획을 그은 네 명의 인물이 있다. 첫번째는 스웨덴 이민자 출신 미국인 찰스 보그다. 그는 1903년 친구였던 마샬 벡과 마차 기둥을 만드는 회사 ‘보그 앤 벡’을 설립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초창기 자동차 산업에 합류했다. 1910년 보그의 아들인 조지 보그와 엔지니어들은 엔진 동력을 변속기에 전달하는 클러치를 개발했다.

두번째는 비슷한 시기 미국 인디애나주 먼시에 살았던 톰 워너와 해리 워너 형제다.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 바퀴가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할 수 있는 차동 기어를 설계했다. 지역 자산가인 아보트 존슨의 투자로 1901년 형제의 이름을 딴 ‘워너 기어’를 만들었다. 워너 형제가 1903년 뉴욕 모터쇼에 출품한 차동 기어를 눈여겨본 인물이 미국 자동차의 선구자로 회자되는 랜섬 올즈다. 1897년 미시간주 랜싱의 올즈자동차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올즈모빌은 제너럴모터스(GM) 산하 브랜드로 2004년까지 107년간 352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역사적 브랜드 덕분에 워너 기어는 구동 부품 제조사로 큰 성공을 거뒀다.

세번째 주인공은 미국 인디애나주 베이츠빌 출신의 농부 조지 셰블러다. 1902년 엔진 안에서 연료가 잘 타도록 돕는 기화기를 설계해 특허를 땄다. 그가 1905년 투자자 프랭크 휠러와 함께 설립한 ‘휠러 셰블러’는 1928년 마블 카뷰레터 컴퍼니에 인수됐다. 뷰익자동차에 기화기를 공급한 회사로 이름을 남겼다.

마지막은 1890년 ‘미케닉스 머신’을 공동 설립한 레빈 포스트, 구스타프 달린, 칼 포스버그과 프랭크 린드그렌이다. 물건에 구멍을 내는 드릴머신과 회전력을 전달하는 조인트를 만들던 미케닉스 머신은 1912년부터 동력 전달 부품인 유니버설 조인트를 쉐보레에 공급하며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엔 수많은 경쟁 기업이 등장하면서 이들 4개 회사도 생존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때 워너 기어는 미국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쓸 수 있는 표준 변속기 개발에 나섰다. 대량 생산과 몸집 불리기로 생존법을 찾으려 한 것이다. 결국 워너 기어를 중심으로 보그 앤 벡, 마블 셰블러 카뷰레터, 미케닉스 유니버셜 조인트는 1928년 합병에 합의했다. 이들 4개사는 그 해 5월 일종의 동맹체인 ‘보그워너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이후 이들 동맹엔 부품 기업 대형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다양한 회사가 둥지를 틀었다. 1929년 한 해에만 클러치용 부품사 게일스버그 디스크와 라디에이터를 만드는 롱 매뉴팩처러, 자동차용 타이밍 체인 제조사 모스 체인 컴퍼니가 줄줄이 합류했다. 이후 보그워너는 끊임없는 인수 합병을 거쳐 현재 글로벌 14위 종합 자동차 부품 기업이 됐다.

130년 보그워너의 전동화 전환
100년 넘게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온 보그워너지만 변화 앞에선 출발선이 같다. 이 회사는 2021년 전동화를 향한 전략적 변화를 선언했다.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25% 이상을 순수전기차에서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결과, 최근 벤츠 B클래스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전기모터 부품 생산을 시작했다. 초창기 부품 기업의 생존 전략이 인수 합병을 통한 대형화였다면 전동화 시대엔 제조물 전환이 필수라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부품 기업들의 몸부림이 치열한 때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