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곧 아이가 태어나는데 수입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텨야 합니다. 이렇게 기저귀와 분유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생활고를 겪는 사직 전공의들을 위해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분유와 기저귀를 지원하는 가운데 한 전공의가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노 전 회장은 "의협회관에서 직접 분유와 기저귀를 수령하신 전공의를 빼고, 온라인으로 신청한 전공의가 100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부터 집단사직을 시작한 전공의 일부는 수련병원에서 나오는 급여가 끊겨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사들은 여행 등을 통해 재충전을 하는 반면 일부는 생계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상태로 전해졌다.

노 전 회장이 공개한 일부 전공의들은 메모를 보면, 한 전공의는 "전공의를 생각해 주는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 곧 아이가 태어나는데 수입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텨야 하는 데 이렇게 실질적인 도움까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저도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 잊지 않고 베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가장으로서 자금난이 있어 기저귀와 분유를 신청하게 되었다. 노 전 회장의 노고와 선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추후 저 또한 이 은혜를 잊지 않고 후배 의료인을 비롯하여 동료 의사분들께 갚아나가겠다"고 했다.

노 전 회장이 공개한 마지막 메모에는 "저의 2월 19일 자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장 3월부터 외벌이하게 되었는데, 작금의 상황이 생겨 가장으로서 심적인 부담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겼다"며 "의국원 및 전공의분들이 사법적 리스크, 군대 입대 등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사직의 의사를 표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사직의 뜻을 제 자유의사로, 끝까지 동참하기로 했다. 후원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빅5'(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병원 대부분이 전공의들에게 3월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지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 병원 중 한 곳의 급여일이 15일이었는데 "현장을 떠난 전공의에게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 병원은 지난달 19일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직후에도 정상적으로 2월 월급을 정상 지급했다.

그러나 전공의 이탈 사태가 한 달을 넘기며 상황은 달라졌다. 근로를 일절 제공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임금을 지급하기에는 병원의 재정적 부담이 커진 탓도 크다고 분석한다. 주요 대형 병원들은 전공의 이탈 이후 환자 수 급감으로 하루 10억원가량 매출 감소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 전 회장은 윤 대통령이 전공의 면허정지 기간을 3개월서 1개월로 단축시킨 것과 관련해 "제가 그랬죠? 전공의 처벌 못 할 거라고"라며 "이제 웃음만 나온다. 정부는 전공의 처벌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