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랜드마크 vs 랜드마크] 유혹의 깊이를 더해가는 쇼핑공간… 더현대 서울과 일본 커낼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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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재훈의 랜드마크 vs 랜드마크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탄광촌 석탄 더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둘 다 지상으로부터 삼각뿔 모양을 이루며 높이 쌓아져 있는 것은 같다. 보통 사람이라면 석탄 더미를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피라미드를 보고는 대단하다고, 보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비슷한 모 양이지만 모양 뒤에 감춰진 의미들이 사람들의 아름다움의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품 중심의 백화점이 아니라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쇼핑문화의 변화를 일으킨 건축가가 있다.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을 시작한 건축가 존 저드이다. 그는 당시까지만 해도 최대한의 면적에 최대한의 상점을 넣는 꽉 짜인 백화점을 설계하던 분 위기에서 ‘찐빵의 앙꼬’처럼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바로 사람들의 쇼핑이라는 행위의 즐거움이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삶의 일부이며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1985년 완공된 샌디에이고의 호튼플라자에서 처음 실행되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보이도록 건물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오픈된 통로와 경사로를 통해 ‘성인으로서 안전하게 길을 잃는 것’의 의미를 부여하고 쇼핑하는 행위의 즐거움을 만들어주고자 하였다. 방문객 수가 첫해에 예상한 900만명을 훌쩍 넘는 3천만명이 쇼핑을 즐기러 오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일본 하카타의 커낼시티와 오사카의 난바 백화점, 롯폰기 힐스 등을 통해서 그는 새로운 쇼핑센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디자인한 것은 쇼핑센터가 아니라 쇼핑센터 뒤에 감추어진 사람들 경험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었다. 그가 젊은 시절 여행했던 이탈리아에서 사람들이 아무 목적 없이 길거리를 거닐며 서로 즐겁게 대화하며 떠드는 모습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했고, 그에 동반하여 쇼핑이 결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을 깨달았다. 건축물의 구조물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적인 건축가들과는 달리 사람들의 움직임과 모임 등, 삶의 궤적을 건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쇼핑센터들을 성공작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개별성보다는 중앙집중성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리와 더불어 임대의 편의성을 위해 대형임차인으로 백화점을 유치하게 되었고, 그 결과 더현대 서울은 몰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백화점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그것이 팬데믹 코로나를 맞으며 사람들의 만남과 경험을 중시하는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며 폐쇄된 쇼핑 공간 대신 개방된 공간구조로 만들어진 더현대 서울이 사람들에게 더 크게 어필된 것이다.
피라미드의 거대한 삼각뿔 모양이 그 내면에 가진 의미를 발휘할 때 사람들에게 어필되는 것처럼, 백화점도 쇼핑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과 그것을 담고 있는 구축된 건축이 하나로 통합될 때 성공이라는 결실을 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쇼핑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표현될지, 그리고 그에 따라 그를 둘러싼 건축적 결과물이 어떠한 모습으로 대응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023년 완공된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가 하나의 모델이 될까?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
삶의 궤적을 담은 건축
2021년 여의도에 지어진 더현대백화점(더현대 서울)은 겉으로 보기에 상자형 박스로서 일반적인 백화점 건물들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면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는 오픈된 실내 옥상 광장이 시야를 압도한다. 천장은 가벼운 방패연 모양의 구조체로 하늘의 빛을 건물로 투사해낸다. 그리고 각층의 바닥에 뚫려있는 7개의 커다란 오픈 스페이스가 건물을 1층까지 수직적으로 연결된 듯 보이게 한다. 더현대 서울에서 보이는 개방된 공간은 상점이라는 상식적 모습의 공식을 깨며 공간 의 참신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외부 세계와는 차단되어 상품들로 가득한 층층이 쌓여있는 상점의 백화점이 아니라 상품을 고르며, 상품을 느끼게 하는, 그리고 상품의 구입이라는 의무를 지우지 않고 아이쇼핑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 사람들에게 경험의 가치를 일깨워주도록 디자인된 백화점이다.이처럼 상품 중심의 백화점이 아니라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쇼핑문화의 변화를 일으킨 건축가가 있다.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을 시작한 건축가 존 저드이다. 그는 당시까지만 해도 최대한의 면적에 최대한의 상점을 넣는 꽉 짜인 백화점을 설계하던 분 위기에서 ‘찐빵의 앙꼬’처럼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바로 사람들의 쇼핑이라는 행위의 즐거움이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삶의 일부이며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1985년 완공된 샌디에이고의 호튼플라자에서 처음 실행되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보이도록 건물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오픈된 통로와 경사로를 통해 ‘성인으로서 안전하게 길을 잃는 것’의 의미를 부여하고 쇼핑하는 행위의 즐거움을 만들어주고자 하였다. 방문객 수가 첫해에 예상한 900만명을 훌쩍 넘는 3천만명이 쇼핑을 즐기러 오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일본 하카타의 커낼시티와 오사카의 난바 백화점, 롯폰기 힐스 등을 통해서 그는 새로운 쇼핑센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디자인한 것은 쇼핑센터가 아니라 쇼핑센터 뒤에 감추어진 사람들 경험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었다. 그가 젊은 시절 여행했던 이탈리아에서 사람들이 아무 목적 없이 길거리를 거닐며 서로 즐겁게 대화하며 떠드는 모습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했고, 그에 동반하여 쇼핑이 결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을 깨달았다. 건축물의 구조물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적인 건축가들과는 달리 사람들의 움직임과 모임 등, 삶의 궤적을 건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쇼핑센터들을 성공작으로 이끌었다.
쇼핑 욕구에 대응하는 공간
여의도 파크원 초고층 복합센터의 백화점은 2008년 리처드 로저스가 처음 디자인할 당시 이러한 쇼핑 트렌드에 맞춰, 고층 건물 사이를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쇼핑을 할 수 있는 몰로 계획됐다. 쇼핑몰은 공간이 단절되기보다는 주변 공간과 오픈되며 개별적인 상점들이 자유롭게 배열된 공간이다. 전체적 일관성보다는 개별적 특성을 두드러지게 만들며 사용자의 기호를 맞춰주는 방식이다.그러나 개별성보다는 중앙집중성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리와 더불어 임대의 편의성을 위해 대형임차인으로 백화점을 유치하게 되었고, 그 결과 더현대 서울은 몰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백화점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그것이 팬데믹 코로나를 맞으며 사람들의 만남과 경험을 중시하는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며 폐쇄된 쇼핑 공간 대신 개방된 공간구조로 만들어진 더현대 서울이 사람들에게 더 크게 어필된 것이다.
피라미드의 거대한 삼각뿔 모양이 그 내면에 가진 의미를 발휘할 때 사람들에게 어필되는 것처럼, 백화점도 쇼핑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과 그것을 담고 있는 구축된 건축이 하나로 통합될 때 성공이라는 결실을 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쇼핑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표현될지, 그리고 그에 따라 그를 둘러싼 건축적 결과물이 어떠한 모습으로 대응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023년 완공된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가 하나의 모델이 될까?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