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배달음식 먹나요"…30대 직장인, 퇴근 후 달려간 곳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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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퇴근길 클로즈런이 대세
물가 급등에 마감 할인 식품 인기
늦게 장 보는 시민 늘어
백화점, 오후 6시 이후 식품 매출 증가
물가 급등에 마감 할인 식품 인기
늦게 장 보는 시민 늘어
백화점, 오후 6시 이후 식품 매출 증가
"이 시간에 세일한다는 거 아니까 이제 낮에는 못 오죠. 요즘에는 집에 가서 배달음식 시켜먹느니 퇴근길 백화점 들러 사가는 게 경제적이에요."
25일 저녁 7시,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닭꼬치, 만두, 반찬 등을 샀다"면서 "백화점 식품관은 저녁에 자주 찾는다. 같은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업 종료 시간을 1시간 앞둔 오후 7시가 되자 이 백화점의 지하 1층 식품관이 분주해졌다. 점포마다 할인 팻말을 붙이며 마감 세일에 돌입했다. 한 팩에 5000원에 팔던 떡은 3팩 1만2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1개 3600원의 스콘의 경우 3개를 사면 한 개를 덤으로 더 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초밥, 족발, 샐러드 등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은 이 시간대 인기 상품 중 하나다. 당일에 판매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는 음식들인 만큼 할인율이 높기 때문이다. 초밥의 경우 한 팩당 5000원씩 할인하다, 영업 종료 시간이 임박하자 한 팩당 1만원씩 추가로 할인했다. 정가 대비 거의 반값에 해당한다. 족발은 소자 가격으로 중자를 구매할 수 있는 '사이즈 업' 행사를 진행했다. 약 4000~7000원 정도 할인해 구매하는 셈이었다.
이날 식품관의 베이커리 앞에서 만난 60대 주부 이모 씨는 "일부러 이 시간대를 노려 먹거리를 산다. 오늘은 두부와 빵, 반찬을 샀다"면서 "백화점 식품은 원래 붙어있는 가격표가 비싸 마감 시간에 장을 보면 '비싼 제품을 저렴하게 샀구나'라는 생각에 만족감이 크다. 어느 정도 맛도 보장돼있으니 자주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도 마감 세일에 한창이었다. 델리 코너에 있는 김밥, 닭강정, 샐러드 등은 모두 20~30%씩 할인하고 있었다. 감바스와 같이 생물 식자재가 들어있는 밀키트도 20%씩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이 마트의 델리 코너를 자주 이용한다는 20대 직장인 오모 씨는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어 밀키트를 자주 구매한다"며 "퇴근길에 구매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좋다. 퇴근길 마감 코너를 이용한 이후 배달 음식에 쓰는 돈도 줄어, 식비를 20%가량 아꼈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백화점·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식품 마감 세일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절약형 소비를 지향하는 '짠테크(짜다+재테크)'족이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치로도 '짠테크' 소비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명동 본점의 오후 6시 이후 델리(조리 식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전 지점으로 넓혀 봐도 동기간 오후 6시 이후 식품 판매량은 8%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1~11월 오후 6시 이후 델리 매출이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5% 많아졌다. 현대백화점은 정례화되다시피 한 식품관 마감 세일에 착안해 2022년 8월부터 쿠폰을 미리 구매하면 어느 시간에 사도 마감 시간의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반찬 선할인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또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가량 느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마트와 편의점도 예외가 아니다. 야간 세일 시간을 앞당긴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의 경우 지난해 1~11월 오후 7~11시 델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해 유통 기한 임박 상품 등 마감 할인 판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입장에서 식품관 마감 세일이 저녁 시간대에 소비자를 모을 수 있는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핵심 집객 매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식품 폐기물을 줄인다는 점과 소비자를 수월하게 모객할 수 있다는 장점이 할인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가치가 크다고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업 종료 시간에 맞춰 매장을 방문하는 것은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마감 세일뿐 아니라 최근에는 '선착순 ○○명 반값 할인' 등 미끼 상품형 할인 정책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과거에는 비싸더라도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 오픈런했다면, 이젠 절약을 위해 오픈런한다. 확실히 소비 패턴이 '가격'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25일 저녁 7시,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닭꼬치, 만두, 반찬 등을 샀다"면서 "백화점 식품관은 저녁에 자주 찾는다. 같은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업 종료 시간을 1시간 앞둔 오후 7시가 되자 이 백화점의 지하 1층 식품관이 분주해졌다. 점포마다 할인 팻말을 붙이며 마감 세일에 돌입했다. 한 팩에 5000원에 팔던 떡은 3팩 1만2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1개 3600원의 스콘의 경우 3개를 사면 한 개를 덤으로 더 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초밥, 족발, 샐러드 등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은 이 시간대 인기 상품 중 하나다. 당일에 판매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는 음식들인 만큼 할인율이 높기 때문이다. 초밥의 경우 한 팩당 5000원씩 할인하다, 영업 종료 시간이 임박하자 한 팩당 1만원씩 추가로 할인했다. 정가 대비 거의 반값에 해당한다. 족발은 소자 가격으로 중자를 구매할 수 있는 '사이즈 업' 행사를 진행했다. 약 4000~7000원 정도 할인해 구매하는 셈이었다.
이날 식품관의 베이커리 앞에서 만난 60대 주부 이모 씨는 "일부러 이 시간대를 노려 먹거리를 산다. 오늘은 두부와 빵, 반찬을 샀다"면서 "백화점 식품은 원래 붙어있는 가격표가 비싸 마감 시간에 장을 보면 '비싼 제품을 저렴하게 샀구나'라는 생각에 만족감이 크다. 어느 정도 맛도 보장돼있으니 자주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도 마감 세일에 한창이었다. 델리 코너에 있는 김밥, 닭강정, 샐러드 등은 모두 20~30%씩 할인하고 있었다. 감바스와 같이 생물 식자재가 들어있는 밀키트도 20%씩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이 마트의 델리 코너를 자주 이용한다는 20대 직장인 오모 씨는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어 밀키트를 자주 구매한다"며 "퇴근길에 구매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좋다. 퇴근길 마감 코너를 이용한 이후 배달 음식에 쓰는 돈도 줄어, 식비를 20%가량 아꼈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백화점·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식품 마감 세일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절약형 소비를 지향하는 '짠테크(짜다+재테크)'족이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치로도 '짠테크' 소비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명동 본점의 오후 6시 이후 델리(조리 식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전 지점으로 넓혀 봐도 동기간 오후 6시 이후 식품 판매량은 8%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1~11월 오후 6시 이후 델리 매출이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5% 많아졌다. 현대백화점은 정례화되다시피 한 식품관 마감 세일에 착안해 2022년 8월부터 쿠폰을 미리 구매하면 어느 시간에 사도 마감 시간의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반찬 선할인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또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가량 느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마트와 편의점도 예외가 아니다. 야간 세일 시간을 앞당긴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의 경우 지난해 1~11월 오후 7~11시 델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해 유통 기한 임박 상품 등 마감 할인 판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입장에서 식품관 마감 세일이 저녁 시간대에 소비자를 모을 수 있는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핵심 집객 매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식품 폐기물을 줄인다는 점과 소비자를 수월하게 모객할 수 있다는 장점이 할인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가치가 크다고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업 종료 시간에 맞춰 매장을 방문하는 것은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마감 세일뿐 아니라 최근에는 '선착순 ○○명 반값 할인' 등 미끼 상품형 할인 정책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과거에는 비싸더라도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 오픈런했다면, 이젠 절약을 위해 오픈런한다. 확실히 소비 패턴이 '가격'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