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를 홀리는 것은 악마일까, 과학의 탈을 쓴 악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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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윤성은의 Cinema 100
영화 <검은 사제들>
영화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데뷔작은 <검은 사제들>(2015)이었다. 차기작들인 <사바하>(2019)나 <파묘>에 비하면 단선적인 서사라 할 수 있겠으나 소위 ‘한국형 오컬트’ 영화가 대중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검은 사제들>의 성공 이후 만들어진 유사한 작품들, 즉 구마 사제를 앞세운 <사자>(감독 김주환, 2019), <변신>(감독 김홍선, 2019) 등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외국 장르, 그것도 종교 의식이 중심에 있는 장르를 한국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알게 해준다.

최준호라는 캐릭터는 잔꾀가 많고 능글맞은 사제 지망생으로, 하기 싫은 보조 구마사제 노릇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교구에서 내놓다시피 한 김범신과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힌 최준호는 누가 봐도 코믹 버디 무비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물론, 이들은 오컬트라는 장르에서 서로를 도와 심각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진지한 동료로 변형되었고, 여기에 카톨릭 교구에서 김범신의 구마 의식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 최준호가 일종의 스파이로서 파견되었다는 점까지 합쳐져 대중들에게 익숙한 상업영화의 세팅이 완성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의 명동 한복판에서 구마의식이 이루어지고, 명동성당처럼 누구에게나 익숙한 공간이 등장한다는 점도 이 영화를 한국인의 생활 및 정서와 밀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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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에서 개성 강한 주연들이 모난 데 없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 이 또한 감독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좁은 방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다양한 앵글과 길이의 샷으로 편집하면서 변화를 주고, 대사와 사운드, 음악을 교묘히 뒤섞은 것도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연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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