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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이마트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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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이마트의 수난
    신세계 이마트가 1993년 서울 창동점에 이어 1994년 고양시 일산점, 1995년 안산점·부평점을 개점하면서 한국에서도 대형할인점 시대가 열렸다. 가성비 좋은 생활용품을 가득 담은 카트가 널찍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에 넘쳐났다. 쇼핑객들은 매장에 딸린 넓은 주차장으로 직행해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마이카로 귀가했다. 영화에서나 봐온 미국식 ‘쇼핑 문화’의 개막이었다.

    그때 카트에도 태우고 종종걸음도 걸리며 아이 한둘을 앞세워 ‘마트’를 누빈 20~40대들이 이제는 모두 퇴직 대열에 있다. 소비 주도 그룹에서 어느덧 얇아진 지갑과 긴 노후를 걱정하는 은퇴자들이 된 것이다. 신도시 초창기 서울 강남 못지않던 일산 집값이 천양지차로 벌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 소비 주역 ‘86세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현업에서 물러나고 쓸 돈도 줄면서 달라진 게 무척 많다.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전사적 희망퇴직에 돌입한 것은 급변하는 유통업계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형마트의 고전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마트까지 창립 31년 만에 첫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유통업계에 부는 칼바람이 으스스하다. e커머스업계의 무한 경쟁과 공세,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심리, 중국 업체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 돌진 등 3중고를 오프라인 매장이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넉 달 만에 2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11번가를 보면 e커머스업계 위기감도 다르지 않다. 로켓배송을 내세운 쿠팡의 약진과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로 유통업계는 요동친다. 유통업계를 넘어 중소 제조업계를 포함한 산업 구조의 틀이 바뀔 듯한 분위기다.

    이마트는 ‘근속 15년 이상, 2년 치 급여+최대 5500만원’을 희망퇴직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렇게 해서 한때 140개에 달했던 점포를 줄이며 적자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산업과 경제의 고도화 이면에는 가혹한 고통지대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다. 건설에 이어지는 유통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으려면 해당 기업들은 독하게 허리띠 죄며 체질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때 나라 경제라도 원활하고, 정부 곳간에도 여유가 있으면 좋으련만….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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