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만 붙이면 대박 났었는데…저무는 패션업계 '성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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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꺾인 라이선스 브랜드…잇따라 '어닝 쇼크'
패션기업, 너도나도 라이선스
MLB 유행하자 NBA·NFL·FIFA
디스커버리 뜨니 BBC·CNN 수입
소비자 '로고 플레이'에 피로감
작년 하반기부터 매출 감소 시작
더네이쳐홀딩스 등 해외진출 나서
패션기업, 너도나도 라이선스
MLB 유행하자 NBA·NFL·FIFA
디스커버리 뜨니 BBC·CNN 수입
소비자 '로고 플레이'에 피로감
작년 하반기부터 매출 감소 시작
더네이쳐홀딩스 등 해외진출 나서
국내 패션업계에 라이선스 브랜드 바람이 분 것은 2010년대 중반이었다. 연 매출 1000억원 브랜드가 속출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에스제이그룹의 캉골, 감성코퍼레이션의 스노우피크 등이 대표적이다. F&F가 MLB와 디스커버리로 ‘대박’을 터뜨린 직후였다.
“브랜드만 잘 잡으면 100억원은 그냥 번다”는 말이 패션업계에 파다했다. 코웰패션은 푸마,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를 가져와 속옷에 붙여 팔았는데 TV홈쇼핑에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라이선스 브랜드 전성시대는 그러나 작년 하반기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박 신화의 주역 F&F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F&F차이나는 중국 내 MLB 유통을 담당한다. 2019년 중국에 진출한 F&F는 매장을 1200여 개까지 늘리며 단숨에 중국 내 패션 브랜드 ‘톱10’에 들었다. MLB의 중국 매출(홍콩 포함)은 작년 기준 90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매출 감소를 중국이 상쇄해줬는데, 중국마저 꺾인 것이다. 이 탓에 F&F는 작년 매출 2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F&F가 ‘어닝 쇼크’를 냈다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F&F 주가는 올 들어 약 20% 하락했다.
캉골로 유명한 에스제이그룹의 작년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2022년 358억원에서 작년 154억원으로 57% 급감했다. 주력인 캉골에 더해 팬암, 헬렌카민스키 등의 브랜드를 추가로 내놓았으나 매출은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푸마,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 속옷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코웰패션 역시 작년 영업이익이 11% 줄었다.
과도한 유행은 일부 소비자의 거부감으로 이어졌다는 게 패션업계의 진단이다. MLB가 성공하자 NBA(수입자 한세엠케이), NFL(더네이쳐홀딩스), FIFA(코웰패션)를 붙인 라이선스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 같은 스포츠 로고의 범람이 MLB 매출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올드머니(Old Money)룩’이 유행한 영향도 있다. 올드머니룩은 대를 잇는 부자들이 입는 패션 스타일을 뜻한다. 로고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게 특징이다. 2010년대 패션업계를 강타한 ‘로고 플레이’(브랜드를 크게 드러내는 것), 옛 브랜드를 찾아내 다시 재해석한 ‘뉴트로’ 열풍 등이 맞물려 라이선스 브랜드가 각광받았는데 최근 패션 트렌드는 이런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안재광/오형주 기자 ahnjk@hankyung.com
“브랜드만 잘 잡으면 100억원은 그냥 번다”는 말이 패션업계에 파다했다. 코웰패션은 푸마,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를 가져와 속옷에 붙여 팔았는데 TV홈쇼핑에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라이선스 브랜드 전성시대는 그러나 작년 하반기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박 신화의 주역 F&F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MLB, 믿었던 중국서도 분기 손실
26일 패션·유통업계에 따르면 F&F 중국법인 F&F차이나는 작년 4분기 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3분기까지 372억원의 이익을 내다가 4분기 들어 급격히 실적이 꺾였다. 이전가격 조정 등 회계상 손실이 일부 반영되긴 했으나 영업 상황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패션업계에선 보고 있다.F&F차이나는 중국 내 MLB 유통을 담당한다. 2019년 중국에 진출한 F&F는 매장을 1200여 개까지 늘리며 단숨에 중국 내 패션 브랜드 ‘톱10’에 들었다. MLB의 중국 매출(홍콩 포함)은 작년 기준 90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매출 감소를 중국이 상쇄해줬는데, 중국마저 꺾인 것이다. 이 탓에 F&F는 작년 매출 2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F&F가 ‘어닝 쇼크’를 냈다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F&F 주가는 올 들어 약 20% 하락했다.
캉골로 유명한 에스제이그룹의 작년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2022년 358억원에서 작년 154억원으로 57% 급감했다. 주력인 캉골에 더해 팬암, 헬렌카민스키 등의 브랜드를 추가로 내놓았으나 매출은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푸마,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 속옷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코웰패션 역시 작년 영업이익이 11% 줄었다.
◆‘로고 플레이’에 식상한 소비자들
라이선스 패션의 성장세가 꺾인 이유는 브랜드가 너무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TV 채널 브랜드의 범람이 대표적이다. 아웃도어 시장에서 블랙야크, K2 등을 밀어내고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매출 상위 업체로 뛰어오르자 너도나도 TV 채널을 가져왔다. 코웰패션이 BBC의 다큐채널 BBC어스를, 스톤글로벌이 CNN을 수입해 옷과 가방, 신발 등에 활용했다.과도한 유행은 일부 소비자의 거부감으로 이어졌다는 게 패션업계의 진단이다. MLB가 성공하자 NBA(수입자 한세엠케이), NFL(더네이쳐홀딩스), FIFA(코웰패션)를 붙인 라이선스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 같은 스포츠 로고의 범람이 MLB 매출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올드머니(Old Money)룩’이 유행한 영향도 있다. 올드머니룩은 대를 잇는 부자들이 입는 패션 스타일을 뜻한다. 로고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게 특징이다. 2010년대 패션업계를 강타한 ‘로고 플레이’(브랜드를 크게 드러내는 것), 옛 브랜드를 찾아내 다시 재해석한 ‘뉴트로’ 열풍 등이 맞물려 라이선스 브랜드가 각광받았는데 최근 패션 트렌드는 이런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해외 진출로 돌파구
라이선스 브랜드 기업들은 중국 등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2019년 홍콩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등 중화권 국가에 진출했다. MLB ‘성공 방정식’과 비슷하다. 현재 10개 안팎인 중국 매장을 2~3년 안에 6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본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를 패션 상품으로 확장한 감성코퍼레이션도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있다. 작년 12월 중국 골프웨어 기업 비잉러펀과 상하이에 매장을 열었다. 스노우피크 패션 상품뿐 아니라 캠핑장비까지 판매한다.안재광/오형주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