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실적 장세"…1분기 반도체 '웃고' 2차전지 '울고'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한 달 사이 상장기업 10곳 중 7곳의 실적 전망치가 조정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실적이 증시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차전지, 엔터테인먼트 종목군은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반도체, 전자기기 종목군은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상장사 210곳의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는 2조9609억원, 영업이익 예상치는 2164억원이다. 한달 전보다 매출은 0.07%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26%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소폭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난해 수익성 바닥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줄어든 곳은 80곳이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줄어든 곳이 늘어난 곳(66곳) 보다 많았다. 2차전지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주를 이뤘다. 에코프로비엠은 1개월 전보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77.9% 하향 조정됐다. 또다른 양극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도 3.31% 내려갔다. 2차전지 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9,3%), 삼성SDI(-6.3%), SK이노베이션(-3.2%)의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인 하이브는 1개월 전보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30.7% 내려갔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역시 20.7% 이상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엔터테인먼트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JYP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4.3% 증가할 것으로 평가됐다. 이외에도 1개월 새 영업이익이 하향 조정된 상위권 상장사에 한화(-17.4%), SK(-8.5%), CJ(-3.3%) 등 지주사가 다수 포함됐다.

반면 1분기 실적 기대감이 높아진 업종은 반도체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한달 전보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27.4%, 5.9% 뛰었다. 한미반도체 역시 3.6% 상향 조정됐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레거시(범용) 수요는 2024년 2분기부터 회복 구간에 진입, 인공지능(AI) 수요 역시 2027년까지 장기간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지금이 반도체 업종의 장기 업사이클의 초입"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업황이 개선되면서 전자기기 업종도 1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소재 전문업체 덕산네오룩스는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27.4% 증가했고, LG이노텍과 삼성전기도 각각 11.1%, 4.0% 올라갔다. 공기업인 한국전력 영업이익 전망치도 1개월 전보다 28.3%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랠리 이후 실적 개선 가능 여부가 주가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4분기 어닝쇼크의 영향으로 시장 전체 실적을 주도하는 퀄리티 기업이 부재했다"며 "국내 증시에 퀄리티 기업 모멘텀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종목은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